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이 쏘아 올린 ‘개 식용 금지’…험로 예상

文대통령이 쏘아 올린 ‘개 식용 금지’…험로 예상

기사승인 2021-10-05 17:18:35

쿠키뉴스DB.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개 잡는 선진국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이 ‘개 식용 금지’를 언급한 뒤 찬반 논란이 과열되고 있다. 개 식용 금지가 법제화되기까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은 5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고층빌딩에 잔혹하게 도살당한 개 사진이 담긴 대형 현수막을 부착하고 식용 개 도살 및 판매 금지를 촉구했다. 동물해방물결 측이 내건 30x30m 크기의 현수막에는 ‘개 잡는 선진국 대한민국’이라고 적혔고 불법 도살장에서 도축된 개의 모습이 담겼다.

동물해방물결 측은 문 대통령 발언을 환영하면서도 관련 부처들의 소극적 태도를 비판했다.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문 대통령이 화두를 띄운데 이어 대선주자들도 이에 가세하며 사회적 분위기가 무르익는 상황에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여전히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서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전국 불법 개도살장, 경매장에 대한 빠른 실태 파악과 현실적 단속, 근절 위한 구체적 로드맵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동물단체 측은 개는 축산물 위생관리법상 식용 목적 동물에서 1978년에 제외됐기 때문에 개 도축은 이미 43년 전부터 불법이었다는 입장이다.

이날 장희지 동물해방물결 활동가는 “정부는 구체적인 실행에 옮겨 개들을 오랜 학대와 착취로부터 구해내야 한다”면서 “지난 2018년 정부가 개 식용에 반대하는 국민 청원에 대한 답변에서 개를 ‘축산법’상 ‘가축’에서 삭제하도록 검토하겠다 했던 약속을 끝내 지키지 않은 것처럼 유야무야 넘어가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5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삼거리 한 건물에 개 식용 금지를 촉구하는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김부겸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유기 반려동물 관리체계 개선 관련 보고를 받고 “이제는 개 식용 금지를 신중하게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리는 반려동물 등록률 제고, 실외 사육견 중성화 사업 추진, 위탁 동물보호센터 전수점검 및 관리·감독 강화, 민간 보호시설 신고제 도입, 동물보호관리시스템 내실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반발 여론이 거세지자 지난달 29일 청와대는 ‘당장 오늘내일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가지고 검토하자는 뜻’이라며 한 발 물러선 상태다.

개 식용 금지 논쟁은 해묵은 의제다. 개는 반려동물이라는 주장과 ‘보신탕’은 한국 고유 문화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 좀처럼 합의점을 찾기 어려웠다. 지난 2018년 정부는 ‘개, 고양이 식용종식’을 주장한 청와대 국민청원에 “가축에서 개를 제외하도록 축산법 관련 규정 정비를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국회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우선안건으로 논의되지 못했다. 

현행법상 개는 식용 가능한 가축에 포함돼 사육과 도축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 현재 국회에는 관련 법안 3건이 발의돼 계류 중이다. 가축에서 개를 제외해 도살을 막자는 취지의 축산법 개정안, 개나 고양이를 식용 목적으로 도살할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 등이다.

육견단체들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 이후 음식점 피해가 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은 불 난 데 부채질하는 격이라는 입장이다. 또 생존이 달린 관련 종사자와 사전 논의 없이 공론화를 먼저 시킨 것에 대한 분노도 표출하고 있다. 대한육견협회는 문 대통령 지시에 대한 단체 입장, 향후 대응 방향, 대책 등을 담은 의견서를 지난달 30일 청와대에 전달했다.

주영봉 대한육견협회 사무총장은 “지난 2019년 기준 개고기 7만톤, 마릿수로는 150만 마리가 소비되고 있다. 오리 고기(9만2000톤)에 맞먹는 숫자”라며 “단순히 동물권 단체나 육견협회만의 의견이 아닌 개고기를 먹는 시민의 동의가 먼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의 발언은 망언”이라며 개고기 소비는 흡연 등과 마찬가지로 기호에 불과하다. 개고기 식용 금지는 국민 기본권과 직업 선택권을 침해하는 초헌법적 발상이다. 반려견과 식용견을 이원화해 관리하면 해결될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안이나 명확한 보상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죽을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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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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