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머그샷 제도를 원한다’는 청원이 14일 기준 4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지난 10일 글 올린 청원인은 범죄자가 머리카락, 마스크, 모자로 얼굴을 가리거나 고개를 숙이면서 신상 공개 제도가 무색해졌다고 지적했다.
최근 20대 남성이 생후 20개월된 의붓딸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사건이나 전자발찌 훼손·살해 사건 등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경찰은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심의위원회를 거쳐 이름·나이·얼굴을 공개하고 있다.
지난 2일 공개된 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강윤성(56)의 사진이 논란이 됐다. 경찰이 공개한 사진은 그의 주민등록 사진이었다. 그런데 강윤성이 검찰에 송치되며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사진과 너무 동떨어진 모습에 사진 공개의 실효성이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또 신상공개가 결정되더라도 마스크를 쓰거나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면 무용지물이라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올해 신상공개가 결정된 피의자는 강윤성을 비롯해 △김영준(남성 1300명 몸캠 불법 촬영·유포) △김태현(노원 세 모녀 살해) △백광석·김시남(제주 중학생 살해) △최찬욱(아동 성착취물 제작) △허민우(인천 노래방 살인)등 총 7명이다. 그런데 이 중 맨 얼굴이 공개된 것은 3명 뿐이다. 지난 2019년에도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은 머리카락으로 가려 얼굴 노출을 피한 적 있다.
해외에서는 일부 국가가 머그샷을 외부에 공개한다. 미국이 대표적인 국가다. 미국은 정보자유법(Freedom of Information Act)에 따라 머그샷을 공개정보로 규정한다. 미국에서는 범죄 종류나 피의자 국적과 관계없이 경찰에 체포된 피의자 얼굴을 촬영해 공개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경찰청은 지난해 말 행정안전부에서 신분증 사진 등을 통해 신상공개가 결정된 강력범죄 피의자 얼굴을 공개하는 것이 개인정보 관련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받았다. 운전면허증이나 주민등록증 사진, 폐쇄회로(CC)TV 속 장면을 활용해 신상 공개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국민의 알 권리와 범죄예방 등을 근거로 머그샷 도입에 찬성하는 의견도 있지만 피의자 인권 침해와 ‘낙인 효과’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원은 지난 3월 발간한 ‘피의자 신상공개제도에 관한 헌법적 연구’ 보고서를 통해 피의자 신상공개제도 확대화 경향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헌법재판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신상공개제도 만능주의’ 풍조다. 사회적 관심을 받는 강력범죄가 보도될 때 마다 공개대상 범죄나 공개대상 정보의 범위를 늘려야 한다는 논의가 이루어지곤 하는데, 이는 범죄의 본질을 왜곡하고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
하는데 걸림돌이 될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사회의 안전을 방위해야 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이다. 그럼에도 국가는 강력범죄 피의자를 대중 앞에 내세우고 전시함으로써 이러한 국가의 중요한 책무를 손쉽게 완료한 것처럼 행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피의자 신상공개는 피의자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면서 “무고한 시민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 피의자 가족이나 지인이 입는 2차 피해도 간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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