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즈존’(No Kids Zone)에 이어 ‘노중년존’이 등장했다. 노키즈존 이후 노스터디존, 노유튜버존, 노시니어존 등 특정 집단 출입을 막는 각종 업소가 만연하고 있다.
최근 SNS상에서는 40대 이상 커플은 예약 불가를 내건 한 캠핑장이 논란이 됐다. 한 시민은 SNS에 “나이 때문에 빈정이 상했다”면서 “캠핑장을 알아보는데 한곳에서 40대 이상 커플은 예약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젊은 분들이 오는 분위기라 안 맞다는 이유”라는 글을 지난 16일 올렸다.
명백한 차별이라며 비판하는 의견이 잇따랐다. 한 네티즌은 “한국은 정말 투명한 차별주의 국가다”라는 글을 남겼다. 일상에서 이제는 너무 흔해진 ‘노00존’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어린 아이들이 발언권이 없으니까 잠잠한 것”이라면서 “노아줌마존, 노아저씨존, 노남자존 이었으면 다 차별이라며 들고 일어나지 않았겠나”라고 반문했다.
수도권 한 카라반(자동차에 매달아 끌고 다닐 수 있게 만든 이동식 주택) 캠핑장의 경우, 26일 확인한 결과 중년층은 ‘가게 컨셉’과 맞지 않는다며 예약을 받지 않고 있었다. 업주는 40대 이상 고객 외에도 남녀혼성팀, 여성 5인 이상 팀, 남성팀을 받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이 업소는 공지사항을 통해 “캠핑장은 다중이용시설이고 방음이 취약하다”며 “고성방가, 과음으로 인한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커플 혹은 여성 전용 캠핑장으로 전체 컨셉을 잡았다”고 안내했다. 이어 “카라반은 20~30대 고객, 특히 젊은 여성 취향에 맞췄기 때문에 40대 이상 고객과 전혀 컨셉이 맞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7년 노키즈존에 대해 나이를 기준으로 한 이용 제한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아동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6년 11월 제주도에서 노키즈존 식당을 운영한 A씨의 사건과 관련, 노키즈존 영업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위반이라고 봤다. 이 조항은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이나 종교, 나이, 외모 등을 이유로 차별대우를 하는 것을 ‘평등권 침해’로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는 “헌법 제11조는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 차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며 “영업의 자유가 무제한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고 봤다. 인권위는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에 따라 아동을 차별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차별금지법이 시행된다면 노키즈존이 운영되면 차별로 분류돼 운영자는 시정명령을 부과받고 불이행 시 이행강제금을 물 수 있으며, 피해자는 법률구조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차별금지법은 지난 2006년 인권위 권고에 따라 정부가 국회에 법안을 제출한 이후 15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실정이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물론 영업장이긴 하지만 어떤 장소, 공간에 특정 집단을 오지 못하게 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라며 “인위적으로 출입을 막지 않아도 사람들은 본인 세대가 편안하게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찾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공간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에게는 어떻게 보면 ‘특권’이 주어지는 셈이다. 어린이, 노년, 중년 등은 분리되고 배제되는 것”이라며 “현재 20~30대와 40~50대 세대 갈등이 굉장히 심각하다. 특정 집단을 분리하고 배제하는 것은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는 위험스러운 현상”이라고 우려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