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의 신작 모바일 게임 ‘블루 아카이브’가 초반 흥행에 성공했다. 국내에서 서브컬처(하위문화·게임에선 주로 수려한 작화로 그려진 2D 미소녀 캐릭터가 등장) 장르의 게임이 연이어 성공하면서, 이제는 비주류 장르가 아닌 확실한 흥행 보증 수표로 자리매김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 9일 출시된 ‘블루 아카이브’는 가상의 학원도시 ‘키보토스’에 부임한 선생님이 되어 여러 학생을 가르치며 겪는 일화를 담은 모바일 수집형 RPG다. 각기 다른 매력과 특징을 지닌 캐릭터를 모으고 육성하는 재미와, 캐릭터와의 교감과 전략 플레이 등을 앞세운 것이 특징이다.
‘블루 아카이브’는 일본 서브컬처 게임에서 볼 수 있는 설정을 과감히 차용했다. 일본풍의 일러스트뿐만 아니라, ‘샬레부속 카페’, ‘스케줄’과 ‘모모톡’ 등의 시스템을 통해 캐릭터들과 긴밀히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다양한 이용자를 아우르려 애쓰기 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해당 장르를 좋아하는 이들의 취향을 제대로 겨냥했다.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블루 아카이브’는 16일 오전 구글 플레이 인기 순위 2위, 매출 5위를 기록했다. 애플 앱스토어에서도 매출 3위, 인기 8위를 기록 중이다. 국내 모바일 게임의 주력 장르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실제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1위부터 4위까지는 ‘리니지W’를 비롯한 MMORPG가 독식하고 있다. 6위와 7위도 MMORPG다. 서브컬처를 표방한 수집형 RPG를 내세운 ‘블루 아카이브’의 선전이 더욱 눈길을 끄는 이유다.
‘블루 아카이브’와 같은 미소녀 수집형 게임이 국내 게임 시장에서 연이어 흥행을 거두면서, 이제는 관련 장르를 마냥 하위문화로만 분류할 수 없다는 시각도 힘을 얻고 있다.
2019년 당시만 해도 한국에서 서브컬처 장르의 게임은 소수의 마니아가 즐기는 비주류로 통했다. 하지만 수집과 육성이라는 묵은 방식에서 벗어나, 액션과 레이싱 등 다양한 장르가 결합되자 분위기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명일방주’, ‘붕괴3rd’, ‘파이널기어’ 등 숱한 게임들이 게이머의 관심을 모았다. ‘카운터사이드’, ‘코노스바 모바일’ 등 경쟁력을 갖춘 국산 서브컬처 게임도 나왔다.
넥슨은 ‘블루 아카이브’ 출시를 앞두고 국내 최대 규모의 디지털 광고판인 삼성역 케이팝 스퀘어와 H-Wall에 메인 캐릭터 ‘아로나’가 등장하는 대형 옥외 광고를 게시해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다. 서브컬처 게임의 위상이 달라진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제 서브컬처 게임을 ‘오덕 게임’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카카오게임즈의 우마무스메도 출시가 예정된 만큼 쌍끌이 흥행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