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에서 발생한 외국 국적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 신상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여중생 집단 폭행 가해자 강력처벌, 신상공개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은 6일 오전 기준 동의 18만명을 넘겼다. 글이 올라온 지 나흘만이다.
양산경찰서는 지난 2일 중학교 1학년인 외국 국적 A양(14)을 폭행한 중학생 4명 중 2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폭행)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다른 2명은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으로 울산지법 소년부에 송치했다.
이들 4명은 지난 7월 양산시내 모처에서 피해 학생에게 억지로 술을 마시게 하고 손과 다리를 테이프로 묶고 6시간 가량 집단폭행했다.
가해 학생들은 폭행 당시 A양 이마에 A양 국적을 비하하는 문구를 적었다. A양 머리에 속옷을 뒤집어 씌웠다. 가해 학생들은 영상을 촬영해 다른 학생들에게 돈을 받고 이를 유포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청원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들에 대한 신상공개는 어려울 전망이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국민의 알권리 보장 차원과 재범 방지 및 범죄예방 등 공공의 이익에 부합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경우라는 요건에 모두 부합할 경우에만 공개할 수 있다.
다만 피의자가 ‘청소년 보호법’ 제2조 제1호 청소년에 해당하지 않아야 한다. 청소년 보호법에서 정의하는 ‘청소년’이란 만 19세 미만의 사람을 말한다. 따라서 만 19세 미만일 경우에는 중대한 범죄를 저질러도 신상공개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렇다면 가해 학생들은 어떤 처벌 받게 될까. 먼저 촉법소년인 학생들의 경우 형사책임 능력이 없기 때문에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다. 법원 소년부로 송치되면 수강 명령, 감호 위탁, 사회봉사 명령,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내린다.
만 14세 이상 만 19세 미만의 소년이 중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소년 보호사건이 아닌 일반 형사사건으로 처리되기도 한다. 그러나 소년범이기 때문에 여러 특혜가 있다.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는다. 또 일반 형사절차처럼 ‘징역 ○년’ 식의 정기형이 아닌 ‘장기 ○년 단기 ○년’ 식의 부정기형이 선고된다. 장기는 10년, 단기는 5년을 초과하지 못한다. 단기 ‘○년’만 지나면 수감생활을 얼마나 잘했냐에 따라 바로 사회로 복귀한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해당 사건으로) 기소된 가해자들은 합의를 통해 기소유예나 벌금형을 받고, 촉법소년의 경우에는 보호관찰에서 끝날 가능성이 높다”면서 “경미한 범죄는 선도 차원에서 끝나는 게 맞지만 강력범죄는 청소년이라도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 사회봉사명령 등 보호처분이 요즘 청소년들에게는 사실상 처벌로 느껴지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청소년 범죄에 대해 피해자들의 입장이나 관점이 간과됐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형법은 피해자들의 보복을 대신해주는 측면이 분명 있다. 국가가 이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면 사적 보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형사미성년자를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것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할 때”라고 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청소년 범죄 엄벌 요구 목소리가 높은 맥락을 잘 이해해야 한다”면서 “피해자는 몸과 마음이 망가졌는데 가해자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일상생활 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공정과 정의라는 시대 화두와 어긋나는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형평성이라는 측면에서 당국과 관계 기관에서 여론이 주는 메시지를 적극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