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야심작 ‘리니지W’가 초반 흥행에 성공했다. 다만 대규모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영향으로 인한 ‘반짝 흥행’이라는 시각도 있는 만큼 장기 흥행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모바일 게임 순위 분석을 제공하는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리니지W’는 9일 기준 양대 앱마켓인 구글 플레이와 애플 스토어에서 매출 1위를 달렸다. 지난 7월 카카오게임즈의 ‘오딘’에게 1위 자리를 내준지 4개월 만에 리니지 시리즈로 다시금 정상을 탈환한 엔씨다.
업계에 따르면 ‘리니지W’는 출시 첫날 약 16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전작 리니지M의 최대 일 매출인 107억 원을 훌쩍 뛰어 넘었다. 경쟁작 ‘오딘’의 첫날 매출(70억원)보다도 두 배 이상 높다. 이용자도 상당하다. 동시 접속자 수가 100만명에 이르는 등 대부분의 서버가 혼잡 상태다.
엔씨는 앞서 출시된 ‘트릭스터M’, ‘블레이드&소울2(블소2)’ 등 신작이 연이어 부진하면서 반전 모멘텀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리니지W’ 출시 당일 주가가 폭락하는 등 악재도 있었지만, 초반 흥행으로 숨통이 트였다.
◇ ‘린저씨’ 파워 여전하네
소위 ‘린저씨’라 불리는 ‘리니지’ 시리즈의 충성 고객들이 초반 흥행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리니지W’는 대만과 일본 등 12개국에 동시 출시됐다. ‘글로벌 원빌드’를 통해 해외 게이머가 동일한 서버에서 경쟁을 펼치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기존 ‘리니지’ 시리즈와는 차별되는 지점이다. 업계는 이 과정에서 ‘리니지M’과 ‘리니지2M’의 이용자를 ‘리니지W’가 일부 흡수했고, 초반 매출 또한 크게 올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시리즈와 비교해 완화된 비즈니스 모델(BM)도 효과를 봤다. 엔씨는 과거 충성 고객을 집중 겨냥하는 전략을 펼쳤지만, 최근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추세에 맞게 ‘리니지W’에선 그 허들을 대폭 낮췄다. 이는 신규 유저의 유입과 더불어 과도한 BM에 피로감을 호소했던 충성 고객의 마음을 돌리는 결과를 낳았다.
◇ 해외 ‘린저씨’도 들썩… 인공지능 번역 서비스 등 효과
뜨거운 해외 반응도 초반 흥행에 영향을 미쳤다.
엔씨는 그간 글로벌 실적 부진이 약점으로 꼽혀왔다. 지난해 전체 매출 2조4162억 원 중 17%만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같은 기간 넥슨(44%)과 넷마블(72%)의 해외 매출 비중에 뒤처진다.
하지만 현재까지 ‘리니지W’의 해외 행보는 긍정적이다. 9일 기준 대만에서 양대 마켓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했다. 홍콩 역시 구글 5위, 애플 2위에 올랐다. 일본에서는 매출 실적이 기대 이하지만, 인기 순위 6위와 11위에 오르며 적지 않은 관심을 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리니지W’가 출시 첫날 기록한 160억 원의 매출 중 60억 원은 해외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권에서의 초반 흥행으로 전작 ‘리니지M’의 첫날 매출을 넘어선 셈이다.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인공지능(AI) 번역 서비스로 게이머들 간 소통이 자유로운 데다가, 스토리와 내러티브 중심의 게임 진행 방식으로 ‘리니지’ 시리즈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춘 전략이 제대로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엔씨는 다음해는 북미와 유럽, 남미 등으로 출시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 대규모 프로모션 효과 우려도… 장기 흥행은 지켜봐야
다만 장기흥행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엔씨는 ‘리니지W’ 출시에 맞춰 이례적으로 개인 방송인에 대한 대규모 프로모션을 실시했다. 지난 6월 카카오게임즈가 오딘을 출시하며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일각에서는 엔씨와의 파트너십을 주장하는 개인 방송인들이 거액을 들여 대규모 아이템 매수에 나선 것을 지적하며, ‘리니지W’의 초반 성과는 다소 과장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영향이 아예 없다고는 볼 수 없지만 ‘리니지W’의 초반 흥행을 단순 마케팅 효과로만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대형 게임사의 모바일 게임은 출시 효과를 보다가 서서히 매출이 하향되는 경향을 보인다. 전작처럼 오랜 기간 매출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