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포털 사이트를 검색한 결과 다수 연구용 시약 전문 쇼핑물 사이트에서 A약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쉽게 온라인 검색, 구매가 가능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최근 발생한 이른바 ‘생수병 사건’ 영향으로 보인다.
A약품은 서울 서초구의 한 회사에서 직원 2명이 생수병에 든 물을 마시고 의식을 잃은 사건과 관련, 용의자인 같은 회사 직원 강모(35)씨가 범행에 사용한 약품이다.
지난달 18일 이 회사 팀장 B씨와 직원 C씨가 사무실에서 생수병에 든 물을 마신 뒤 쓰러졌다. 용의자인 같은 회사 직원 강모(35)씨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B씨 역시 지난 23일 사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B씨와 강씨의 시신에서는 동일한 독성 물질인 A약품이 검출됐다. 강씨 집에서는 메탄올, 수산화나트륨 등 다른 독성 물질도 나왔다.
A약품은 살충제와 제초제로 사용하는 독성 물질로 색과 냄새가 없다. 먹었을 경우 구토, 기관지염, 뇌손상 등을 유발한다. 유해화학물질의 일종인 유독 물질로 분류된다.
강씨는 A약품을 인터넷에서 샀다. 연구용 시약 전문 사이트를 이용했다. 자신의 회사와 계약 관계에 있던 다른 회사의 사업자등록증을 도용했다.
검찰청 범죄분석통계에 따르면 독극물을 사용한 살인 범죄는 △2019년 8건 △2018년 10건 △2017년 3건 △2016년 10건 △2015년 11건 △2014년 12건으로 집계됐다.
유해화학물질 악용과 불법 유통을 막기 위한 노력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5년 ‘조건만남’으로 만난 여중생을 클로로폼을 묻힌 거즈로 입을 막고 숨지게 한 뒤 금품을 훔친 ‘관악구 여중생 모텔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지난 2017년부터 ‘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은 범죄·테러에 악용될 수 있는 유해화학물질을 온라인으로 거래할 경우 본인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고, 유해화학물질에 해당하는 시험용·연구용·검사용 시약을 그 목적으로 판매하는 자는 △해당 용도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과 △취급 시 유해화학물질 취급기준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을 구매자에게 고지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유해화학물질이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나 통신판매중개업자를 통해 판매되는 경우, 용도 제한이 구매자에게 제대로 고지가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 대부분 온라인 쇼핑몰은 대학, 기업, 기관에 제한을 두고 판매하고 있음에도 강씨 사례처럼 사업자 등록증 도용 등의 방법을 쓰면 개인 구매를 막기 힘들다는 허점이 있다.
전문가는 제도 보완은 필요하지만 유해화학물질 온라인 판매를 막는 등 무조건적 규제는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는 “정부가 법적으로 지정한 유해물질이 있기는 하지만, 독극물이라는 게 따로 있지 않다. 화학약품도 함량이 높아지면 독극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신분 확인 절차 강화에는 동의 하지만, 규제 방법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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