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 박기태 “이제는 주도적으로 캐리할게요” [쿠키인터뷰]

‘모건’ 박기태 “이제는 주도적으로 캐리할게요”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1-12-24 15:00:18
프레딧 브리온 탑 라이너 '모건' 박기태.   사진=강한결 기자

‘모건’ 박기태에게 2021년은 지옥과 천당을 오간 시즌였다. 지난해까지 LPL(중국 프로리그)에서 뛰던 그는 2021년부터 한화생명e스포츠(이하 한화생명) 유니폼을 입고 ‘LoL 챔피언스코리아(이하 LCK)’에 데뷔했다. 스프링 스플릿 기간 박기태는 종종 흔들렸지만, 전반적으로 무난한 모습을 보여줬다. 한화생명도 스프링 스플릿 최종 순위 3위를 기록하면서 나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서머 스플릿 한화생명의 경기력은 눈에 띄게 저하됐고, 최종 순위 8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박기태 역시 팬들의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선발전을 기점으로 짜릿한 반전 드라마가 시작됐다. 한화생명은 롤드컵 8강이라는 값진 결과를 따냈고, 박기태는 정규시즌의 부진한 폼을 끌어올리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스토브리그가 시작되고 그는 한화생명과 상호 합의로 계약을 종료했다. 심사숙고 끝에 박기태가 선택한 구단은 프레딧 브리온(이하 프레딧)이었다. 지난 15일 성수 프레딧 연습실에서 만난 박기태는 “이제는 조금 더 주도적인 마인드로 경기를 캐리하고 싶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안녕하세요. 시즌 끝나고 어떻게 지냈나요?

이번에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마무리했어요. 빨리 코로나 상황이 잠잠해졌으면 좋겠네요. 휴가 이후에는 넷플릭스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죠. ‘지옥’을 재밌게 봤는데 ‘아케인’은 2화까지 봤습니다.

2019부터 LPL에서 뛰다가 지난해 LCK로 이적해 1년을 보냈어요. 

확실히 LCK 수준이 LPL보다는 높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한국에서는 가족과 만나기도 쉽고 의사소통하기 편하다는 장점도 있었죠. 음식이 맞지 않아서 고생했다는 선수들도 많았는데, 저는 중국 요리가 나름 나쁘지 않았어요. 다만 심적으로 고생한 부분도 있었어요. 중국에서도 비판은 받았지만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건 덜했어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직접적으로 비판에 직면하잖아요. 양쪽 모두 일장일단이 있었네요.

아쉬운 모습도 있었지만 롤드컵 8강이라는 성과를 냈어요. 시즌을 마친 소회가 궁금해요.

돌아보면 많은 일이 있었어요. 서머 스플릿은 힘든 일도 많았는데 그나마 시즌 최종 성적이 롤드컵 8강이어서 다행이라 생각했어요. 롤드컵을 치를 때 저희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모두 보여드리지 못해서 아쉬움도 있어요. 그래도 돌아보면 다 같이 고생했기에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따낸 것 같습니다.

지난해 멋진 모습을 보여줄 때도 있었지만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모건은 라인전이 약하고 캐리력이 떨어지는 선수”라는 얘기가 많았죠(웃음). 결국 이런 인식을 바꾸려면 내년 시즌에는 제가 증명하는 수밖에 없겠죠. 프로게이머는 결국 결과로 보여줘야 하는 직업이니까요. 특히 방어력이 높은 탱커 챔피언이 아닌 ‘브루저(전사형 챔피언)’를 할 때는 다소 숙련도가 떨어지는 모습도 나왔어요. 탱커 챔피언은 LPL 시절부터 자주해왔기에 익숙하고 편안하다는 생각이 있어요. 물론 더 멋진 모습을 위해서는 다른 챔피언도 보여줘야 하는데 그동안은 두려운 마음이 있었어요. 이적 이후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래도 롤드컵 선발전부터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면서 부정적인 여론을 바꾸기도 했어요. 중요한 순간 어떤 마음으로 임했는지 궁금합니다.

손대영 감독님께서 항상 중요한 순간마다 하신 말씀이 있어요. “마음 편하게 플레이하면 게임 수준이 높아진다”고 항상 강조하셨어요. “후회 없이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보여주자”는 손  감독님 말씀 이후 긴장이 풀려서 어느 정도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멘털이 흔들렸을 때는 어떠한 노력을 했나요?

게임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힘든 순간이 와요. 제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자괴감이 올 수도 있죠. 흔들릴 때마다 저를 잡아준 것은 팬들의 응원이었어요. 제게 힘을 주시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더 좋은 플레이를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저 역시 스스로 정한 목표를 위해 마음을 잡았습니다.

프레딧 브리온 탑 라이너 '모건' 박기태.   사진=강한결 기자

이적을 결정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한화생명과의 상호계약해지 이후 팀을 알아보던 중 프레딧 측에서 제의가 왔는데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서 이적하게 됐습니다. 한화생명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상호 합의로 계약해지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한화생명에서 정말 행복하게 1년을 보냈어요. 정말 운이 좋아 ‘쵸비’ (정)지훈이, ‘데프트’ (김)혁규 형 등 좋은 선수들과 함께 경기에 나서게 됐죠. 물론 거기서 제가 잘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스스로 위축되는 일도 있었어요. 팀과 저 모두에게 좋지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도 사무국 분들과 코칭스태프, 1년 동안 함께한 선수들에게는 항상 고마움을 느낍니다.

프레딧의 어떠한 점이 마음에 들어 팀을 옮기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이전부터 프레딧은 선수 간의 호흡이 잘 맞고 저점이 높은 팀이라고 생각했어요. 만약 프레딧에 가면 저도 주도적으로 게임을 이끌어 갈 기회가 생기고 스스로를 더 어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이번에 제가 증명하는 게 제일 중요하겠죠. 

이적 후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게임에 대한 마음가짐이 달라졌어요. 아시다시피 프로의 세계가 냉정합니다. 그동안 저는 제가 굳은 일을 하고 돋보이지 않아도 이기면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게임을 주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이 변했어요. 스스로의 실력과 팀플레이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았어요.

내년 시즌 프레딧에는 '소드' 최성원 선수와 주전경쟁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사실 저는 성원이 형에 대해 잘 몰랐어요. 각종 이슈 등이 있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죠. 그런데 직접 만나보니 정말 좋은 사람이더라고요. 성원이 형은 몸 관리를 위해 스트레칭도 꾸준히 해요. 입담과 성격도 좋아서 완전 분위기메이커예요. 저도 한화생명에서 그런 역할을 했는데 못 따라가겠더라고요(웃음).

그리고 형이 휴식을 가졌지만 솔로랭크도 열심히 하면서 꾸준히 연습에 매진했어요. 서로의 장점을 흡수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면 모두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선수들 소개도 부탁드려요.

‘엄티’ (엄)성현이 형은 보이는 그대로 정말 ‘인싸(친화력이 좋은 사람)’예요. 파이팅이 뛰어난 형이에요. ‘라바’ (김)태훈이 형은 이전에 한화생명에서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백종순 여사님의 밥을 먹었던 정 때문인지 굉장히 잘 챙겨줬어요. 다소 의외는 ‘헤나’ (박)증환이 형이었는데요. 처음 봤을 때는 굉장히 낯을 많이 가렸는데 알고 보니 다 콘셉트더라고요. 정말 귀여운 형입니다. 1살 동생 ‘딜라이트’ (유)환중이는 정말 재밌는 막내에요. 다들 성격도 좋아서 분위기는 최상입니다.

그렇다면 최우범 감독님의 인상은 어땠나요?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굉장히 비슷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많다고 느꼈어요. 저를 잘 이해해주셨고요. 이제는 정말로 저만 잘하면 될 것 같습니다. 감독님, 증명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독님께서 특별히 강조하신 부분도 있나요?

항상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세요. “서로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확실하게 알 수 없으니 확실하게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합을 맞추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예를 들자면 제가 라인전을 하면서 다소 어려운 상황이면 ‘알아서 로밍이나 갱을 오겠지’라고 넘겨짚는 게 아니라 확실하게 ‘탑이 어려우니 와줘’라고 말해야 하는 거죠. 

프리시즌 패치가 진행되면서 많은 변화가 생겼는데요. 탑 메타는 어떨까요?

일단 탱커 챔피언의 힘이 빠질 것 같아요. 반대로 브루저의 영향력이 커지겠죠. 최근에는 ‘빅토르’도 방어력 아이템을 올리면서 브루저처럼 싸우더라고요. 이제는 ‘요네’까지도 탑에 나오잖아요. 결국 챔피언 숙련도를 올리는 것이 제일 중요할 것 같습니다.

차기 시즌 경계되는 팀이 있다면요?

서머까지 예상하기에는 무리가 있어요. 스프링은 서로 합을 맞추는 단계이기에 개인 실력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의미로 본다면 젠지e스포츠가 정말로 강력할 것 같습니다.

2021년은 말 그대로 다사다난한 해라고 볼수 있었던 것 같은데요. 박기태 선수에게 2021년은 어떤 의미였는지 궁금합니다.

정말로 여러 가지 일이 있었죠. LCK에 데뷔했고 처음으로 롤드컵 무대를 밟기도 했습니다. 힘들었던 부분도 있었지만 돌아보면 얻은 게 더 많은 해였습니다. 프로게이머에게 경험은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 소중한 해였습니다.

다가올 2022년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요?

올해 얻은 경험과 배움을 잘 조리해서 멋진 요리를 만들어서 보여드리고 싶어요. 정말 열심히 해서 증명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라인전 능력, 챔피언 폭 등 약점은 보완하면서 제가 가진 장점은 유지해야겠죠. 

팬분들도 저를 언제나 기대할 수 있는 선수로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올해 프레딧전에서 제가 ‘레넥톤’으로 전령 앞 전투에서 1대 3으로 싸워 이긴 적이 있어요. 물론 경기는 졌지만 스스로 정말 만족감이 컸습니다. 내년에는 레넥톤 뿐 아니라 다른 챔피언도 잘 하는 선수로 기억됐으면 해요.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내년부터 프레딧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가게 됐는데 멋진 모습 보여드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
강한결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