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과 동시에 입학한 20학번. 이른바 ‘코로나 학번’으로 불린다. 멤버십 트레이닝(MT), 대학 축제, 동아리 활동은 코로나19로 송두리째 날아갔다. 지난해 입학한 2년제 전문대학 학생들은 내년 졸업을 앞두고 있다.
2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 대다수 전문대에서는 2학기 축제를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경기 안양시 소재 연성대학교는 지난달 28일과 29일 초대가수 공연, 동아리 공연 등으로 구성된 축제를 실시간 유튜브 방송으로 진행했다. 부산에 위치한 동주대학교 역시 지난달 교내 E-스포츠 게임, 가요제, 축하공연 등으로 구성된 비대면 축제를 유튜브로 방송했다. 경기 의정부시에 있는 경민대학교는 축제 대신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는 다양한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비대면 대학 축제는 다른 대학도 사정이 같지만, 2년제 대학생은 아쉬움이 더하다. 이번이 마지막 축제이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 전문대 호텔 조리학과 20학번 김모(21)씨는 “‘대학 생활의 꽃’인 축제를 제대로 즐겨보지 못하고 졸업하게 됐다”면서 “지난해에는 강의 등이 전면 비대면이라 축제는 꿈도 꾸지 못했다. 올해는 한 달 전부터 대면 실습이 늘어나서 기대했지만, 결국 유튜브 라이브로 만족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축제뿐만 아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 리더십 트레이닝(LT) 등 오프라인 행사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학생이 대다수다. 과 혹은 동아리 활동도 중단됐다. 방역 수칙에 따라 비대면 모임 자체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캠퍼스를 정기적으로 오는 학생이 많지 않아 동아리 홍보, 활동 자체가 불가했다.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다가도 번번이 엎어진 총학생회도 실망이 큰 것은 마찬가지다. 한 전문대의 총학생회 임원인 18학번 최모(23)씨는 “봉사활동, 행사 등 다양한 계획을 세웠는데 코로나 상황이 악화해 엎어졌다. 학생들이 응모하는 온라인 컨테스트 행사 하나와 시험 기간에 간식을 나눠주는 사업이 전부였다”면서 “동아리도 타격이 크다. 태반이 잠정 중단된 상태이고 없어진 동아리도 많다”고 설명했다.
친구를 사귈 기회도 잃었다. 전문대의 원격강좌 수는 5년 동안 67배 증가했다. 지난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부설 고등직업연구소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사립전문대 원격강좌 수는 2016년 1291개에서 2020년 8만8773개로 6776%, 원격강좌 수강인원도 같은 기간 동안 13만4417명에서 336만7109명으로 2404% 늘었다.
경기 소재 한 전문대 경찰행정학과에 재학 중인 윤모(21)씨는 “과 특성상 실기 수업이 있어서 올해부터는 일주일에 한 번씩은 학교를 나왔다”면서 “반면 비대면 수업 위주인 학과생은 2년 내내 캠퍼스를 올 일이 없어 동기, 과 선후배를 직접 본 경험이 전무한 경우도 있다”고 했다.
취업과 직결되는 현장실습 참여 비율은 크게 감소했다. 전문대는 일반대에 비해 실기 수업이나 현장실습 비중이 높다. 전문자격 면허를 따기 위해 사회복지사는 160시간, 보육교사는 240시간, 간호사는 1000시간의 실습시간을 반드시 채워야 한다. 실습시간을 못 채우면 국가고시나 자격증 취득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문제는 실습 기관이나 기업이 문을 걸어 잠그면서 취업 부담이 커졌다는 점이다. 전문대생들이 주로 진출하는 호텔, 관광, 항공업계 사정이 어려워진 탓이다. 지난해 사립전문대학 학생 43만5056명 중 2만5483명(5.9%)만 4주 현장실습에 참여했다. 현장실습 참여 학생이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19년 4만5838명(10.4%)에 비해 절반 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교육부가 어려움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교육부는 지난 8월 전문대학생 취업 역량 강화 한시 지원 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총 215억원 규모로 대상은 전문대 졸업자 가운데 미취업자, 내년도 졸업예정자 등 3만명이다. 교육부는 이들에 대해 국가 공인 자격 취득 및 어학검정 수수료, 각종 교육 프로그램 이수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1인당 70만원 이내로 지원할 방침을 밝혔다.
박승영 고등직업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장실습 급감은 아무래도 코로나19 영향이 가장 크다. 관광 분야의 경우 거의 실습을 못했다고 보면 된다”면서 “졸업을 앞둔 2학년, 혹은 학교를 졸업한 뒤에라도 학생들이 유관기관에 가서 실습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꾸준히 지원하는 방안이 있다. 교육부도 전문대 취업 현황을 파악해 대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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