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쇼메이커’ 허수가 손에 쥔 ‘칼 한 자루’가 게임의 판도를 바꿨다.
담원 게이밍 기아는 11일 오후 8시(한국시간)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 위치한 뢰이가르달스회들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1 월드챔피언십(롤드컵)’ 그룹스테이지 A조 펀플러스 피닉스(FPX)와의 1차전에서 대승을 거두며 대회 2연패를 향한 첫 발걸음을 뗐다.
이날 경기는 미리 보는 결승전으로 통했다. 2019 롤드컵 우승팀인 중국 LPL의 FPX는 디펜딩 챔피언인 담원 기아와 더불어 이번 대회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그룹스테이지 첫 경기부터 최상위권 두 팀이 맞붙은 만큼 팬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이 가운데 세계 최고의 미드라이너로 꼽히는 허수, ‘도인비’ 김태상의 격돌에 이목이 집중됐다. 김태상은 전반적인 라인 상황을 통제하는 등 전략에 능한 선수로, FPX의 총사령관이라 불린다.
결과는 허수의 판정승이었다.
이날 허수가 ‘르블랑’을 선택하자, 김태상은 ‘갈리오’를 선택했다. 갈리오는 스킬 ‘듀란드의 방패(W)’를 통한 마법 쉴드를 보유한 챔피언이라 AP 챔피언을 상대로 강한 면모를 보인다. 김태상은 갈리오를 여러 차례 플레이 해 좋은 모습을 보였을 정도로, 갈리오에 일가견이 있는 선수다.
하지만 허수의 룬, 시작 아이템 선택이 두 선수의 희비를 갈랐다. 르블랑은 시작 단계에서 주로 부패의 물약 혹은 도란의 반지를 선택하는데, 허수는 주문력 계수가 없는 롱소드를 들고 라인전에 임했다. 여기에 룬은 감전이 아닌 정복자를 택했다. 정복자는 챔피언을 공격할 때마다 중첩을 얻고, 챔피언에게 입힌 피해량의 일부를 체력으로 돌려받는다. 주문력 대미지가 주가 되는 르블랑과는 어울리지 않는 아이템과 룬이다.
하지만 허수는 사거리가 긴 르블랑의 이점을 이용, 갈리오에게 지속적으로 기본 공격을 가하며 거세게 밀어 붙였다. 주문력을 이용한 공격이 아니다보니 갈리오의 마법 쉴드는 무용지물이었다. 자연스레 갈리오의 강점도 사라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크립 스코어(CS) 차이가 크게 벌어지기 시작했고, 김태상의 장기인 로밍을 통한 영향력 행사도 불가능했다. 밀려드는 미니언을 받아 먹는 것 외엔 별다른 선택권이 없었던 김태상은 이판사판 상단으로 합류해 전투를 열었지만, 이를 대비한 담원 기아에게 패퇴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허수는 이 장면이 사실상 이날 경기의 승부처였다고 꼽았다. 총사령관이 주춤한 FPX는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담원 기아에게 완패했다.
노 데스 플레이로 POG(플레이 오브 더 게임)에 선정된 허수는 “첫 경기가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깔끔하게 이겨 기분이 좋다”면서 “작년 롤드컵과 비슷한 패턴이다. 더 말하지 않겠다”며 롤드컵 2연패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