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 집을 찾아가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석준(25)에게 피해자의 집 주소를 알려준 흥신소 운영자가 검찰에 넘겨졌다.
이석준은 지난 10일, 전 여자친구 A씨 어머니와 동생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구급차는 신고 접수 후 20분이 지나서야 도착했다. 간단한 응급 처치 도구가 실린 소방 펌프차 ‘펌뷸런스’(Pumbulance)가 먼저 도착했다. 하지만 펌뷸런스는 전문 처치와 환자 이송은 불가하다. 구급차는 신고 접수 41분 후 병원에 도착했고 A씨 어머니는 숨졌다. 바로 6km 떨어진 곳에 구급차가 있었지만 출동하지 못했다. 확진자 이송 뒤 소독 작업 중이었기 때문이다. 현장에는 다른 소방서의 구급차가 동원됐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지난달 25일 서울 강북구 한 재래시장 앞에서 60대 남성이 지인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다. 피해자가 쓰러진 곳에서 가장 가까운 119안전센터는 차량으로 2~3분 거리에 있었다. 그러나 다른 소방서에서 구급차가 출동하며 17분 후에야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서울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최근 관내 구급차 163대가 전부 확진자 이송 업무에 나가서 즉시 출동 가능한 구급차가 단 한대도 없는 경우가 잦아졌다. 서울소방재난본부의 경우 지난해 47만7900여 건이었던 구급차 출동 횟수는 올해 들어 11월까지 50만2200여 건으로 증가했다. 이 중 코로나19 환자 이송을 위해 구급차가 출동한 횟수는 지난해 2만7693건에서 올해 4만8178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코로나19 확진자를 이송할 병상을 찾기 힘든 것도 관내 구급차 공백이 생기는 원인 중 하나다. 병상이 정해질 때까지 현장에서 하염없이 대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남 보성에서 근무하는 한 구급대원은 “지역에 있는 응급의료기관이나 거점 병원은 이미 포화상태다. 대학병원으로 주로 이송하는데 거리가 멀어 이동에만 왕복 2~3시간이 기본”이라면서 “병원에 자리가 없어서 길바닥에서 몇 시간씩, 심지어는 오후 8시에 출동했다가 오전 11시까지 밤새도록 기다린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의심, 확진 환자를 옮긴 구급차는 이후 다른 응급 현장에 곧바로 투입하지 못한다. 감염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소독을 마친 뒤에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소방 당국은 코로나19 의심 환자를 이송했다면 20분, 확진 환자는 1시간 소독을 거치게 하고 있다.
시군구 단위의 경우 구급차 부족 상황이 더 심각하다. 전남 영암에서 근무하는 한 구급대원은 “수도권과 지방의 장비 차이가 많이 난다. 수도권의 경우 구급차가 소방서 직할 센터에는 2대씩, 119안전센터에는 1대씩 있다. 그런데 시군구 단위는 직할 센터라도 배치된 구급차는 1대”라며 “그 구급차마저 코로나19 확진자나 의심 환자를 이송하느라고 공백이 생기면 다른 지역에서 구급차가 동원된다.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적어도 10분에서 15분이 걸린다. 심정지 환자 등 위급한 환자의 경우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대책을 강구 중이다. 소방청은 22일 전국 소방관서에 사용 연한이 다됐지만 운용이 가능한 구급차 137대를 추가 투입하고 운영인력(간호사 또는 1급 응급 구조사) 확보 방안을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소방재난본부는 소방 펌프차와 구급차가 동시에 출동하는 펌뷸런스 체제를 지난 15일부터 시행 중이다.
박석호 한국노총 소방노조 전남본부 위원장은 “현재 인력과 장비로는 구급차가 현장에 5분 이내에 도착해야 한다는 규칙을 지킬 수 없다”면서 “지방 시군구에도 직할센터에 구급차 2대씩 배치되고, 구급차 3인 탑승을 2인 탑승으로 변경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 위급 상황인데 아무리 기다려도 구급차가 오지 않는 상황이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병원 병상 확충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2년 가까이 코로나19를 막아낸 119구급대원들도 심신이 많이 지쳐있다”면서 “질병관리청이나 행정안전부 등 관계 부처의 관심과 예산 증대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