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삼성전자의 주가는 연초 대비 15.42% 떨어졌다. 한때 10만원을 넘을 것이라는 증권사 전망과 달리 지난달 6만원 후반대 까지 하락했다. 삼성전자의 매출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주가는 지지부진하다.
실적만 놓고 본다면 삼성전자가 엔비디아를 압도한다. 삼성전자의 올해 상반기 기준 영업이익은 21조9496억원으로 5조원을 조금 웃도는 엔비디아 보다 4배 이상 차이가 난다. 시총은 엔비디아가 삼성전자(419조787억원) 보다 2배 많다. 시장에서는 엔비디아의 향후 성장성을 더 높이 평가하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AI, 메타버스, 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 파워에서 갈린다고 평가받는다.
◇ 엔비디아, 반도체주 시총 1위 등극…메타버스·AI 수혜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주가는 올해 기준 약 126.70% 오르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엔비디아는 초기에는 게임용 GPU(그래픽처리장치)를 만드는 기업에 불과했으나 영역을 확장하면서 AI(인공지능), 자율주행, 메타버스 관련 대장주로 성장했다. 엔비디아는 자신의 주력 사업인 GPU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사업다각화에 성공했다.
GPU를 통해 활용되는 기술은 다양하다. 딥러닝(데이터를 반복적으로 학습)을 중심으로 하는 자율주행, 데이터센터, AI기술 등이 GPU를 통해 이뤄진다. 엔비디아의 GPGPU는 단순한 계산에 능해 AI의 딥러닝에 적합한 GPU를 업그레이드한 것으로 4차 산업의 핵심인 AI와 빅데이터, 자율주행 기술에 활용하고 있다. 실제 엔비디아는 현대차, 벤츠 등과 자율주행 사업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또한 최근 페이스북이 사명 변경(메타)과 함께 메타버스 기업으로의 전환을 발표하자 시장은 엔비디아를 주목했다. 미국의 상업은행 웰스파고의 애널리스트 아론 레이커스는 “엔비디아가 메타버스 구축을 지원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며 “엔비디아가 메타버스 사업에 뛰어들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을 것”이라며 목표 주가를 30%나 상향 조정했다.
이미 엔비디아는 메타버스를 4차산업 시대의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해왔다.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겸 CEO(최고경영자)는 지난해 10월 GPU개발자 대회에서 향후 미래는 메타버스 시대로 규정했다. 그는 “미래에는 메타버스가 인터넷의 뒤를 잇는 가상현실 공간의 주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엔비디아는 가상공간에서 자유롭게 협업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협업 플랫폼 ‘옴니버스(Omniverse)’를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 삼성전자, 사상 최대 매출에도 주가 부진…하드웨어 기반 사업 모델 시장 외면
반면 삼성전자는 올해 분기 사상 최대 매출(3분기 기준 73조원)을 발표했으나 주가는 지지부진한다. 올해 초 9만원 대를 웃돌던 주가는 현재 7만원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전 세계 기업 중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글로벌 톱10’에 드는 곳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애플‧아람코‧아마존 4곳뿐이다. 그럼에도 삼성전자의 주가는 상승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가 부진은 반도체 시장 수요 부진과 IT 공급망의 차질 등이 영향을 미쳤다. 한화금융투자 최도연 연구원은 “올해 4분기부터 발생할 메모리 업황 조정의 본질은 IT공급망의 차질”이라며 “중국 전력 제한에 의한 중국 내 IT 공장 중단은 메모리 산업에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의 매출 비중을 보면 반도체 사업은 30%를 약간 웃돌지만 영업이익률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결국 반도체 가격과 상승(사이클)은 주가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삼성전자의 비즈니스 모델도 주가 상승 동력에 영향을 미쳤다. 현재 삼성전자의 PER(주가수익비율)은 14배에 불과하다. 반면 엔비디아의 PER은 115배가 넘는다. 밸류에이션으로 본다면 삼성전자는 저평가, 엔비디아는 고평가됐다. 하지만 올해 기준 두 기업의 주가 상승률은 크게 엇갈렸다.
이와 관련 ‘국제투자전문가’이자 글로벌 투자은행 애널리스트 출신인 이남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유튜브에서 “시장은 큰 공장을 갖고 있는 자본집약적 장치산업 보다는 무형자산(소프트웨어) 기반의 기업이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며 “삼성전자의 비즈니스 모델은 30조원을 해마다 투자해야 하는 자본집약적인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유진투자증권 이승우 연구원도 올해 상반기 발표한 보고서에서 “삼성전자가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성장 또는 변화의 가능성을 시장 참여자들에게 인식시켜 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인수합병(M&A)이나 사업 조직의 변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삼성전자도 애플과 같은 IOS(소프트웨어, 스마트폰 운영체제) 기술을 갖춘 플랫폼 기업이 될 기회가 있었다. 현재 구글의 자회사인 안드로이드는 구글에 흡수되기 전 먼저(2004년) 삼성전자에 인수를 제안했지만 단칼에 거절당한 바 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