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업계에 따르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전날(23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현재 적용 중인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를 2주간 연장하기로 했다. 신규 확진자 규모가 여전히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0시 기준, 확진자 수는 1418명을 기록했다. '주말 효과'로 다소 줄었지만 40일 넘게 네자리수 확진자를 기록 중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예견된 상황이라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여름 장사를 망친데다 오는 추석 명절 대목마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집객을 위한 마케팅은 모두 축소되거나 미뤄졌고, 할인 행사도 자사 온라인몰 위주로 진행하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빠르게 추석 선물세트 판매에 나서고 있다. 여름 장사 대신 추석 명절에 기대를 거는 것이다. 올해 명절 역시 대규모 이동 대신 선물 수요가 대거 늘어날 것이란 복안이 깔려있다. 업계서는 예약판매 물량을 예년보다 늘리고 상품 구색과 비대면 구매 수단을 강화하는 등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변이 바이러스 등의 등장으로 귀향이나 모임을 자제하려는 분위기가 추석 연휴까지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면서 "선물세트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나 얼만큼 실적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외식·숙박업계의 표정도 어둡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 휴가철 극성수기를 모두 놓쳤던 만큼 시름이 깊다. 남은 휴가철인 8월말 9월초 기간도 재연장 조치에 여행 숙박‧수요 기대가 어렵게 된 상황이다. 대표 관광지인 제주도에도 지난 18일부터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되면서 예약 취소와 환불, 변경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업계는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인기 관광지인 제주도와 부산도 4단계로 격상되면서 지난해와 같은 '악몽의 9월'이 재현될까 하는 우려다. 거리두기 격상에 객실 운영 규모도 75%에서 66%로 줄었다. 소비 심리까지 위축되면 피해가 더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무엇보다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곳은 자영업계다. 정부는 현행 거리두기를 2주 연장하면서 수도권 등 4단계 지역 식당·카페의 영업시간을 현행 오후 10시에서 9시로 1시간 단축했다. 그동안 영업시간 연장을 요구해왔던 자영업자 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관련 입장문에서 "손실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한 자영업자들에게 오후 9시 영업 제한이라는 더욱 더 강한 규제를 검토한다는 것은 지금의 정부가 자영업자를 더 이상 국민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항의했다.
실제로 거리두기 4단계 이후 소상공인들의 매출은 내리막이다.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전국 소상공인 매출은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같은 기간보다 11% 감소했다. 지난 10일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된 부산은 17% 줄어 감소 폭이 더 두드러졌고 지난달부터 4단계가 시행 중인 서울은 15% 감소했다.
서울 도심 지역과 상업 지역의 저녁 매출은 더 크게 떨어졌다. 오후 6시 이후 서울 중구와 서초구 등 11개 구에서는 매출이 4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한계에 다다르자 정부 방역 정책에 대한 소상공인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비대위는 "코로나19 확진 비율이 20%에 불과한 자영업 시설만을 규제하는 기존의 거리두기를 철회해야 한다"며 "치명률 기반 방역수칙 전환과 업종별 확진자 수 발생비율 분석을 통한 업종별 방역수칙 재정립”을 강력히 요구한다"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현행 거리두기 조치를 연장할 경우 전국 단위 정부규탄 차량시위를 개최할 것임을 예고하기도 했다. 비대위는 "자영업자를 철저히 무시하고 규제하는 방역수칙을 유지할 경우 정부는 응당의 대가를 치를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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