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칸 수능 성적표…수험생‧평가원 소송 시작

빈칸 수능 성적표…수험생‧평가원 소송 시작

'수능정답 효력 정지' 첫 인용...생명과학Ⅱ 점수 공란
재판부 빠른 결론 내려도 대입일정 차질 불가피

기사승인 2021-12-10 16:00:46
10일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를 받아보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악재가 겹쳤다. 사상 초유로 문항 정답 확정 유예 사태가 발생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한 학습 결손을 고려하지 않은 ‘불수능’도 논란이다.

교육부는 10일 지난달 18일 치러진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를 배부했다. 생명과학Ⅱ 점수는 공란으로 비워졌다. 문항이 출제 오류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법원은 성적표 배부를 하루 앞두고 “1심 본안 판결 전까지 생명과학Ⅱ 20번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결정한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라”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수험생들이 평가원을 상대로 낸 정답결정처분 취소 집행정지신청에 대해 일부 인용 결정했다.

재판부는 생명과학Ⅱ 20번 문제 정답을 ⑤번으로 결정한 (평가원) 처분 효력이 유지될 경우 신청인들은 금전으로 보상할 수 없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이날 오후 3시 첫 변론기일을 열고 재판을 시작했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전날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법원 집행정지 결정 영향을 받은 수험생 6515명의 생명과학Ⅱ 성적은 추후에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수능 생명과학Ⅱ에 응시한 92명은 지난달 18일 20번 문항에 오류가 있다며 평가원을 상대로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생명과학Ⅱ 전체 응시생(6515명)은 전체 수험생의 1.5%다. 하지만 생명과학Ⅱ는 서울대와 의예과 등에서 지정 또는 가산점을 부여하는 과목이라 상위권 입시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18일 서울 영등포 여의도고등학교에 마련된 수능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앞두고 자습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평가원은 본안 소송 판결이 조속히 나오도록 요청하고 이 판결을 토대로 최종 성적 처리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재판부가 빠른 결론을 내리더라도 대입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높다. 평가원 공신력에도 타격이 갈 수밖에 없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평가원도 문제 전제에 오류가 있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정답을 찾을 수는 있기 때문에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입장”이라며 “치명적 오류를 내놓고도 굉장히 고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영수보다 상대적으로 응시인원이 적은 탐구과목을 가볍게 보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문제 검정 시스템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면서 “전원 정답 처리가 되더라도 해당 문항 변별력이 없어지는 것이므로 결과적으로 피해자는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이라고 덧붙였다.

수능 난도도 논란이다. 국영수 모두 예년보다 어렵게 출제됐다. 표준점수 최고점을 보면 국어영역은 149점을 기록했다. 가장 어려운 수능으로 평가된 2019학년도보다 1점 높다. 표준점수는 수험생의 원점수와 평균 성적의 차이를 나타내는 지표로 시험이 어려울수록 높다. 수학 역시 표준점수 최고점이 147점으로 지난해(가·나형 각각 137점) 보다 10점 뛰었다. 영어는 1등급 비율이 전년 대비 반토막 났다. 수험생 44만8138명 중 전 과목 만점자는 단 1명이다. 

일각에서는 교육과정 수준과 범위를 벗어나는 문제 출제는 수능 목적에 위배될뿐만 아니라 사교육에 부채질을 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평가원은 수능의 목적을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는 출제로 고등학교 학교 교육의 정상화에 기여’라고 명시하고 있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수능 수학영역(공통과목+선택과목) 46문항을 분석한 결과, 9개 문항(19.6%)이 고교 교과과정 수준과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김상우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교육혁신센터 연구원은 “이번 수능은 문·이과 통합으로 치러진 첫 시험이다. 수학 영역 평가 방법도 개편되는 등 여러 변화가 있었다. 복합적 요인이 작용해 난도 조절에 실패했다고 보인다”면서 “수능이 대학 입시 ‘도구’로 변질되면서 변별력이 갈수록 더 중시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 출제는 코로나19뿐 아니라 시험 제도 변화로 힘든 시간을 보냈을 학생들에게 또 다른 고통을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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