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한 대학교 학생회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홍보물에 ‘나치식 경례’를 연상시키는 자세를 취한 사진을 실어 논란이다. 비판이 거세지자 당사자들은 나치를 옹호하려는 뜻은 전혀 아니었다며 해명문을 내고 사과했다.
7일 SNS상에서는 A 대학교 인문대 학생회 후보가 제작한 카드뉴스가 화제가 됐다. A 대학은 오는 23일 학생회 선거를 앞두고 있다. 해당 대학은 학생회 선거를 올해 온라인으로 진행 중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때문이다.A대학 인문대 학생회 선거에 출마한 재학생 2명은 지난 2일 카드뉴스를 만들어 페이스북 등 온라인상에 배포했다. 추천인 서명을 받기 위해서다. 학생회 후보로 등록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문제의 발단은 카드뉴스에 실린 후보 사진이다. 사진 속에는 정장 차림의 학생회 후보 2명(정후보, 부후보)이 손바닥을 아래로 향한 채 오른팔을 앞으로 펴고 왼손은 명치 쪽에 올려둔 자세를 취한 모습이 담겼다.
나치 경례는 과거 독일 나치 정권이 저지른 전쟁범죄를 미화하거나 용인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에서 나치 경례와 나치 관련 구호를 법률로 금지한다. 지난 2019년 말레이시아에서는 한 대학생이 졸업식에서 나치 경례 동작을 한 사진을 올렸다가 주말레이시아 독일 대사관에서 충격이라며 공식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지난 2017년에는 독일 베를린에서 중국인 관광객 2명이 나치 경례한 혐의로 체포돼 600달러의 보석금을 내고서야 풀려났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트위터 등 SNS상에는 이 사진이 빠르게 퍼져나가며 지탄을 받았다. 네티즌은 “욱일기 사진을 쓴 거나 마찬가지” “왜 사진을 올리기 전 문제 소지를 몰랐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인문대학 재학생이 이 정도의 소양도 없는건가”라고 지적했다.
해명은 오히려 논란에 불을 지폈다. 해당 후보 측은 “카드뉴스에 포함된 동작은 저물지 않는 태양을 의미한다”는 설명을 내놨는데 나치 상징 문양인 ‘스와스티카’(Swastica)가 본래 태양 혹은 천둥을 상징한다는 의미와 연관돼 “나치 경례 의혹을 인증한 꼴”이라는 역풍에 직면했다.
결국 후보측은 다시 한번 사과문을 올려 “나치에 대한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나치를 전혀 옹호하지 않는다. 카드뉴스를 제작할 때 더 신중했었어야 했다”면서 “슬로건 동작을 변경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도가 지나치는 비난이나 조롱은 자제해달라”고 덧붙였다.
사안과 관련해 A대학교 인문대학 B 선관위원장에게 입장을 듣기 위해 노력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A대학 관계자는 “경위를 파악해 보니 학생들이 불멸, 영원이라는 구호를 생각하다가 나치 경례와 유사한 부분을 간과한 점이 있다”며 나치 경례 의혹에 대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지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사과문을 올렸고 관련 게시물은 다 내린 상태”라며 “인문대 학생회 선거관리위원회 측에서 구두경고 식으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