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입버릇처럼 ‘이생망’을 외치며 이번 생은 망했다고 자조하는 2030세대. 그러나 사람의 일생을 하루로 환산하면 30세는 고작 오전 8시30분. 점심도 먹기 전에 하루를 망하게 둘 수 없다. 이번 생이 망할 것 같은 순간 꺼내 볼 치트키를 쿠키뉴스 2030 기자들이 모아봤다.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맞은편 자리 A 대리님이 사라졌다. 며칠째 휑하다. 점심시간 백반집에서 궁금증이 풀렸다. 귀동냥한 B 과장님 말로는 글쎄, 5일 연차 휴가를 내고 제주도를 갔단다. 이틀 백신 휴가까지 붙여 고수의 면모를 과시했다. 체감 상 2주 만에 출근한 A 대리님. 얼굴 채도가 높아졌다. 부럽다. 나는 대체 언제 쉴 수 있는 걸까. 내 연차는 어딘가에서 쌓이고 있긴 한 걸까.
당연한 권리도 알아야 제대로 행사할 수 있다. 연차 휴가가 있는지, 어디에 물어봐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을 위해 연차 휴가 기초 상식을 총정리했다.
근로기준법 say “눈치는 넣어두자. 연차 유급 휴가(연차)는 근로자의 당연한 권리이자 그동안 근로한 대가다. 법원은 연차를 ‘근로자에게 일정 기간 근로의무를 면제함으로써 정신적·육체적 휴양의 기회를 제공하고 문화적 생활의 향상을 기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고 설명한다. 연차는 평등하다. 기간제 근로자, 인턴, 정규직 등 고용 계약 형태와 관계없이 누릴 수 있다.”
◇ 제가 쓸 수 있는 연차는 며칠인가요.
근로기준법 say “근무 기간이 1년 미만이면, 한 달 근무에 하루씩 연차가 생긴다. 예를 들어 지난 3월15일 입사해서 4월14일까지 모두 근무했으면, 4월15일에 연차 한 개가 발생한다. 이렇게 계산하면 근무 첫 해에 많게는 11일까지 연차를 받을 수 있다. 2년차부터는 지난해 80% 이상 출근했으면 15일 연차가 주어진다.”
◇ 제 연차는 대체 언제 늘어날까요.
근로기준법 say “연차는 오래 근무할수록 늘어난다. 최대 25일까지 연차를 받을 수 있다. 입사 후 3년간 일한 근로자에겐 이후 2년이 지날 때마다 연차가 1일씩 더해진다. 2~3년차는 15일, 4~5년차는 16일 , 6~7년차는 17일로 연차가 늘어나는 방식이다.”
◇ 연차 사용, 얼마나 미리 말하는 게 좋을까요.
전문가 say “사내 규정을 찾아 연차 사용 방식이나 절차가 정해져 있는지 확인해보자. 만약 사내 규정에 연차 관련 내용이 없다면? 회사 관행을 참고하자. 선임이 어떻게 연차를 사용하는지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 지켜봐도 잘 모르겠으면 적어도 연차 사용 예정일로부터 일주일 전엔 말하는 것이 안전하다. 몸이 아프던지 부득이한 사정이 있으면 당일에도 연차를 낼 수 있다. 회사에 허가만 얻으면 적법한 신청이다. 근로기준법에 ‘연차 휴가 며칠 전 통보해야 한다’고 정해져 있진 않다.”
◇ 연차는 며칠까지 붙여 쓸 수 있나요.
전문가 say “정답은 없다. 근로자에게 휴가청구권이 있다는 게 기본 원칙이다. 원하면 한 번에 전부 몰아 써도 된다. 회사나 팀 내 시선이 신경 쓰이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내 규정이나 분위기를 참고하는 게 좋다.”
◇ 연차 사유, 꼭 자세히 적어야 할까요.
전문가 say “전혀 그럴 필요 없다. 사유 때문에 연차 사용을 거부한다면 불법이다. 만약 상사가 연차 사유가 자세하지 않다거나 적절치 않다는 이유로 연차를 반려했다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소지가 높다. 특정 인물이 아닌 사내 노무 관리 전반에서 이 같은 문제가 일어나면 고용노동부에 신고하거나 근로감독 청원도 가능하다.
회사는 근로자의 연차를 거부할 수 없다. 하지만 시기를 변경할 순 있다. 근로자가 청구한 연차일에 쉬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사측이 휴가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인원 대체가 불가하거나 업무가 몰린 경우다.”
◇ 다 쓰지 못한 연차, 돈으로 받을 수 있을까요.
근로기준법 say “퇴사할 때 남은 연차가 있다면, 연차 미사용 수당을 받을 수 있다. 1년 미만 근로자도 마찬가지. 다만 법에서 정한 절차를 지켜 연차 사용을 촉진했지만 근로자가 사용하지 않은 경우, 회사의 연차 휴가 미사용 수당 지급 의무는 면제된다.
회사에서 ‘연차 안 써?’라고 묻는 건 연차 사용 촉진에 해당되지 않는다. 연차 소멸 6개월 전부터 10일간 회사가 직원에게 연차 미사용 일수를 알린 후 언제 사용할 것인지 날짜를 지정해 통보해달라고 요청(1차)하고, 그래도 연차 예정일을 알려주지 않으면 연차 소멸 2개월 전까지 해당 직원에게 연차 사용 일자를 지정해서 통보(2차)해야 한다.”
◇ 1년 일하고 탈출합니다. 연차 수당 얼마나 받을 수 있나요.
근로기준법 say “1년 동안 연차를 한 번도 쓰지 않았으면, 최대 26일치 연차 휴가 미사용 수당을 받을 수 있다. 1년 미만 근로 중 한 달 개근에 1일씩 발생한 유급휴가(11일)와 1년간 출근율이 80% 이상이면 2년차에 연차 15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근 ‘11일만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지만, 실무적으로 노동부 판단을 구하는 경우가 많기에 최대 26일이 맞다.”
근로기준법 say “4주간 평균 근로시간이 일주일에 15시간 이상이고 5인 이상 사업장에서 근무 중이라면 연차가 발생한다. 단시간 근로자의 연차 계산법은 ‘통상의 근로자 연차 일수(15일) × (단시간 근로자 1주 소정근로시간/통상 근로자 1주 소정근로시간) × 8시간’이다.”
눈치게임 중인 전국 모든 신입에게 노무사가 말한다. “근무 1년 미만 근로자에게 한 달에 한 개씩 생기는 연차는 입사 1년이 지나면 자동 소멸된다. 심지어 연차 미사용 수당도 못 받는다. 눈치보다 손해까지 보지 말고, 내 권리는 내가 찾자.”
취재도움 = 한국노총 부천상담소 ‘노동OK’, 청년유니온 노동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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