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제주지방기상청과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19분 제주 서귀포시 서남서쪽 41km 해역에서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후 이날 오전 5시30분까지 약 12시간 동안 총 13차례 여진이 발생했다. 규모는 1.3~1.7 수준이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제주에서 접수된 신고 중 건물 벽면에 균열이 발생하거나 유리 창문이 깨지는 등 재산 피해는 4건이었다. 내용은 베란다 바닥 타일이 벌어졌거나 창문 깨짐, 주택 내부 벽면 균열 발생, 주방 바닥 기울어짐 등이다. 나머지 110건은 흔들림을 느낀다는 신고였다.
제주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카페 내 귤밭에 있는 돌담이 무너지는 피해를 입었다. A씨는 “큰 공사 차량이 지나가는 것처럼 진동이 있었다. ‘두두두두’ 소리와 함께 카페에 쌓아둔 잔들이 ‘찰랑찰랑’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크게 흔들린 건 4~5초 정도”라며 “재난 문자 알림음이 들리자 손님들과 함께 모두 바로 바깥으로 나갔다”고 설명했다.
제주시 한림읍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김모(35·여)씨는 “처음에는 기차가 달리는 소리가 났다. 그러더니 땅바닥이 ‘우르르’ 거리면서 건물이 한번 통째로 휘청거렸다. 5초 정도 흔들림이 감지됐다”면서 “전기가 잠깐 나갔었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수제맥주 상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B씨는 “처음에는 바깥에서 소리가 크게 나서 대로에서 교통사고가 난 줄 알았다”면서 “재난문자를 보고서야 지진이라는 걸 알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맥주병이 떨어지거나 하는 피해는 없었지만 여진이 있다고 해서 병들을 바닥으로 일부 옮겨놨다”고 덧붙였다.
이번 지진은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중 역대 11번째 규모에 해당한다. 가장 규모가 컸던 지진은지난 2016년 9월12일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7km에서 발생했던 규모 5.8 지진이었다.제주에서 발생한 지진 중에는 가장 크다. 이전까지는 지난 2008년 5월31일 오후 9시59분 제주시 서쪽 78km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4.2 지진이 가장 컸다.
계기진도 5는 거의 모든 사람이 진동을 느끼고 그릇, 창문 등이 깨지기도 하며 불안정한 물체는 넘어지는 수준이다. 계기진도 4에서는 실내에서 많은 사람이 느끼고 밤에는 잠에서 깨기도 하며 그릇과 창문이 흔들린다. 3의 경우 실내, 특히 건물 위층에 있는 사람이 현저하게 느끼며 정지하고 있는 차가 약간 흔들린다. 2의 경우 조용한 상태나 건물 위층에 있는 소수의 사람만 느낀다.
피해가 적었던 이유는 지진이 육지가 아닌 바다에서 일어났고, 단층이 수직이 아닌 수평으로 움직인 덕분이다. 이번 지진은 한반도 주변 남해·서해에서 주로 발생하는 주향이동단층 운동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주향이동단층은 단층 상반과 하반이 단층면을 따라 수평으로 이동하는 단층이다. 단층이 수직으로 이동했을 경우 같은 규모 지진이라도 피해가 훨씬 커질 수 있었다.
기상청은 여진이 앞으로 계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상진 기상청 지진화산정책과장은 브리핑에서 “규모 4.9 정도의 지진이 발생한 후에는 상당히 긴 기간 동안 여진이 계속 발생할 수 있다”며 “수개월에서 1년 정도 이어질 수 있어 지속적인 감시·대응이 필요하다. 제주도를 포함한 인근 주민들은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