지난 3일 오후 4시쯤 A씨(21)가 인천 서구 한 버스정류장 화단에 쓰러진 채 발견됐고 끝내 숨졌다는 내용입니다. 유족은 경찰에 A씨가 최근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이날 인천에는 폭염주의보가 내렸습니다. 병원은 사망 원인이 온열질환 중 하나인 열사병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서 있기만 해도 땀이 등줄기를 타고 내리는 무더위. 그럼에도 집을 나선 청년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쓰러진 A씨가 발견된 버스정류장을 지난 6일 찾았습니다. 도보 양옆 수풀이 무성했습니다. 사고 당시를 추측할 수 있는 건 버스정류장 맞은편에 설치된 CCTV뿐. CCTV에는 자전거를 끌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최초신고자가 A씨를 발견하고 급히 뛰어가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119구급대원이 도착했을 때 A씨는 의식이 없고 고열이 있는 상태였습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 확인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요청했습니다. 국과수 1차 소견은 ‘사인 불명’이었습니다. 경찰은 현재 국과수의 2차 소견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이후 경찰이 파악한 A씨의 행적은 이렇습니다. A씨가 쓰러진 날, 그는 아르바이트를 1시간가량 했습니다. 헬스장 전단지를 아파트 등 주거지 우편함에 넣는 일이었습니다.
A씨에게 아르바이트의 의미는 용돈벌이 이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생전 A씨는 아버지와 단둘이 생활했습니다. 학교를 다니지 않았고, 직업도 없었습니다. 경찰은 “평소 일일 아르바이트가 구해지는 대로 여러 지역을 방문해 일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날 역시 A씨는 경기도 부천에 있는 집을 나와 인천으로 향했습니다.버스정류장 바로 옆은 인천산업용품유통센터입니다. 주로 차를 타고 방문해 산업 자재를 구입하는 손님이 많은 곳이죠. 전단지 관련 아르바이트를 흔히 볼 수 있는 번화가와는 거리가 멉니다. 그래서일까요. 인근 자영업자와 버스 운전기사들은 “이 근처에서 난 사고인지 전혀 몰랐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10년째 자동차 부품 가게를 운영하는 심모(60)씨는 “뉴스는 봤지만 이 지역일 줄은 생각지 못했다”면서 “코로나19도 있고 요새 장사도 안 되는데 누가 전단지 나눠주는 사람을 반기겠나”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상가 업주 역시 “여름휴가를 갔다가 바로 며칠 전 돌아왔다. 그런 사고가 있었으면 소문이 다 도는데 전혀 몰랐다”면서 “다들 상가 안에서 일하다 보니 오후 4시면 인적이 드문 시간대인데…어린 사람이 참 안 됐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누구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세상이다”. 한 네티즌이 A씨 기사에 남긴 댓글입니다. 패밀리 레스토랑, 청소·미화, 택배 상하차·수화물 분류…A씨 SNS 계정에는 이러한 이력을 빼곡히 적은 게시물이 있습니다. 그에게 일자리란 어떤 의미였을까요. 여러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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