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23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구 대표에게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에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보류했다가 면소된 것으로 간주한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던 것과는 다른 판단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양육비 지급과 관련한 문제는 개인 간의 채권·채무가 아닌 공적 관심 사안”이라면서 “사인이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차원을 달리하는 문제다. 사적 제재가 제한 없이 허용되면 개인의 사생활이나 인격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의 신상정보에는 신원을 특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얼굴 사진을 비롯해 세부적인 직장명까지 포함돼 있다”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이런 정보가 필요한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양육비 문제 당사자가 아님에도 이혼 가정의 고통을 해결해주기 위해 이런 행위를 해 참작할 배경이 있다. 사적인 이익을 취한 것도 없다”며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고 제도를 마련하는 데에도 기여한 바가 있다”고 선고유예 이유를 설명했다.
구 대표는 항소심 선고 후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선고유예이지만 유죄 판결이다. 유죄가 인정되면 앞으로 양육비 해결 운동 등이 여러 제약을 받을 수 있다”며 “상고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는 무죄가 나왔다. 항소심에서도 3만5000여명의 시민이 무죄 탄원서를 제출했다”며 “국민의 법 감정과 법원의 판단이 차이가 큰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배드파더스는 지난 2018년 7월 개설됐다.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얼굴과 이름, 직업 등을 공개했다. 당시 법으로는 양육비 지급을 강제할 수 없었다. 신상이 공개된 부모들은 사진을 내려달라며 양육비를 보내기 시작했다. 수백여명이 배드파더스를 통해 양육비 분쟁을 해결했다.
갈등도 있었다. 구 대표는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을 공개한 혐의로 재판에 서게 됐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는 배심원 7명 모두가 무죄라고 판단했다. 구 대표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활동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7월부터 양육비 해결을 위한 법이 시행됐다. 배드파더스를 포함, 양육비 해결단체에서 꾸준히 목소리를 낸 결과다.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신상을 정부 차원에서 공개하고, 출국금지·운전면허 정지 등의 조처도 가능해졌다. 이에 구 대표는 지난 10월 배드파더스 사이트를 폐쇄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