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피해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엄단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5일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갑질지수 및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21.4%다. 지난 9월7일부터 14일까지 엠브레인리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사측 또는 가해자가 무고죄, 명예훼손 등으로 형사 고소를 하거나 손해배상 민사소송으로 협박하는 경우도 있다. 이로 인해 일부 피해자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주저한다. 노동자들은 직장갑질119에 “대표가 지급한 성과급을 반환하라고 강요했다.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과 임금체불로 진정을 하려는데 무고죄로 고소할까 못하고 있다” “신고하고 싶지만 무고죄나 명예훼손죄로 역고소할 것 같아 무섭다” 내용으로 상담을 요청했다.
직장갑질119는 “신고를 취하하게 하려는 협박이 대부분”이라며 “실제 고소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고소로 이어지더라도 대법원판결에 따라 무고죄가 성립하기 매우 어렵고, 손해배상도 인정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 2008년 “단지 신고 사실 정황을 과장하는 데 불과하거나 허위인 일부 사실의 존부가 전체적으로 보아 범죄 사실 성립 여부에 영향을 줄 정도에 이르지 않는다면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실제 사례도 있다. 지난해 직장 내 성희롱을 신고한 20대 여성이 가해자로부터 무고 고소 및 손해배상 청구를 받았다. 지난해 12월 무고 불기소가 결정됐다. 검찰은 “피의자가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는 점, 회사 직원들에게도 강제추행 피해 사실을 알린 점 등을 고려할 때 피의자가 허위로 고소인을 무고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혐의를 입증할 증거 또한 부족하다”고 봤다. 지난달 19일 법원은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원고의 청구를 기각,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라”고 판시했다.
다만 피해자를 위한 더 촘촘한 보호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노동자 등을 해고하거나 그밖의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남녀고용평등법에서도 사업주는 성희롱 사실을 신고한 노동자 또는 피해노동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고용노동부에 신고된 4301건의 직장 내 괴롭힘 중 불리한 처우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사건은 15건에 불과했다.
직장갑질119에서 활동하는 윤지영 변호사는 “성희롱과 괴롭힘은 그 증거를 확보하기가 만만치 않다. 이런 이유로 오히려 회사나 가해자가 무고로 역대응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무고 고소나 손해배상 청구가) 형식적으로 적법한 행위라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권리 행사를 가장한 불합리한 처우라면 적극적으로 불리한 처우로 판단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