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선수단의 이름값으로 기대를 모았던 젠지e스포츠의 ‘반지 원정대’가 해체될 위기다.
젠지는 31일 오후 9시(한국시간)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열린 ‘2021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에드워드 게이밍(EDG)과의 4강전에서 2대 3으로 석패했다.
올해도 결국 ‘무관’에 그쳤다.
젠지는 지난해 대대적인 투자를 앞세워 내로라하는 선수들로 팀을 구성했다.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룰러’ 박재혁을 중심으로 ‘클리드’ 김태민, ‘비디디’ 곽보성, ‘라스칼’ 김광희를 영입해 선수단을 완성했다. 이 가운데 김태민은 SK 텔레콤 T1(SKT·현 T1)에서 리그 2회 우승, 롤드컵 4강 진출을 이끄는 등 당시 최고의 주가를 달리던 정글러였고, 곽보성 역시 리그를 대표하는 미드라이너였다. ‘반지 원정대’라 불릴 만큼 팬들의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성과는 기대 이하였다. 2년 동안 거듭 우승에 도전했지만 빈손으로 돌아왔다. ‘2020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시즌엔 준우승을 기록했고, 서머 시즌엔 3위에 그쳤다. 롤드컵에선 8강 탈락했다. 올해는 스프링과 서머에서 나란히 2위를 기록했다. 꾸준히 지적됐던 선수들의 좁은 챔피언 폭, 경직된 팀 컬러, 코칭스태프의 지휘력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던 게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슈퍼팀’ 다운 면모를 보이지 못하면서, ‘반지 원정대’도 뿔뿔이 흩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단 코칭스태프와의 결별은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4강전이 끝난 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주영달 감독은 “올해가 젠지에서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제일 부족했던 것이 많이 아쉽다. 그리고 항상 중요한 순간마다 무너졌던 부분도 아쉽다. 선수들에게 정말 고생이 많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라며 이별을 암시했다.
김광희 역시 이별을 의식한 발언을 이어갔다. 아직 계약 기간이 1년 더 남은 곽보성과 김태민과 달리 김광희는 올해로 계약이 끝난다. 김광희는 인터뷰에서 “오늘 1세트와 5세트 때 내가 게임 내에서 해줄 수 있었던 것들, 얘기해줄 수 있었던 것들이 많았는데 못 해줘 미안하다”며 “(팀원들에게) 2년 동안 고생했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머지 선수들의 거취도 현재로선 불명확한 상황이다. 아놀드 허 젠지 한국 지사장은 앞서 올 시즌도 성과가 없으면 내년엔 팀에 변화를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4강전이 끝난 뒤에는 자신의 개인 SNS를 통해 “우리는 내년 리빌딩을 준비하기 위한 오프시즌을 기대하고 있다”고 적었다. 상호 계약 해지 등을 통해 ‘새 판 짜기’에 돌입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선수들과 접촉, 계약이 가능한 스토브리그는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이 일괄 종료되는 오는 15일 이후부터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젠지가 2년 전과 마찬가지로 오프시즌 광폭행보를 이어갈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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