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글로벌 인디 게임제작 경진대회(GIGDC)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며, 한국게임개발자협회가 주관하는 행사다. GIGDC는 참신한 기획력과 실력을 갖춘 인디게임 개발자의 등용문이 되어왔다. GIGDC 역대 수상작 가운데는 ‘스컬: 더 히어로 슬레이어’와 ‘산나비’ 등 게이머들의 이목을 모은 게임도 있다. 이번 GIGDC 2021에서는 총 430여개의 지원작 가운데 25개의 작품이 선정됐다. 인터뷰를 통해 수상작과 개발자들의 이야기를 게이머에게 전하고자 한다.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GIGDC 2021에서 제작부문 대학부 특별상을 수상한 Team NOAH(팀 노아)의 ‘RAISE HELL(레이즈 헬)’은 참신한 기획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시뮬레이션 어드벤쳐 장르의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마법사들과 비(非)마법사들의 대립이 심해지고 있는 파테라 공화국의 언론 기관 ‘피쿠스’의 편집장이 돼 보도의 방향성을 결정해야 한다. 선택에 따라 시민과 정부 만족도, 사회 혼란도가 달라지는데 시민 혼란도가 100%가 되는 등 특정 수치가 과도해지면 게임이 종료된다. 다소 무거운 주제를 띠고 있지만, 군더더기 없이 제작된 중세풍의 만화적인 삽화가 부담을 덜어준다.
팀 노아는 공주대학교 게임디자인학과 2학년 동기 세 명이 모여 만든 팀이다. 기획자이면서 UI(유저 인터페이스) 디자인 등을 맡고 있는 팀장 윤세찬(21)과 프로그래밍을 담당하는 함동욱(23) 군, 일러스트와 원화 그래픽을 담당하는 이지원(21) 양이 그 구성원이다. 대표로 인터뷰에 임한 윤 팀장은 “과제를 위해 만든 팀이 상까지 받게 돼 얼떨떨하다”며 “우리가 팀워크가 잘 맞는다는 걸 확인한 계기가 아닐까 싶다. 이대로 계속 함께 가도 될 것 같다”고 웃었다.
아래는 윤 팀장과의 일문일답.
안녕하세요. 간단한 팀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팀 노아입니다. 공주대 게임디자인과 동기들 세 명이서 만든 팀이에요. 저희 학교는 한 학기에 두 번씩 게임 프로젝트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래서 어쩌다보니 탄생한 팀이죠. 게임 개발 경험이 저를 제외하면 둘 다 처음이어서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이제는 다들 프로그래밍 열정도 생기고 독자적 개발이 가능하게 됐어요. 저희끼리 많이 친해지기도 했고요(웃음).
GIGDC 2021 대학 제작부문에서 특별상을 수상했습니다. 소감을 들려주세요.
끽 해야 작은 상을 받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수상에 대한 욕심 없이 만든 과제 제출용 게임이었고, 실제 개발 기간도 3주 남짓 밖에 되지 않아요. 수상 소식을 듣곤 모두가 얼떨떨했죠. 그래도 정말 우리가 팀워크가 좋다는 걸 확인한 계기가 아닐까 싶어요. 이왕 이렇게 좋은 기회를 얻게 된 김에 이대로 함께 계속 개발을 계속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도 들고요.
이번에 수상한 ‘레이즈 헬’은 어떤 게임인가요?
레이즈 헬은 플레이어가 어떤 나라 보도국의 편집장이 돼 풀어나가는 게임이에요. 어떤 내용이 중요하게 다뤄지고, 또 어떤 내용이 덜 중요하게 다뤄져서 사건이 확대되고 축소되는지, 언론이 어떤 사회적 영향력을 끼치는지 직‧간접적으로 경험을 할 수 있어요. 게임의 끝에는 플레이어의 선택을 통해서 갈등이 심화 되거나 봉합 되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언론 보도로 인해 바뀌는 세상을 관찰하게 하는 것이 이 게임의 메인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접근 방식이 매우 신선하게 느껴지는데요. 어떻게 나오게 된 게임인가요?
일단 기획자인 제 머리에서 전부 나온 거고요(웃음). 교수님께서 건넨 주제가 ‘확대‧축소와 관련된 게임을 만들어라’였어요. 처음에 기획했던 게임을 뒤집어엎었는데 불현듯 ‘언론’이라는 단어가 머리에 꽂혔어요. 언론이 이슈를 확대‧축소하는 과정을 다루면 어떨까, 라고 주변에 얘길 했는데 전부 ‘너 뭐하는 놈이냐’라는 식으로 말했던 게 기억나네요(웃음). 그래도 뒤늦게나마 떠올라서 정말 다행이었죠. 고민을 많이 하느라 레이즈 헬의 개발 기간이 짧아진 부분도 없지 않아요.
언론과 관련된 게임인데, 배경이 판타지 세계관을 차용하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굳이 배경을 판타지로 설정한 이유는 첫 번째로 정치적인 이슈를 배제하려는 의도가 있었어요. 지나치게 원론적인 얘기를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고, 의도하진 않았지만 민감한 사안을 다뤘을 때 그걸로 인해 정말 상처를 받으시는 분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판타지 배경은 메타포를 심어둘 수 있는 좋은 세계관이라고 생각했어요. 게임 속 갈등의 주체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마법사와 비마법사 두 집단으로 설정돼 있는데, 현재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더 수월하게 과격한 묘사를 할 수 있었어요. 현실에는 없는 집단이지만 이들을 통해 어쩌면 현실에 존재하는 다른 집단 갈등에도 빗댈 수 있겠죠.
또 일반적으로 판타지를 배경으로 한 게임들은 RPG나 어드벤쳐 게임을 많이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이런 시뮬레이션 장르와 마법이 공존하는 판타지 세계관이 합쳐진다면 플레이 하는 입장에선 매우 신선한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시뮬레이션 장르의 게임을 만드는 아마추어 개발자는 흔치 않은데요.
저는 시뮬레이션 게임 장르를 무척 좋아해요. 게임과 영화에 큰 차이점이 있다면 저는 경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영화를 통해서도 다른 직업이나 세계를 경험할 수 있지만, 게임을 통하면 직접 판타지 세계의 마법사가 되어 볼 수도 있고, ‘레이즈 헬’처럼 기자가 되어 볼 수도 있죠.
‘레이즈 헬’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앞서도 말했지만 내가 언론 기관을 직접 관리해서 이슈를 키우거나 축소시킬 수 있는 일. 이 플레이 설명 자체로 신비롭고 독특하다고 생각해요. 그 다음은 역시 아트죠. 삽화가 굉장히 잘 뽑혔다고 생각해요. 외부 소스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부분이 그래픽이에요. 서브컬쳐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정말 잘 나왔어요. 중세시대 느낌의, 삽화적인 느낌을 주고자 노력했어요.
‘레이즈 헬’을 개발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없나요?
일단 일정에 쫓긴 부분이 힘들었고요(웃음). 기획적인 부분에선 혹시 뻔한 주제를 담게 되거나, ‘언론을 없애야 한다’는 식의 편협한 시각으로 문제를 다루게 될까봐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그리고 저희가 프로그래밍 초짜 개발자여서, 미처 구현하지 못해 뺀 기능들도 약간 있어요(웃음).
향후 게임을 정식 출시할 계획도 있나요?
다른 곳에서도 ‘레이즈 헬’을 공개했는데 반응이 무척 좋았어요. 펀딩을 받을 계획도 있느냐는 질문이 많이 들어와서, 처음엔 생각도 안 했다가 진지하게 고민을 하게 됐어요. 주변 반응이 무척 긍정적이어서 힘을 얻었어요. 아마 방학이 되면 본격적으로 개발에 착수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럼 앞으로 어떤 부분을 더 다듬고 싶으신가요?
지금까지의 ‘레이즈 헬’은 사실상 졸속 수준이에요. 시간에 쫓기기도 했고, 기능적으로 불편한 부분도 많아요. 학업에 정진해서 스스로도 개발력을 다듬어야 할 것 같아요. 게임 내 아트들이 극찬을 받았다 보니, 더 많은 아트들을 보여줄 수 있는 다채로운 방법을 고민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스케일도 더 키우고 싶어요. 조금 더 다양한 갈등과 문제를 다루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출시 후, 게이머들이 어떤 부분에 집중해서 게임을 즐기면 더욱 재밌을까요?
메시지 극대화를 위해 게임 플레이의 다른 요소들을 사실 많이 배제했어요. 여러 번 플레이 하면서 ‘내가 이런 선택을 했더니 세상이 이렇게 바뀌었네’, 경험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다만 이 게임은 플레이어의 모든 행동을 방관해요. 어떤 행동을 해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좋다’, ‘나쁘다’를 규정하지 않아요. 수치가 나빠지면 게임이 종료되지만, 전 그게 ‘게임 오버’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현재까지 생각한 엔딩은 13개 정도인데, 결말 하나하나를 그 나름대로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어떤 게임 개발자가 되고 싶으신가요?
저는 게임을 만드는 일은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 해왔어요. 누군가가 우리의 게임을 통해 뭔가를 깨우치거나 교훈을 얻는 건 원하지 않아요. 색다른 경험을 했고,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고, 안 하면 후회했을 것만 같은 경험을 선사하고 싶어요. 스토리에만 집중되지 않고, 게임적인 부분에서 정말 특별한 재미를 느끼게 만들고 싶어요. 평범한 게임을 만들기 보다는, 이 게임이 존재해야 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당당히 답할 수 있는 그런 개발자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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