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성수제 부장판사)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양모 장모(35)씨 항소심에서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1심 무기징역에서 감형된 형량이다.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과 10년 간 아동학대 관련 기관 취업 제한 명령도 내렸다.
아내 학대행위를 방치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양부 안모(37)씨는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다. 또 아동관련 기관 10년간 취업 제한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신체를 이용해 강하게 쳤는지, 발로 강하게 밟았는지 확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살인죄에 있어 범행 방법은 개괄적으로 설시해도 무방하므로 이 법원은 이 두 가지 방법 중 어느 하나라는 의미에서 (장씨가) 손 또는 주먹으로 강하게 때리거나 발로 밟는 등 둔력을 강하게 행사했다고 인정한다”면서 살인 혐의를 인정했다.
2심 재판부도 1심과 마찬가지로 장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병원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도 30초 간격으로 거칠게 호흡하는 등 임종 단계의 호흡을 보였다”며 정인 양에게 이미 장간막 파열 등이 발생한 상태라고 판단했다. “장씨가 피해자 복부에 강한 외력을 행사한 게 적어도 두 번 이상”이라며 “키 79㎝, 몸무게 9.5㎏으로 쇠약해진 피해자에게 외력을 행사할 경우 사망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을 영구적으로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무기징역형을 선고하는 것이 정당화될 만한 객관적 사실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사건에 대한 사회적 공분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양형은 책임주의 원칙에 따라 신중해야 한다. 장씨가 살인 의도를 갖고 치밀하게 계획했다고 볼 수 없고 범행 이후 살인을 은폐하려고 하지 않은 점, 이 사건 전에 벌금형 외에 별다른 전과가 없고 사회적 위치나 관계가 견고했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장씨는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정인양을 상습 폭행했다. 8월에는 유모차를 밀어 엘리베이터 벽에 부딪히게 하고 유모차 손잡이를 강하게 밀치는 등 총 5차례에 걸쳐 정서 학대한 혐의도 받는다. 정인양은 이들 부부에게 입양된 지 271일 만인 지난해 10월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 정인양은 복강 내 출혈과 광범위한 후복막강 출혈, 전신에 피하 출혈이 발견되는 등 장기가 손상된 상태였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