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업계가 앞 다퉈 블록체인과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을 접목한 게임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크래프톤은 다소 신중한 입장을 취해 눈길을 끈다.
블록체인 게임은 아이템을 NFT로 만들어 이용자 간 거래를 지원한다. 게임에서 수확한 아이템을 가상화폐로 환전하는 등 수익을 얻을 수 있어 ‘돈 버는 게임(Play to Earn‧P2E)’이라고도 불린다.
최근 국내 게임업계는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위메이드의 신작 ‘미르4 글로벌(미르4)’의 흥행에 고무돼있다. 지난 8월 170여 개국에 글로벌 출시된 미르4는 동시접속자가 130만 명에 이르는 등 대성공을 거뒀다. 지난 3일 진행된 실적 공개에서 위메이드의 3‧4분기 매출은 약 633억원, 영업이익은 약 174억원으로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7%나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성공 사례를 눈앞에서 본 게임업계는 앞 다퉈 블록체인 게임 개발 계획을 시사했다. 대표적으로 컴투스와 게임빌, 데브시스터즈 등이 관련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11일에는 업계 맏형 격인 엔씨소프트가 ‘돈 버는 게임’ 개발 계획을 공개해 주목 받았다. 3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어닝 쇼크’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계획에 기대감이 모이면서 엔씨 주가가 크게 뛰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이 가운데 글로벌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크래프톤은 블록체인 게임과 거리를 두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배동근 크래프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1일 열린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블록체인 기술보다는 게임 경쟁력과 재미를 갖추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배 CFO는 “NFT 게임이 시장에서 핫한 아이템인 건 알고 있다”며 해당 산업의 잠재력을 인정하면서도 “게임 속 아이템이 게임 밖에서도 가치를 가지려면 게임의 재미가 본질적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농구 스타 마이클 조던을 예로 들며 “조던의 덩크 영상과 달리 내가 농구하는 영상은 NFT 가치가 제로일 것”이라며 NFT의 핵심을 게임 자체의 매력도라고 짚기도 했다.
배 CFO는 끝으로 “지금도 우리 게임에 NFT 기술을 접목할 수 있지만 게임의 재미를 확장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게 먼저”라며 “의미 있는 결과물이 나올 때 시장에 공개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크래프톤의 대표작 ‘배틀그라운드’는 글로벌 시장에서 여전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공개된 3분기 실적에 따르면 매출액이 52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3% 증가,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6.5% 증가한 195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62.1% 증가한 1783억원을 기록했다. PC와 모바일 콘솔 분야에서 두루 상승세를 보였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가 대성공을 거둔 영향이 컸다. 이 게임은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다운로드 수 5000만건을 돌파했고 평균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4200만명을 기록했다.
크래프톤은 11일 출시한 모바일 게임 ‘배틀그라운드 : 뉴스테이트(이하 뉴스테이트)’를 통해 글로벌 시장 확장에 박차를 가한다. 글로벌 200개국에 동시 출시된 ‘뉴스테이트’는 사전 등록자 5500만 명을 기록하는 등 국내 최다 사전 등록자 기록을 세웠다. 출시 한 시간 반 만에 이용자 270만 명을 달성하는 등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