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일을 하다 산업재해로 숨졌는데 경찰, 노동부가 ‘사인 원인 불명’으로 결론 내렸다며 규탄하는 유가족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9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억울한 고인과 유가족에게 힘이 되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습니다. 10일 오후 3시 기준 1300여명이 동의했습니다.
청원인의 아버지는 거제 한 조선소 하청업체 소속으로 지난해 12월8일 밀폐된 공간에서 혼자 용접을 하다 얼굴과 손 등에 화상을 입은 채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응급처치로 가까스로 심장 박동은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의식을 찾지 못했고 화상까지 입었습니다. 11개월 동안 의식불명으로 병상에 누워있다가, 끝내 지난 1일 숨을 거뒀습니다.
청원인에 따르면 유가족은 여러 병원에서 받은 ‘감전에 의한 산재사고’라는 의사 소견서를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경찰, 노동부는 의학적 소견은 무시한 채 허술한 현장 조사만으로 감전 가능성이 작다고 보고 사인을 ‘원인불명’으로 결론 내렸다는 설명입니다. 근로복지공단 역시 의식 불명과 관련된 산재 신청은 모두 불승인하고 화재만 인정했습니다.
청원인은 “사고 이후 11개월 동안 가족은 아버지를 살려내기 위해 일상적인 삶을 포기했다. 원청업과 하청업체 사장님은 연락 한 번 없었다”면서 “가족은 사고 원인을 밝히고 돌아가신 아버지 억울함을 풀어드리려 장례도 미루고 조선소 정문 앞에서 싸우고 있다. 억울하게 고인이 되신 아버지와 우리 가족에게 힘이 되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는 지난 4일 해당 조선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원청에서 실시한 ‘위험성 평가’에서도 재해 노동자 작업은 감전 사고가 분기 1회 정도 발생할 위험성이 있는 작업으로 평가되어 있다. 또 작업환경측정 결과, 사고 장소에는 늘 용접 흄과 분진 등이 법적 기준치보다 3~4배 높았다. 그런데도 회사는 용접작업에 불량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공장 입구와 환기구를 수시로 폐쇄했다”면서 “노동자가 언제 질식으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방치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이어 “이처럼 명백한 노동재해였지만 경찰, 노동부, 근로복지공단, 그리고 원청업체는 원인불명으로 몰아가며 사고로 인한 모든 책임을 노동자와 그 가족에게 떠넘겼다”고 규탄했습니다. 그러면서 “사고 원인과 그에 따른 책임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고용노동부 통영지청 관계자는 “해당 사고가 업무상 발생한 중대재해에 해당하는지를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관계자는 “지난 5일부터 유관기관에 협조를 요청하고 유가족 등 관계인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김병훈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의학적 소견으로는 감전이 확실하다고 하는데 경찰, 노동부 등 조사 당사자들은 그런 부분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조사가 부실했던 것”이라며 “노동계에서 나선 뒤에야 노동부가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기로 했다. 잘못된 부분이 드러나면 바로잡아야 하고 사업주가 책임질 일이라면 마땅히 처벌 받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여러분은 청원에 동의하십니까.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