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현행 언론중재법 개정안 골격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악법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며 여야 8인 협의체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한국인터넷신문협회,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신문협회, 한국여기자협회 등 언론7단체는 23일 오전 10시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언론7단체의 자율규제 방안 발표는 언론중재법 개정 강행 반대와는 별개로 언론 스스로 자정 노력을 통해 언론에 의한 피해를 방지하고 합당한 구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성에 공감함에 따른 것이다.
이들 단체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오보 등으로 인해 고통받았던 피해자들에게 제때 충분하게 사과하고 신속하게 잘못을 바로잡는 데 있어 소홀했고 이런 잘못이 언론의 불신을 불러왔다는 데 동의했다. 언론이 스스로 자율규제 기능을 강화하지 못한 결과 언론에 대한 권력의 개입을 자초한 책임도 인정했다”고 자율규제 강화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결코 언론 신뢰 회복과 좋은 저널리즘을 만들 대안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 은 “민주당은 언론 피해자 구제법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피해 구제 강화 효과는 거의 없고 모호하고 무리한 개념을 법률에 적용해 권력에 대한 감시 기능을 훼손하고 언론 자유만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와 비판이 광범위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언론7단체는 구체적인 사회적 책무 강화 실천방안으로 △통합형 언론자율규제기구 설립 추진 △자율규제기구가 개별 언론사에 맡겼던 인터넷 기사에 대한 팩트체크 등을 한 뒤 이용자에 제시 △허위 정보를 담고 있거나 언론윤리를 위반한 인터넷 기사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차단하기 위해 언론사에 대해 문제가 된 인터넷 기사의 열람차단을 청구하는 등 실효성 있는 제재 △인터넷 기사와 광고로 인한 피해자가 신속하게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시행 △ 자율 규제 방식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학계·언론계·전문가 등으로 연구팀의 조속한 구성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국민 신뢰 저하에 대한 자성과 동시에 언론중재법 개정안 통과 저지를 위한 언론계의 절실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서양원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은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8인 협의체가 법안 통과를 강행할 분위기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통과할 경우 숨도 쉬기 어려웠던 군부독재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 독소조항이 담긴 개정안의 통과를 방치한다면 우리는 역사 앞에 죄를 짓는 것”이라며 “통합형 자율기구를 만들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그리고 민주주의에 기여할 수 있는 기구가 되도록 충분히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이의춘 한국인터넷신문협회장은 “악의적인 허위 조작 정보로 인한 합당한 피해구제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한다”면서 “다만, 이 같은 문제 해결의 본질은 법률에 따른 사후적인 강제 조치보다는 언론 스스로의 자율규제를 보다 실효적으로 강화해서 언론의 신뢰와 투명성을 회복하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은 “언론인들이 뭔가 결단을 하지 않으면 민주적 공론장으로서 대한민국 언론이 더 이상 기능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으로 이 자리에 섰다”면서 “국민들이 언론을 불신하고 그 과정에서 언론 피해가 제대로, 제때 보상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 말씀드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민주주의 근간이다. 포털, 유료방송사업자까지 포괄한 자율규제기구가 언론 실책과 잘못을 바로잡고 신뢰를 다시 높일 수 있는 권위있는 기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자세로 대처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언론단체들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언론 및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는 악법으로 규정하고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다. 개정안이 통과할 경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각계에서도 우려 목소리가 크다. 지난 17일 국가인권위원회는 개정안 일부 신설 조항이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회의장에 표명하기로 했다. 국제연합(UN),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 세계신문협회(WAN-IFRA), 국제기자연맹(IFJ) 등 국제 단체들에서도 개정안 중단을 촉구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 등이 고의 또는 중과실로 허위·조작보도할 경우, 피해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해당 개정안은 오는 27일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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