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가장 많은 사람이 뜻을 검색한 단어는 무엇일까.
인기 단어와 신조어로 2021년을 돌아봤다. 네이버 사전은 사용자들이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많이 찾은 단어 상위 100개를 지난 20일 공개했다. 기간은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다.네이버 국어사전 조회 수 1위 단어는 가스라이팅이다. 가스라이팅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올해 초 배우가 연인을 가스라이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단어가 널리 알려졌다.
가스라이팅은 데이트폭력 사건에서 자주 등장했다. 연인 관계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6월 20대 청년 두 명이 고교 동창을 두 달가량 서울 마포구 한 오피스텔에 감금·고문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숨진 남성은 사망 당시 34kg 심각한 저체중 상태였다. 성인 남성이 동년배 친구들로부터 감금생활과 임금착취,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점에서 가스라이팅 의혹을 받았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와 관련된 단어도 눈에 띈다. 위드코로나(코로나19를 예방하며 일상생활을 해야 하는 시기)는 5위, 언택트(비대면)는 14위, 기저질환(어떤 질병의 원인이나 밑바탕이 되는 질환)은 80위였다.
29일 0시 기준 전세계에서 집계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144만여명으로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신종 변이 ‘오미크론’ 때문이다. 미국은 24만3099명, 프랑스는 17만9807명, 영국은 12만9471명 등 하루 최다 확진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국은 2주 전까지만 해도 7000명대를 기록했지만 이날 5409명으로 집계됐다. 주요 외신은 28일(현지시간) WHO(세계보건기구)가 오미크론 위험도를 ‘매우 높음’으로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성(性)과 관련된 단어도 등장했다. 페미니즘을 따르거나 주장하는 사람을 뜻하는 페미니스트는 많이 검색한 단어 23위였다. 생물학적 성이 아닌 사회적·문화적 성을 가리키는 젠더는 34위에 올랐다. 성별로 의견이 대립하는 젠더 갈등으로 상반기가 뜨거웠다. 지난 5월 GS25 편의점은 가정의 달을 맞아 캠핑용 식품 등을 판매한다는 이벤트 포스터를 공개했다. 포스터 속 손모양이 여성주의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아’에서 남성을 비하할 때 쓰는 상징과 비슷하다는 논란이 일었다.
시작에 불과했다. 프랜차이즈 브랜드, 지방자치단체와 경찰 홍보물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신조어 ‘허버허버’, ‘오조오억’ 등의 단어도 남성 혐오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를 사용한 웹툰, 연예인 SNS에 대한 온라인 공격이 잇따랐다.
중국의 수출 제한 조치로 ‘요소수 대란’이 일었던 세태를 반영하듯 요소수(자동차 촉매제)는 11위에 등장했다. 대중문화도 영향을 끼쳤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에 등장한 깐부(딱지나 구슬 등도 공동관리하는 한 팀)는 13위였다. 영화 ‘자산어보’와 연관이 있는 정약용은 22위, 자산어보는 많이 검색한 단어 72위에 이름을 올렸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화제가 된 단어 윤슬은 81위에 올랐다. 윤슬은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이라는 뜻을 가진 순우리말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윤슬을 태그한 게시물은 6만5000여개에 달한다. 많은 이들이 강물을 찍은 사진과 해당 단어를 함께 사용해 게시물을 SNS에 올렸다.
‘옵세’, ‘잼민이’, ‘무야호’ 등 신조어도 눈길을 끌었다. 사용자가 직접 단어 뜻을 등록할 수 있는 네이버 오픈사전에 등록된 뜻에 따르면 옵세는 공부만 하는 사람을 부정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영어 단어 ‘Obsessive’(어떤 것에 사로잡힌, 강박적인)가 어원이다. 잼민이는 ‘급식충’과 함께 온라인상에서 무개념 행동을 하는 아동, 청소년을 비하하는 단어다. EBS (한국교육방송공사)가 공식 트위터 계정에 해당 표현을 썼다가 사과했다.
무야호는 ‘신났다’는 뜻의 신조어다. 지난 2010년 방영된 MBC ‘무한도전’ 알래스카 특집에서 처음 등장했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미국 알래스카에 있는 한인회관을 방문했다. 무한도전 프로그램에 대해 아냐는 질문을 받고 현지 한인 최규재씨는 “저희가 많이 본다”며 ‘무한도전’ 구호 대신 “무야호”라고 외친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11년이 지난 지금 다시 화제가 됐다. 지난달에는 최씨가 무야호를 외친 영상의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가 950만 1000원에 낙찰됐다. MBC가 출시한 NFT 상품 가운데 최고가다.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