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남성으로만 구성된 과도 정부 규탄 시위에 참여한 한 여성이 9일(현지시간) BBC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아프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의 여성 탄압이 본격화했다. 여성은 굴하지 않고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8일 카불에서 시위를 벌인 여성을 향해 탈레반 대원은 채찍과 전기가 통하는 곤봉을 휘두르며 폭력을 행사했다. 탈레반은 같은날 시위 장면을 촬영하는 기자들을 구타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은 지난 7일 전부 남성으로만 채워진 내각 구성을 발표했다. 종교적 소수 민족과 축출된 전 아프간 지도부는 자문 역할조차 맡지 못했다.
시위에 참여한 다른 여성은 BBC에 “우리가 사회에 우리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두렵지 않다. 탈레반이 나를 죽이기 전까지 계속해서 시위에 나설 것”이라며 “서서히 죽는 것보다는 차라리 한번에 죽는 편이 낫다”고 했다. 또 다른 시위 참여 여성은 “우리는 동등한 권리를 원한다”면서 “내각에 여성이 포함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앨리슨 다비디언 UN 아프간 UN 여성 사무처장은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전날 “탈레반은 여성의 권리는 이슬람 율법 아래에서 존중받을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매일매일 우리는 아프간 여성의 권리가 시대에 역행하는 소식만 듣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들은 가족 내 남성과 동행하지 않고는 집 밖에 나갈 수 없다”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여성들이 일터로 가는 것이 금지됐다”고 밝혔다.
여성 권리를 외치는 시위는 카불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지난 7일에는 아프간 북부 도시인 마자르 이 샤리프에서 여성들이 탈레반에 여성 권리 보장을 촉구하며 가두시위를 벌였다. 시위 참여자들은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면서 “새 정부 구성의 모든 계층에 여성을 참여시켜달라”는 구호를 외쳤다. 탈레반은 이를 진압하기 위해 공중에 발포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다. 탈레반은 여성의 스포츠 참여를 전면 금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날 호주 호주 다문화·다언어 전문 공영 방송국 SBS에 따르면 아마둘라 와시크 탈레반 문화위원회 부위원장은 “경기 중 여성의 얼굴과 몸이 노출되는 상황이 있을 수 있으며 이는 이슬람 율법에 반한다”고 발언했다. 이에 아프간 여성 크리켓 대표팀은 오는 11월 예정돼있던 호주와의 친선 경기에 나갈 수 없게 됐다. BBC에 따르면 크리켓뿐 아니라 다른 종목의 여자 선수들은 탈레반 관계자들로부터 ‘다시 운동을 하면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개강을 맞은 아프간 대학에는 남녀를 구분 짓는 커튼이 설치됐다. 탈레반이 남녀 구분 수업만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여학생들은 얼굴만 노출하는 ‘아바야’나 두 눈만 보이도록 하는 ‘니캅’ 등 이슬람 전통 복장을 의무적으로 착용하고 강의실에는 여학생용 출입문을 별도로 두도록 했다. 여학생들의 수업은 여성이 맡되 불가피할 경우 나이 든 남성이 하도록 했다.
탈레반은 지난달 17일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이슬람 율법 아래서 여성 인권을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여성들이 일하고 공부하는 걸 허용할 것”이라며 “여성들은 사회에서 적극 활동하게 될 것이지만 이는 이슬람 틀 안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기자회견 당일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를 입지 않은 여성이 총에 맞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탈레반은 과거 5년(1996∼2001년) 집권기에 여성들의 교육·일할 기회를 박탈했고, 외출할 경우 부르카 착용을 의무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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