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의료기관의 10%인 공공병원, 코로나19 환자 80% 진료 여전”

“전체 의료기관의 10%인 공공병원, 코로나19 환자 80% 진료 여전”

김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취약계층 진료 기능 회복 필요”

기사승인 2021-11-16 02:30:01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공식 유튜브 계정 보글보글TV 캡처

지난해 6월 전체 의료기관의 10%인 공공병원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전체 환자의 80%를 진료하고 있었지만, 지금도 같은 상황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15일 온라인으로 열린 ‘2021 서울대학교병원 연합 공공의료 심포지엄’에서 ‘공공병원의 역할과 숙제’를 주제로 발제하며 “코로나19 초창기에는 처음이니까 공공병원에서 전체 환자의 80%를 진료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공공병원의 역할을 하는 건 좋지만, 300병상 이하의 공공병원은 중환자 진료 능력이 부족한 상황임에도 맡았다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코로나19의 중증도에 따라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300병상 이하 종합병원과 병원의 경우는 중환자 진료 제공 능력이 부족하다. 김 교수는 진료 수준이 적절하지 못해 코로나19 사망률도 높아졌을 것이며 실제 그런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대한민국의 어느 진료권에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병상 수 평균인 3.3개보다는 많다”며 “적정 규모의 병원이 있는지가 의료서비스의 질을 담보한다. 지역에 큰 병원이 없는 이유는 정부가 민간에서 짓지 않을 지역에 정부도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2월) 3차 유행 시기에 연령보전 치명률 등을 살펴보면 평소 1.5%에서 3%까지 치솟았다”며 “요양병원·시설에서의 집단감염으로 인해 중환자 병상이 부족해지면서 ‘코호트격리’ 조처를 했다. 그 결과 많은 노인 중환자가 대학병원 등에서 진료를 받지 못해 치명률이 높아진 것으로 본다. 그런데도 여전히 전체 의료기관의 10%인 공공병원이 코로나19 전체 환자의 77%를 진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병원이 코로나19 업무를 담당하며 취약계층의 의료서비스 공백이 발생해 이로 인한 초과사망도 늘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진료실적이 50% 이상 감소한 공공병원도 있다. 코로나19로 사망한 환자대비 코로나19 방역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망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정부의 방역으로 코로나19 환자는 줄였지만, 취약계층 보호에는 실패한 것이 현재 코로나19의 대응이다. ‘단계적 일상회복’은 코로나19 환자를 줄이는 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다. 국민의 삶을 가능하면 코로나19 이전으로, 아니면 더 나은 상태로 만드는 데 있다. 공공병원의 취약계층 진료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병원이 코로나19 외 진료 기능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국민으로부터도 외면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파괴적인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공공의료청 설립, 2조원 이상의 공공의료 재정 확보, 공공의료를 맡은 의사 1000명 확보 등 정치적·정책적 변화가 있지 않으면 현재 상황에서 한 발 짝도 못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건세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공공병원 간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 초기부터 질병관리청이 감염병 환자의 입원과 격리 등에 대한 통제권이 있었느냐. 이후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병상수급, 배치 등을 조정했지만, 질병청의 필시 업무에서는 국립대병원, 지방의료원 등과 연결고리가 없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공공병원이 격리병상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지도 명확하게 제시되지 못했다. 병원에 대한 컨트롤 타워는 누가할 지 등에 있어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병원에서 코로나19 진료만 전담하면 토사구팽당하게 될 것”이라며 “서울의료원도 전공의의 교육·수련 공백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했다. 인력에 대한 교육·훈련, 일반진료, 응급진료 등에서 공백이 생기게 된다. 지방의료원과 공공병원, 민간병원 등에 환자 의뢰·연계, 중증도에 따른 병상확보 등을 어떻게 교류·협력해야 하는지도 다뤄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실제 공공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덕겸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기획조정실장은 “몇 달 안에 끝날 게 아닌데, 공공병원에 쥐어진 부담은 이전과 달라지지 않았다”며 “공공병원이 향후 지속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다. 현재와 같은 시스템으로 운영된다면 추후 우수한 인력이 얼마나 남게 될지, 환자로부터 외면받을지 등이 우려된다. 사태가 위중한 만큼 공공병원이 나설 수밖에 없었던 점은 이해하지만,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 사이 배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코로나19 이후 다른 감염병 사태에서도 공공에서 중요한 업무를 맡게 될 텐데, 이를 위해선 계속 발전할 수 있는 모멘텀도 만들어줘야 한다. 자체 자가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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