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인권센터는 지난 21일 서울대 행정대학원 A 교수와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B 교수가 청소노동자 사망과 관련 온라인에 게재한 글에 대해 인권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서울대 학생처장이었던 A 교수는 지난 7월 자신의 SNS에 “고인의 명복을 빈다”면서 “한 분의 안타까운 죽음을 놓고 산 사람들이 너도나도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 게 역겹다. ‘악독한 특정 관리자’ 얘기는 모두 사실과 멀다”고 주장했다. 갑질 의혹을 받은 팀장을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옹호했다. 논란이 일자 A 교수는 “‘피해자 코스프레 역겹다’ 부분은 정치권을 두고 한 말”이라며 글을 삭제했다. 이후 같은 달 12일 사의를 표하고 학생처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기숙사 기획시설부관장이었던 B 교수도 같은 달 기숙사 홈페이지에 “노조에서 안타까운 사건을 악용해 근무환경이 열악하다거나 직장 내 갑질이 있었다는 등 사실관계를 왜곡하면서까지 일방적인 주장을 펼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며 “안타깝고 슬픈 사고이지만 산재 인정을 받기 위해 성실히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관리자를 억지로 가해자로 둔갑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글을 올렸다. 기숙사생에게 문자로도 공지했다. B 교수는 지난 8월 기숙사 부관장 보직 사의를 표했다.
인권센터는 A 교수의 게시글에 대해 “고인의 유족 및 동료 미화팀 직원의 인권을 침해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피해자 코스프레하는 것이 역겹다’,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부분은 인권감수성이 부족한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B 교수의 게시글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당시 학내 보직자였다는 점 △고인에 대한 애도가 필요한 기간이었다는 점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민감도 및 고인의 유족과 동료의 입장 등에 대한 충분한 배려가 필요했다는 점 등에서 인권감수성이 부족한 표현이 게시글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다만 이들의 행위가 인권침해에 해당된다는 소수의견도 있었다. 결정문에는 “(이들의 발언은) 고인의 유족 및 동료들에게 상처가 되기 충분하다”, “진상조사 결과 발표 전 사실관계를 단정하거나 유족은 자기결정권 없이 노조의 뜻에 따라 수동적으로 이끌려 다니는 표현을 한 것도 부적절하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7월 팀장의 갑질 의혹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내렸다는 점도 명시했다.
지난 6월26일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였던 고(故) 이모씨가 건물 내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심근경색에 의한 병사였다. 유족과 노조는 사망 이유로 과도한 업무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지목했다.
같은 달 9일부터 청소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필기시험이 실시됐다. 각 건물의 준공연도를 묻고 ‘관악학생생활관’을 영어·한자로 쓰게 했다. 회의시간 드레스코드도 지시됐다. 남성에게는 정장 또는 남방과 구두, 여성에게는 “회의 자리에 맞는 최대한 멋진 모습으로 참석해 달라”고 했다. 노조에 따르면 드레스코드에 따르지 않았다는 공개 지적도 있었다.
서울대는 지난달 갑질 의혹을 받은 팀장에게 경징계에 해당하는 ‘경고’ 처분을 내렸다. 경고는 경고·견책·감봉·정직·해고 중 가장 가벼운 징계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