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에드워드 게이밍(EDG)의 미드라이너 ‘스카웃’ 이예찬이 활짝 웃었다. 5년 전 가장 높은 곳에 섰던 자신의 롤 모델처럼, ‘2021 월드챔피언십(롤드컵)’을 빛낸 최고의 선수가 됐다.
EDG는 6일 오후 9시(한국시간)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열린 ‘2021 롤드컵’ 담원 게이밍 기아와의 결승전에서 3대 2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팀 창단 첫 우승이다.
결승전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어지는 MVP는 한국 국적의 선수 이예찬에게 돌아갔다. 그는 이날 ‘라이즈’와 ‘조이’ 등을 이용해 맹활약하며 전장 곳곳에 영향을 미쳤다.
이예찬은 이번 대회 8강과 4강에서 경기력 기복으로 우려를 자아냈다. 캐리 라인을 맡고 있는 이예찬이 흔들리면서 EDG도 덩달아 부진했고, 8강 토너먼트부터는 매 경기가 고전이었다.
하지만 한 해 농사를 결정짓는 결승전에서는 자신의 기량을 온전히 발휘, 디펜딩 챔피언이자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담원 기아를 꺾는 데 일조했다.
이예찬은 결승전 직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T1의 미드 라이너이자 살아있는 전설인 ‘페이커’ 이상혁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페이커의 복수를 할 수 있어서 기쁘다”라며 “페이커는 내 롤 모델이다. 그가 4강에서 쇼메이커에게 패했을 때 슬펐다. 결승에서는 꼭 이겨 복수를 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예찬은 지난 2015년 SK 텔레콤 T1(현 T1)에서 연습생으로 뛰며 이상혁과 한솥밥을 먹었다. 이상혁을 존경하고 동경했으나, 출전 기회를 얻기 위해 이듬해 팀을 떠나 EDG로 이적했다.
그는 줄곧 이상혁을 롤 모델로 꼽아왔다. 이번 대회 4강전 직후엔 개인 SNS에 이상혁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with my role model, with the legend(나의 롤 모델, 전설과 함께)’라고 적기도 했다.
이예찬은 2016년 이상혁 이후 5년 만에 롤드컵 MVP를 수상한 미드 라이너가 됐다. 대회 11년 역사 동안 미드라이너가 MVP를 받은 건 이상혁과 이예찬이 유이하다. 이상혁의 어깨 너머로만 롤드컵 무대를 지켜봤던 그가, 롤 모델의 그림자를 벗어나 기어이 무대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 된 순간이었다.
이예찬은 “오늘은 내 프로 생활 중에 가장 행복한 날”이라며 눈부시게 웃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