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김만배씨와는 연락 하셨습니까”, “그분의 존재는 무엇입니까”
월요일 새벽,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난데없는 추격전이 벌어졌다. 취재진 수십 여명이 뒤쫓는 이는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남욱(48) 변호사다.남 변호사는 지난 2009년부터 정영학 회계사와 대장동 개발 사업에 뛰어든 인물이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의혹의 핵심인 이른바 ‘대장동 4인방’ 중 한 명이다.
남 변호사는 특수목적법인(SPC) ’성남의뜰’에 불과 8721만원을 투자해 1007억원대의 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전해진다.
남 변호사는 18일 오전 5시 대한항공 KE012 편으로 인천공항에 입국했다. 수사망을 피해 미국으로 도피한 지 한 달여 만이다.
이날 남 변호사가 탑승한 비행기가 인천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5시1분. 새벽부터 B게이트 앞에는 20~30명의 취재진이 모여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남 변호사의 모습이 드러나지 않자 한숨 소리는 커졌다.
오전 5시44분, 마침내 남 변호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긴 장발에 하늘색 셔츠, 남색 후드를 입고 어깨에 회색 가방을 매고 있었다. 검찰 직원과 함께였다. 취재진 앞에 선 남 변호사에게 플래시 세례와 함께 질문이 쏟아졌다.
이후 검찰 직원과 함께 인천공항 제2터미널 5번 출구 앞에 선 차량으로 이동하기까지 짧은 거리는 남 변호사에게 항의하기 위해 나온 시민단체 관계자, 기자 30여명이 뒤엉켜 아수라장이었다.
공항 바닥에는 부서진 카메라 부품이 나뒹굴었다. 남 변호사는 이 와중에 ‘취재 열기가 대단하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이기도 했다.
남 변호사는 이날 검찰에 바로 체포, 연행됐다. 그를 기다리고 있던 서울중앙지검 호송차는 남 변호사를 태운 뒤 공항을 빠져나갔다.
‘대장동 설계·승인 몸통 국민은 알고싶다’고 적힌 플랜카드를 든 시민단체 활빈단 관계자는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면서 “원주민에게는 땅값을 후려치고 입주자에게는 분양가 바가지를 씌웠다. 반드시 배후를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남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에 출석, 대장동 의혹에 관해 조사 받을 예정이다. 앞서 남 변호사는 외교부가 여권 무효화 조치에 착수하자 LA총영사관을 찾아 여권을 반납한 뒤 여권 없이도 비행기 탑승이 가능한 여행자 증명서를 받았다.남 변호사가 이날 한 말은 “죄송하다”. 단 한 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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