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는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유통 화물노동자 화물연대 SPC 파업 투쟁 지지 선언’을 진행했다.
이들은 “SPC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화물노동자에 대한 착취와 탄압이 이어진다면 유통 부문 전 사업장에서 SPC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롯데슈퍼·롯데칠성·코카콜라·하림·GS리테일·농협물류 소속 화물연대 조합원들도 연대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광재 화물연대 서경지역본부장은 “SPC는 노동자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유통 전체가 멈추게 될 것”이라며 “‘국민들은 빵을 원한다’고 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에게 말한다. 저희는 일자리를 절실하게 원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화물 노동자들의 SPC 물류 파업은 지난달 2일 광주에서 시작됐다. 노동자들은 35일째 길거리에서 숙식하며 투쟁 중이다. 광주지역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같은 달 15일부터는 전국 SPC 사업장으로 파업이 확산됐다.
이들이 투쟁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SPC는 식품과 식자재를 유통하는 SPC GFS를 통해 물류를 운송한다. SPC GFS는 운수사에 업무를 위탁, 운수사에서 지입차주(화물노동자)들에게 이를 다시 재위탁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SPC와 화물 노동자가 직접 고용 관계는 아니지만 ‘원청’인 SPC를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화물연대에 따르면 SPC는 지난 10년 동안 가파르게 성장했다. 특히 광주의 SPC 사업장은 10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노동강도도 높아졌다. 그러나 화물 노동자의 임금 수준은 10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월 350시간 노동과 야간 노동이 이어졌다. 오전 1시부터 출근해 일하지만 운임은 건당 1000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하루 3~4시간씩 하릴없이 기다려야 하는 대기시간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광주지역 SPC 물류를 배송하는 화물 노동자들이 노동시간 단축과 증차, 운임인상, 대기시간 축소 등을 요구했다.
사측과 협상 끝에 2대가 증차됐다. 배송코스 조정을 두고 문제가 제기됐지만 운수사 제안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SPC에서 효율과 회사 기준 등을 이유로 최종 합의안을 파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SPC는 지난달 16일 일부 운수사와 계약을 종료, 광주지역 화물연대 조합원 36명을 해고했다. 물류 운송에 차질이 빚어졌다며 36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도 청구했다.
박상남 화물연대 광주지역본부 SPC지회 조합원은 “운수사와 합의서를 작성하고 있는 와중에 SPC에서 지시가 내려와 합의가 파기됐다”며 “SPC는 운수사와 노동자간 문제라며 개입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그들이 애초에 개입해 일이 벌어진 것이다.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파업 35일째를 맞았다. 이제는 밥상 위에서 밥을 먹는 것보다 길바닥에 앉아 아스팔트 위에서 밥을 먹는 게 더 익숙해졌다”며 “지난달 2일 합의로 끝났어야 할 일이다. 여기까지 오게 된 모든 책임은 SPC에 있다”고 질타했다.
다만 이들의 투쟁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배송코스 조정을 두고 복수노조간 갈등을 해결하지 못해 파업까지 이르게 됐다는 주장이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각 지역 파리바게트 물류 배송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상황에서 1000여명이 모인 집회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크다.
화물연대는 파업에 나서게 된 이유를 살펴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조합원은 “SPC 화물 노동자들은 인간답게 살고자 사측과 협상을 했을 것”이라며 “사측에서는 노조 파괴를 위해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했다. 왜 노동자들이 거리에 나섰는지 진심어린 마음으로 돌아봐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물연대 관계자도 “이번 파업은 SPC의 합의 파기로 촉발됐다. 여러 노조의 의견을 들어 운수사에서 만든 합의를 SPC에서 파기한 것이 핵심”이라며 “SPC에서도 합의 파기의 명분이 없으니 노노갈등으로 포장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SPC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