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은 경우 다중이용시설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백신 접종을 독려하겠다는 것인데 오히려 반발 여론이 일고 있다.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백신패스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30일 기준 96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사전 동의 100명 이상 기준을 충족, 현재 관리자가 검토 중이다.
청원인은 “지금 현 상황을 보면 백신이 답이 아니다. 그런데 데이터를 보며 알면서도 끝까지 백신이 맞다며 몰아부치는 억지를 인내할 수 없다”면서 “개인 질환이나 체질, 알레르기 부작용으로 백신 접종 완료하지 못한 사람도 있는데 무조건 강제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이어 “지금도 백신 미접종자는 회사나 사회에서 눈치를 주며 개인에 막대한 피해를 끼친다”면서 “다중이용시설 제한이라는 패널티는 사회 분열과 인간 기본권 침해로 위헌소송 대상”이라고 비판했다.
같은날 방역당국은 백신 패스 방안 검토 계획을 밝혔다. 미접종자는유전자증폭(PCR) 음성확인서가 있어야 시설 이용할 수 있게 될 예정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브리핑을 통해 “단계적 일상 회복 방안에서는 전체 확진자 규모 보다 접종받지 않은 분들의 접종률을 최대한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외국에서는 백신 패스를 통해 미접종자가 PCR 검사 음성 확인서를 지참하지 않으면 다중이용시설 이용이나 행사에 참여하는 것을 제한하는 조처를 하는 등 미접종자에게 여러 불편을 끼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손 반장은 다만 접종 기회를 부여받지 않았던 저연령층 또는 접종을 선택에 맡긴 청소년층은 백신 패스 제한의 예외로 두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접종자들 사이에서는 냉담한 반응이 나온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 기저질환처럼 건강상 문제 등 개인적인 선택으로 백신을 맞지 않기로 선택한 사람들에게 국가가 접종을 강요하는 것처럼 비친다는 지적이다. 온라인 상에서는 “공산주의 국가인가” “전체주의적 발상”이라는 격렬한 반응도 잇따랐다.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접종을 미루고 있는 직장인 이모(33)씨는 “백신 패스제 도입 소식을 듣고 백신을 맞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면서 “오히려 ‘그럼 다중이용시설 이용 안 하면 그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백신 패스제가 도입되더라도 당분간은 접종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언론과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부작용을 호소하는 이들이 잇따랐다. 지난 28일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서 집계, 발표한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신고 현황에 따르면 지난 26일 0시 기준까지 이상 반응으로 의심, 신고된 건수는 총 26만74건이다. 아스트라제네카 10만1848건, 화이자 11만7046건, 모더나 3만2908건, 얀센 8272건 순이었다.
전체 이상반응 27만74건 중 일반 이상반응(접종부위 발적, 통증, 부기, 근육통, 발열, 두통, 오한 등)은 24만9737건이다. 중대한 이상반응은 1만337건으로 △사망 672건 △아나필락시스 의심 1167건 △주요 이상반응(특별관심 이상반응, 중환자실 입원, 생명위중, 영구장애/후유증 등) 8498건이었다.
문제는 부작용이 발생하더라도 보상 조건 인정 등 절차와 기준이 까다로워 그 부담과 고통이 고스란히 피해자와 그 가족 몫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방역 당국은 ‘사지마비 40대 간호조무사’ 사례 이후 백신 접종과 부작용 사이 인과관계가 충분히 밝혀지지 않아도 의료비 지원금을 내줄 수 있는 제도를 신설했으나 혜택을 본 숫자는 극소수다.
국회 보건복지위 백종헌 의원실이 코로나19 예방접종추진단 보상심사팀에서 받은 ‘예방 접종 이상반응 지원 및 보상’ 자료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인과성이 충분하지 않지만 의료비 지원금 대상이 된 사례는 39명에 불과했다. 그중에서도 실제 지원금 받은 사례는 6건이고 지원금액도 모두 2100여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저질환이 있어 백신을 아직 맞지 않은 직장인 최모(32·여)씨는 “접종하다 잘못되면 책임져 줄 것도 아니면서 미접종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혹여라도 부작용이 발생하면 기저질환 때문이라면서 개인에게 책임 전가할 게 뻔하다. 누가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접종하겠나”라고 꼬집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패스제 도입이 백신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미접종자들을 설득하기에는 충분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렇지만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간 감염 위험도의 차이는 분명하다. 거리두기 4단계를 언제까지나 이어나갈 수는 없다. 백신에 대한 거부감이 있거나 불가피한 이유로 백신을 접종할 수 없는 이들에게 일정 간격으로 검사를 하게 하는 식 등 대안적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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