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지역도 마냥 만만하게 볼 수는 없다. 특히 2019년부터 LCK와 LPL의 2강 체제를 위협해 온 유럽의 ‘LoL 유러피언 챔피언십(LEC)’, 신흥 강자로 떠오른 태평양 연안의 ‘퍼시픽 챔피언십 시리즈(PCS)’도 얼마든지 LCK 팀들을 꺾을 수 있는 저력을 갖추고 있다. 요주의 해외 팀들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봤다.
◇ EDG, 롤드컵과 악연 떨쳐낼까
LPL 서머 시즌 최정상에 오른 에드워드 게이밍(EDG)은 같은 리그의 펀플러스 피닉스(FPX), LCK의 담원 게이밍 기아와 더불어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스프링 시즌 정규리그를 2위로 마무리 한 EDG는 플레이오프(PO)에서 연달아 고배를 마시면서 최종 3위로 시즌을 마쳤다. 하지만 서머 시즌 7연승을 달리는 등 리그를 호령했고, PO 결승에서 우승 후보 1순위 FPX를 3대 1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국적 선수들인 ‘스카웃’ 이예찬, ‘바이퍼’ 박도현과 더불어 ‘플랑드레’ 리쉬안진이 핵심 전력이다. 특히 올해 초 EDG로 이적한 박도현은 최근 폼이 절정에 올라있는 상태다. 서머 결승전 4세트에서 혈혈단신 적 진영으로 진입해 3킬을 내리 따낸 모습이 이를 방증한다.
EDG에게도 불편한 구석은 있다. LPL 전통의 강호이지만 유독 롤드컵과는 연이 없었다.
기대감을 안고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꾸준히 롤드컵 무대에 올랐지만, 단 한 차례도 4강에 오르지 못했다. 2017년에는 그룹스테이지에서 최하위로 탈락하는 수모까지 겪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같은 B조에 속한 LCK의 T1과는 악연이 깊다.
2015년 ‘미드시즌인비테이셔널(MSI)’에서 T1의 전신인 SK 텔레콤 T1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긴 했으나 그 해 롤드컵 그룹스테지에선 SKT와 2번 맞붙어 전부 패했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던 2017 롤드컵에서는 SKT에게 역사에 남을 대역전패를 2차례나 당하며 조별 탈락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T1에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 EDG이지만 롤드컵만 오면 유달리 작아지는 모습, T1과의 상성을 고려하면 그룹스테이지부터 이변이 연출될 가능성도 있다.
◇ 총사령관 도인비가 이끄는 FPX
EDG에게 밀려 LPL 서머 준우승에 그쳤지만, 일부 관계자들은 FPX를 EDG보다 고평가한다. 스프링, 서머 시즌 모두 PO 결승전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정규리그에서 보여준 꾸준함 때문이다.
FPX는 난전을 선호하는 LPL 특유의 성향과는 반대로, 공격적인 로밍과 운영으로 경기를 풀어나간다는 특징이 있다. 그만큼 실책도 적어 어느 LPL 팀보다 까다롭다는 평가다.
FPX의 핵심은 한국 국적의 미드라이너 ‘도인비’ 김태상이다. 총사령관이라고도 불리는 그는 전 맵을 아우르면서 팀을 조율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승부처에서의 오더 능력 또한 발군이다. 챔피언 폭이 넓은데다가 메타 적응 능력도 좋아서 비교적 호흡이 짧은 롤드컵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그는 2019년 FPX로 이적한 뒤 팀을 창단 최초 롤드컵 우승으로 이끈 바 있다. 그나마 약점으로 지적받던 라인전 능력도 올해는 많이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담원 기아의 롤드컵 우승을 이끌었던 탑 라이너 ‘너구리’ 장하권도 경계 대상이다. 라인전 능력을 비롯한 순수 무력만 놓고 보면 LPL을 통틀어도 적수가 없을 정도다. 담원 기아를 비롯한 LCK 팀들의 성향을 잘 알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다가온다. 다만 올해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인 점은 LCK로선 호재다. 중국인 팀원들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고립사가 잦은데, 이 부분을 잘 공략한다면 FPX의 동력을 저지할 수 있다.
FPX의 최대 변수는 원거리 딜러 ‘Lwx’ 린웨이샹이다. 판이 깔리면 역대급 캐리를 보여주다가도, 의아한 플레이로 팀을 패배로 몰아넣기도 한다. 대회에서 일관된 경기력이 유지 될지가 관건이다.
FPX와 함께 그룹스테이지 A조에 속한 담원 기아로선 마냥 불편한 상황만은 아니다. 우승 후보와의 진검 승부를 통해 전력을 점검하고, 메타를 파악하는 과정으로 활용할 수 있다. 로밍에 강점이 있는 ‘쇼케이커’ 허수와 김태상의 맞대결이 펼쳐지는 미드 라인이 승부처로 예상된다.
◇ MSI 우승팀 RNG, 다크호스 LNG
우승후보 1순위는 아니지만 LPL의 RNG와 LNG도 우승 트로피에 근접한 팀들이다.
LPL 3시드 RNG는 타 지역 2시드 이상의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프링 시즌 우승 후 MSI에서도 담원 기아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RNG는 서머 시즌 초반 1승 5패를 기록하며 부진했다. 하지만 5주차부터 9전 전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탔고, 끝내 롤드컵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탑 라이너 ‘샤오후’ 리위안하오, 원거리딜러 ‘갈라’ 천웨이가 경계 대상이다. 미드라이너로 뛰다가 포지션을 변경한 리위안하오는 탄탄한 기본기와 넓은 챔피언 폭으로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천웨이는 중국을 대표하는 차세대 원거리 딜러로 꼽힌다. ‘갈라쇼’라는 별명처럼 감탄을 자아내는 플레이를 자주 연출한다.
PSG 탈론(PCS), 프나틱(LEC)과 함께 그룹스테이지 C조에 자리한 RNG는 큰 이변이 없다면 무난히 8강 진출이 예상된다. 다만 PSG 탈론이 국제대회에서 유독 중국 팀들을 상대로 강한 면모를 보이며 자주 이변을 연출해 왔기에 방심은 금물이다.
한편 RNG는 EDG와 마찬가지로 T1과 악연이 깊다. 2013년 롤드컵 결승에서 SKT에게 0대 3으로 완패했고, 2016년 MSI 4강에서 1대 3으로 패했다. 2016년 롤드컵, 2017년 롤드컵에서도 SKT에게 덜미를 잡혀 4강 탈락했다. 질긴 T1과의 악연이 이번 롤드컵까지 이어질지 지켜보자.
LNG는 서머 시즌 기적의 레이스를 펼쳤다. 정규리그를 8위로 마친 LNG는 PO에서 강자 TES를 꺾고 3라운드에 진출했다. 이어서는 RNG를 3대 1로 꺾고 8강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FPX와 EDG에게 연달아 패하며 PO에서 탈락했지만, 롤드컵 선발전에선 RA와 WE를 연달아 물리치고 롤드컵 출전을 확정지었다.
LNG의 주요 전력은 한국 국적의 정글러 ‘타잔’ 이승용이다. 기량으로는 중국 리그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정글러다. 최근 폼은 더욱 절정이다. 선발전에서 맹활약하며 MVP를 차지했다.
LNG의 약점은 경험이다. 팀의 핵심 자원인 탑 라이너 ‘아러’ 후자러 등 경험이 부족한 신예들이 있기에 이들이 대회에서 얼마만큼 부담감을 떨쳐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예선 격인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 대회를 시작하는 LNG는 무난히 그룹스테이지 진출이 예상되는데, 이 경우 대회 규정에 따라 D조에 배정된다. D조엔 LEC의 1시드인 매드 라이온즈, LCK의 2시드인 젠지e스포츠가 자리했다. 조 2위까지 8강에 진출하기 때문에 젠지로선 LNG의 합류가 난감한 상황이다. 2019년 이승용을 상대로 연달아 판정승을 거뒀던 ‘클리드’ 김태민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 ‘유럽의 새로운 패왕’ 매드 라이온즈
스프링, 서머 시즌을 모두 석권한 매드 라이온즈는 LEC의 희망이다. 기존 강자였던 G2 e스포츠에 비해 위압감이 떨어진다는 일각의 평가도 있었으나, 지난 5월 열린 MSI에서 RNG를 한 차례 꺾고, 4강에선 담원 기아를 패배 직전까지 밀어붙이는 등 분전하며 국제대회에서의 기대감을 높였다. ‘아르무트’ 이르판 베르크 튀케크(탑), ‘엘요야’ 하비에르 프라데스 바타야(정글)가 경계 대상이다.
이밖에도 롤드컵 초대 우승팀이자 유럽 전통의 강호 프나틱 역시 경계해야 되는 팀이다. 지난해 롤드컵 8강에서 중국 TES를 상대로 승리 직전까지 가는 등 국제무대에서 위협적인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교수님’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힐리생’ 지드라베츠 일리에프 갈라보프가 만들어내는 변수 창출에 주의해야 한다. 플레이-인을 통과하면 C조로 향하는 LCK의 한화생명e스포츠에겐, 프나틱은 토너먼트(8강) 진출을 위해 꼭 넘어야 되는 산이다.
◇ ‘중국 킬러’ PSG 탈론
PSG 탈론은 이번 대회 다크호스로 꼽힌다. 지난해 롤드컵에서 우승 후보인 중국 JDG를 한 차례 꺾는 이변을 보여줬고 5월 MSI에선 RNG를 한 차례 꺾어 중국 킬러로 거듭났다. 4강에서 재차 만난 RNG를 상대로 또 한 번 1세트를 따내는 등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최근 평가는 다소 떨어진 상태다. 서머 시즌 PO에서 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상체 포지션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거듭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니파이드’ 웡춘킷, ‘카이윙’ 링카이윙 바텀 듀오만 억제한다면 의외로 쉽게 공략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롤드컵 준비 기간 동안 기량을 끌어올렸다면 프나틱과 RNG, 한화생명이 자리한 C조에 큰 혼돈을 가져다 줄 수 있는 팀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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