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차벽 뚫고…민주노총 서대문서 2만7000여명 기습시위

경찰 차벽 뚫고…민주노총 서대문서 2만7000여명 기습시위

기사승인 2021-10-20 16:36:10
서울 서대문 사거리에서 20일 오후 민주노총 총파업대회가 열렸다.   사진=임형택 기자 

[쿠키뉴스] 이소연 정윤영 기자 =서울 서대문 사거리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총파업대회가 대규모로 열렸다. 경찰은 이날 서울 도심을 강력하게 통제했지만 총파업대회를 막지 못했다.
 
민주노총은 20일 오후 1시30분부터 서대문사거리에 집결, 오후 2시40분 총파업대회를 진행했다. 주최 측 추산 2만7000여명이 모였다. 서울적십자병원에서부터 KT&G 서대문타워까지, 경찰청 앞에서부터 영천시장 인근까지 동서남북으로 도로를 점거했다. 

참가자들은 마스크와 페이스쉴드를 쓰고 집회에 나섰다.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원들은 하얀 방진복을 입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날 집회는 첩보 작전을 방불케 했다. 오후 2시가 되자 서대문역 출구를 빠져나온 등산복 차림 남성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이들은 가방에서 노동조합 조끼와 빨간 머리끈을 꺼냈다. 또 다른 여성들도 가방에서 학교비정규직노조의 상징인 분홍색 모자와 조끼를 꺼내 갈아입었다. 

서울 서대문 사거리에서 20일 오후 민주노총 총파업대회가 열렸다.   임형택 기자 

민주노총은 이날 △비정규직 철폐 및 노동법 전면 개정 △코로나19 재난시기 해고금지 등 일자리 국가 보장 △국방예산 삭감 및 주택·의료·교육·돌봄 공공성 강화 등을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비정규직 완전철폐 소득불평등 끝장내자” “불평등세상 못참겠다 부동산 투기공화국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윤택근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우리는 줄기차게 15대 요구안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답을 듣지 못했다”며 “대통령도 정부도 하지 않는다면 우리 노동계급 민주노총이 평등한 사회를 만들겠다. 농민, 빈민, 여성, 청년, 사회적 약자와 연대해 손을 잡고 불평등 철폐를 위해 힘차게 달려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옥희 건설산업연맹 위원장도 “지금 대장동 사건에서 누가 더 돈을 많이 가져갔느냐를 따지고 있다. 이 돈은 모두 우리 건설 노동자들의 목숨값”이라며 “건설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적용도, 노조활동도 보장받지 못한다. 매년 600명씩 죽어간다. 불평등한 사회를 우리 힘으로 바꾸자”고 말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옥중 서신을 통해 “비정규직을 철폐하지 않고서는 소득불평등을 해소할 수 없다. 부동산 투기소득 환수해 부의 세습을 막아야 한다”며 “이런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노조 할 권리를 보장하고 지켜야 한다. 사회가 전환되고 정치권이 요동치는 지금이 우리의 요구를 실현할 때다. 더 큰 투쟁으로 세상을 바꾸자”고 이야기했다.

민주노총의 기습시위로 이날 서대문사거리는 극심한 교통 정체를 겪었다. 통행이 막힌 운전자들은 경적을 세차게 울렸다. 차에서 나와 항의하는 이들도 있었다. 경찰은 우회 통로를 열어 차량을 이동시켰다.
 
서울 중구 시청 인근에 집회를 막기 위한 경찰 차벽이 설치됐다. 임형택 기자 

경찰은 앞서 민주노총에 집회 금지를 통보했다. 민주노총 시위를 막기 위해 서울 중구 시청과 광화문, 종로구 서린동과 구세군회관까지 십(十)자로 차벽을 둘렀다. 골목 곳곳에도 경찰을 배치했다.

서울지하철 종각역과 종로3가역 등에서는 한때 열차가 무정차 통과했다. 지하철 출구 이용도 일부 제한됐다. 시민의 거센 항의에 경찰은 진땀을 뺐다. 한 경찰은 “정말 죄송하다. 저희도 오늘 새벽에 부산에서 올라왔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종로3가에서는 방송, 조명 장비 등을 실은 차량을 임시검문을 통해 막았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서대문역사거리에 집결, 집회를 열었다.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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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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