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교육계에 따르면 부산, 인천 등 일부 시교육청은 최근 관내 초중고교에 오징어게임과 관련, 학생과 학부모에게 주의사항을 공지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내려보냈다.
부산 한 초등학교는 지난 25일 ‘특정 매체를 모방한 학교폭력 사례 발생 우려’라는 제목의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통신문에는 “최근 유행하는 드라마 또는 영화 속 놀이를 모방해 놀이가 폭력으로 변질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건전한 놀이 문화에 폭력 행위를 결합한 변질된 게임을 즐기지 않도록 가정의 각별한 지도 부탁드린다. 연령 제한 등급 기준에 맞지 않는 미디어 시청을 금지할 수 있도록 지도하여 주시기 바란다”는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하며 탈락한 친구들을 때리거나 △’딱지치기’를 하고 지면 뺨을 때리는 행위를 예로 들었다.
시교육청 측은 구체적으로 파악한 사례는 없지만 예방 차원에서 안내했다는 입장이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인천에서 오징어게임과 관련한 학교폭력이 보고된 사례는 없다”면서도 “오징어게임이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아이들이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게임을 하다 따돌림, 구타로 이어질 수도 있지 않겠나.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차원에서 안내를 했다”고 설명했다.
부산 소재 한 초등학교 교사는 “5~6학년 아이들이 ‘우리는 깐부(오징어 게임에 나와 유명해진 은어로, 친구라는 뜻)잖아’라고 말하는 걸 보면서 확실히 오징어게임이 유행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아무리 부모가 넷플릭스로 못 보게 한다고 해도 틱톡, 인스타, 페이스북 등 SNS나 오징어게임 포맷을 따라한 지상파 예능프로그램 등 다양한 경로로 아이들이 접하고 인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뿐만 아니라 일선 학원도 나섰다. 일부 학원에서는 원생이 오징어게임을 시청 못 하도록 지도하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학원에서 금지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학부모에게 보내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런 노력에도 학생들 사이에서는 오징어게임 속 등장한 놀이를 따라하거나 ‘달고나’ 키트 등 소품이 유행하고 있다.
많은 학부모는 자녀가 오징어게임의 선정성이나 폭력성에 노출될 것을 우려한다. 자신을 경기 파주에 거주하는 학부모라고 밝힌 네티즌은 맘카페에 글을 올려 “하루는 아이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다 총 쏘는 시늉을 해서 너무 놀랐다”면서 “알고 보니 같은 반 친구가 하는 걸 따라 하는 거였다. 오징어게임을 안 보여주려고 노력해도 아이들이 이미 다 아는 것 같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가 있다는 학부모도 “아이들이 유튜브나 또래 친구들을 통해서 결국에는 다 보게 되더라”고 걱정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학생들에게 오징어게임 분장을 금지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미국 뉴욕주에서는 학교 3곳에서 금지령이 내려졌다. 이 중 한 곳인 페이엣빌-맨리어스학교는 교장 명의로 학부모에게 편지를 보내 “오징어게임 의상이 가진 잠재적 폭력적 메시지 때문에 학교 복장 규정에 맞지 않는다”고 전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미국 부모들로 구성된 미디어 감시단체 ‘부모 텔레비전·미디어 위원회’(PTC)는 지난 9일(현지시간) 논평을 통해 “부모들은 넷플릭스에서 자녀 보호 기능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