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는 요즘 가장 뜨거운 키워드 중 하나입니다.
메타버스라는 용어는 닐 스티븐슨이 1992년 발표한 소설 ‘스노우 크래시’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초월’이라는 의미의 ‘메타’와 ‘세계’라는 의미를 가진 유니버스가 합쳐진 말인데요. 최근에는 아바타의 모습으로 구현된 개인이 3차원의 입체 가상 세계에서 사회·문화·경제적 활동을 하는 플랫폼으로 통하고 있죠.
메타버스 플랫폼 속 가상공간에선 친구들과 BTS 콘서트에 참여하고, 때론 여행도 떠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부동산 거래도 가능한데요. 지난달엔 메타버스 플랫폼 디센트럴랜드의 디지털 부동산이 61만8000마나, 한화로 약 29억원 상당에 팔려 주목 받기도 했습니다.
메타버스는 ‘미래 먹거리’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많은 기업들이 투자에 나선 상황입니다. 일례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페이스북’도 사명을 ‘메타’로 바꾸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죠.
이에 힘입어 메타버스 시장 규모도 매년 커지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이머전 리서치는 지난해 476억9000만 달러(약 57조400억원) 수준이던 세계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매년 40% 이상 성장해 2028년엔 8289억5000만 달러(약 991조4000억원)에 이를 거라고 내다봤습니다.
한편으론 고개를 갸웃하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사실 이런 메타버스라는 개념은 1990년대 후반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했거든요. 이 가운데 생산 활동과 유저 간의 소통이 핵심이었던 커뮤니티 게임은 지금의 메타버스와 가장 가까웠던 포맷이 아닐까 싶습니다.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 장르의 게임이 국내에서 대세로 자리 잡기 전인 2000년대 초반, 커뮤니티 게임은 여성 유저를 중심으로 제법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조이시티’와 ‘해피시티’, ‘고고시’ 등 비슷한 장르의 게임이 해를 거듭해 출시되기도 했죠.
커뮤니티 게임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사냥이나 PvP(유저 대결)가 없다는 건데요. 대신 일상에서의 삶을 가상세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2002년부터 2014년까지 서비스 됐던 ‘해피시티’를 중심으로 얘기를 풀어볼까요. ‘해피시티’에선 ‘전사’나 ‘마법사’와 같은 직업군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대신 여러 용품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재료를 채집하는 ‘자브리’와 ‘주스리’, 옷을 만드는 ‘의장이’, 가전제품을 만드는 ‘주장이’, 중개 거래로 이윤을 남기는 ‘거래사’ 등 현실과 밀접한 직업이 존재했습니다. 각각이 ‘해피시티’라는 가상세계의 톱니바퀴를 이루는 사회 구성원이었던 셈이죠.
‘해피시티’에서는 결혼도 가능했습니다. 네임드(유명한) 유저가 결혼식을 여는 날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는데요. 종종 네임드 유저가 결혼식을 찾은 하객들에게 답례품으로 아이템을 뿌리기도 했습니다. 결혼을 한 뒤엔 다른 유저를 입양해 가족을 꾸릴 수도 있었는데요, 이밖에도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유저들과 친목을 다지곤 했습니다. 이러한 시스템이 몰임갑과 더불어 유저 사이를 더욱 끈끈하게 만들어줬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꿈조차 꾸기 힘든 내 집 마련도 ‘해피시티’에선 가능했습니다. 집을 꾸민 뒤 친한 유저들을 초대해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수다를 떨곤 했습니다. 부유한 사람들은 각 마을마다 16개 밖에 없는 '리치빌'에 살거나, 보다 넓고 세련된 디자인의 집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현실 세계를 쏙 빼닮은 부분도 있었죠.
현실 사회의 축소판이다 보니 타인에게 상처를 입는 일도 허다했는데요. 콘텐츠 부족 등의 이유도 있었지만, 적지 않은 수의 유저들이 가상세계 속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입고 게임을 떠났습니다. 대표적으로 부부 간에는 집 내부의 아이템을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을 노린 ‘사기 결혼’이 떠오르네요.
그렇다면 ‘해피시티’와 지금의 메타버스는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요?
지난 3일 온라인으로 열린 ‘청강 게임 컨퍼런스 2021’ 행사에서 유티플러스의 유태연 대표는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게임과 무엇이 다른지 오랫동안 고민했다”면서도 “물건을 구매한다거나 3D 공간에 모여 회의를 진행하는 등 ‘생산적인 활동’을 병행한다는 점이 기존 게임과 메타버스의 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해피시티’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는 단지 게임 속 콘텐츠로 소비될 뿐이지만, 메타버스 세상에선 현실의 경제 활동과 직결된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최근엔 NFT(대체불가능한토큰)와 블록체인 기술의 결합을 통해 게임 내 생산 활동으로 현실 세계에서 수익을 얻는 게임도 등장했죠.
유 대표는 메타버스가 새로이 주목 받게 된 배경으로 세 가지 이유를 꼽았는데요.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시대의 도래,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 기술 발전에 따른 진입 장벽의 완화, 시대의 흐름에 따른 플랫폼 선정을 꼽았습니다.
그의 말처럼 메신저를 통한 비대면 간담회, 화상회의는 어느새 일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무궁한 자유도를 가진 ‘오픈월드’ 게임도 속속 등장하고 있고요. 가상세계를 생생히 경험할 수 있는 VR 기술도 나날이 발전 중입니다. ‘로블록스’라는 메타버스 선도 플랫폼도 등장했고요. 새 시대의 물결이 일제히 메타버스를 향하고 있는 것이죠.
전문가들은 메타버스의 개념이 정립되고, 플랫폼 구현이 구체화되면 세간의 의뭉스런 시선은 사라질 거라고 예측합니다. 메타버스 플랫폼이 대중화 된 우리네 사회의 풍경은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해집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