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10명 넘게 잘려” 초단기 근로계약 경비노동자의 눈물

“1년 동안 10명 넘게 잘려” 초단기 근로계약 경비노동자의 눈물

기사승인 2021-11-17 06:20:02
경비원 그래픽. 쿠키뉴스 자료사진

경비노동자들이 3개월 단위로 초단기 근로계약을 맺고 있다. ‘갑질’을 당해도 계약 연장을 위해 참을 수밖에 없다는 호소가 나온다.
 
16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일하던 10명이 넘는 경비노동자들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계약만료 통보로 일자리를 잃었다.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의 경비 인력은 12명이다. 

이 아파트의 경비노동자들은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5개월 사이의 초단기 계약을 반복했다. 짧게는 1개월에서 길게는 4개월 간격으로 2~3명의 경비노동자가 계약 만료 통보를 받았다. 최근 계약 만료 통보를 받은 이들 중에는 지난 2019년 아파트 입주 때부터 함께 해온 경비반장과 2년 가까이 근무해온 노동자도 있다.
 
계약 만료된 경비노동자가 작성했던 근로계약서. 사본교부가 의무이지만 회사에서 이를 지키지 않아 따로 휴대전화로 찍어 갖고 있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고용불안이 이어지자 부당한 일을 당해도 대응이 어려웠다. 계약 만료된 한 경비노동자는 “이전에도 계약 기간이 짧았지만 큰 잘못이 없으면 자동 연장됐다”면서 “지난해 12월 관리소에 실장이 새로 온 후부터 사람들이 계속 잘려 나갔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휴식 시간, 실장의 전화를 받지 않거나 부당한 지시 등에 항의하면 ‘너 다음에 계약할 때 보자’, ‘곧 자른다’는 식으로 엄포를 놨다”며 “이후 1개월짜리 계약서와 사직서를 같이 작성해야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동자도 “목구멍이 포도청이기에 다들 일자리가 절실했다. 부당한 지시와 대우에도 버텼다”면서 “실장은 ‘3개월마다 계약서를 써야 (노동자들이) 말을 잘 듣는다’며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고 다녔다”고 토로했다.

다만 아파트 위탁업체와 경비노동자 고용업체 측에서는 “해당 실장은 인사권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며 “정당한 계약 만료였다. 문제될 것 없다”고 주장했다. 부당 지시로 지목된 실장도 “갑질은 전혀 없었다”고 부인했다.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 출입문에는 “경비원도 우리의 이웃”이라는 플래카드가 나부꼈다. 이 아파트에서는 지난 1년 동안 10여명의 경비노동자가 계약만료로 일자리를 잃었다.   사진=이소연 기자

경비노동자의 초단기 계약과 이를 둘러싼 갈등은 이 아파트만의 일이 아니다. 다른 아파트에서도 3개월 근로계약이 사실상 정착하고 있다. 지난 1일 부산노동권익센터 ‘부산지역 아파트 경비·청소노동자 실태조사와 정책방안’ 조사 결과에 따르면 3개월 이하 고용계약을 맺은 경비노동자는 71.8%에 달했다. 지난 2019년 기준 서울시 경비노동자 중 근로계약 기간이 3개월 미만이라고 답한 이는 30.9%였다. 서울 지역의 한 경비 노동자는 “3개월 계약 근무는 경비업계에서 일반적”이라며 “어딜 가나 비슷하다”고 했다. 

경비노동자는 왜 안정된 일자리를 보장받지 못할까.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는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 2년을 초과해 사용할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 그러나 55세 이상은 해당 법을 적용받지 못한다. 경비노동자의 평균 연령은 60세 이상이다. 계약 또한 직고용이 아닌 하청·재하청으로 고용되는 경우가 다수다. 계약 업체가 바뀔 때, 대량 해고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유현수 성북구노동권익센터 노무사는 “경비노동자 관련해 갑질뿐만 아니라 고용불안·단기계약 문제도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일정한 고용기간을 보장하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면서 “거취가 불안한 경비노동자들이 해고·계약만료 문제를 제기하고 소송을 준비하는 것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안성식 서울노원노동복지센터장은 “노동자가 3개월짜리 계약서를 반복해 작성해왔다면 계약을 형식적인 것으로 판단, 갱신기대권을 인정해주는 사례도 있다”며 “3개월 계약 만료 후 퇴사시키더라도 부당해고 여부를 다퉈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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