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사건 가해 남성인 A씨(48)를 살인미수 및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해 수사 중이다. A씨는 지난 15일 오후 4시50분 인천시 남동구 서창동 한 빌라 3층에 거주하는 40대 여성 B씨와 60대 남성 C씨 부부, 자녀인 20대 여성 D씨 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이번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이후 여경 전체를 겨냥한 비난이 거세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여경 현장 대응을 문제 삼은 사건들이 다시 거론됐다. 비하 표현을 사용해 여경을 향한 조롱도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피해자 가족이 쓴 글이 20일 올라왔다. 22일 오후 3시 기준 동의 인원은 22만여 명에 이른다. 피해자 가족은 사건 초기부터 경찰 대응이 소극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청원인은 “A씨는 언니 자택에 매일 문을 두드리거나 계속 소음을 내고 피해를 주고 있었다”면서 경찰이 살해 협박과 성희롱, 괴롭힘 등으로 4차례나 신고가 접수됐던 사람을 아무런 조치 없이 그대로 방치했다고 했다.
피해자 가족은 여경뿐 아니라 사고 당일 경찰 대응이 총체적으로 미흡했다고 짚었다. 청원인은 “사건 당일 1층에서 언니의 비명을 들은 형부가 같이 있던 남경에게 빨리 가자고 소리치며 올라갔다. 경찰관은 공동현관이 닫힐 때까지 기다렸다가 비밀번호를 몰라 올라갈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면서 “현장에 가보면 여자가 걸어서 2층에 다다를 때까지도 문이 반 정도 닫힌다. 그 천천히 닫히는 문이 다 닫힐 때까지 무엇을 한 것인가. 현관문이 닫힐 때까지 기다렸다고 볼 수밖에 없을 정도”라고 규탄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성별 갈등으로 몰고 가는 것은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 네티즌은 “이번 비극의 가장 큰 문제는 해당 경찰이 여경인 점이 아니다. 경찰로써 응당 다해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라며 “해당 경찰관들과 가해자에 대한 엄중 처벌이 뒤따를 수 있도록 성숙한 관심과 시민 의식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경찰은 현장에서 무기 등 물리력을 사용해 징계받는 사례가 굉장히 많다. 뒤통수 맞지 않으려면 30만원 상당의 바디캠을 자비로 구매해야 하는 실정이다. 현장에서 경찰이 고민 없이 물리력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여경 무용론에 대해 “신고 중 여경을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여성 관련 신고가 많고 오히려 여경이 부족해 타 지구대에서 지원 나가는 경우도 태반”이라고 덧붙였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먼저 층간소음, 데이트 폭력 등 최근 발생하는 범죄 유형에 대한 경찰의 내부 교육이 부족한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층간소음 사건 현장 대처 방법, 강력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물리력을 과잉 사용해 문제가 되는 게 미국 경찰이라면 한국 경찰은 반대”라며 “조직 내부적으로 물리력을 가급적이면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깔려있다. 잘못했다가는 형사책임을 경찰 개인이 다 책임지는 등 불이익이 발생한다. 경찰이 위급 상황을 회피하고 몸을 사리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역시 “경찰이 총기를 잘못 사용하면 경력에 큰 오점으로 남는다”면서 “미국에서는 경찰이 행정집행 과정에서 무력 사용으로 문제가 생기면 경찰 자문 변호사 등을 지원한다. 소송에 대비할 수 있게 조직 차원에서 지원이 이뤄진다. 반면 한국은 경찰 개인이 다 알아서 하는 구조다. 경찰이 위급 상황에서 무력 사용을 고민하지 않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 적극 대응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채용방식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곽 교수는 “현장에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나를 던질 수 있는 사명감, 직업의식 등은 하루 아침에 생기는 게 아니다. 현재처럼 전공 상관없이 2년 학원 다녀서 성적 따라 뽑는 선발 방식은 문제가 있다”며 “경찰행정학과 특별채용을 적극적으로 하는 방식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여경이니 남경이니 하는 성별 갈등은 전혀 생산적인 논의가 아니다. 분명 여경이 강점 발휘하는 분야가 있고 점점 채용을 늘려가는 추세”라고 선을 그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