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닉온 “곧 저희만의 세계관도 보여드릴게요” [글로벌게임허브센터]

유닉온 “곧 저희만의 세계관도 보여드릴게요” [글로벌게임허브센터]

기사승인 2021-12-30 07:00:02
장누리 유닉온 대표와 28일 판교 글로벌게임허브센터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문대찬 기자

[편집자주] 글로벌게임허브센터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콘텐츠진흥원이 설립한 중소게임기업 인큐베이팅 지원시설이다. 판교 제2테크노벨리에 위치한 이곳에는 현재 50개의 게임개발사, 30개의 창업준비팀이 입주해 꿈을 키우고 있다. ‘2020 대한민국 게임대상’서 ‘굿게임상’을 받은 ‘MazM: 페치카’의 제작사 ‘자라나는 씨앗’도 글로벌게임허브센터에서 성장한 개발사다. 이밖에 게이머들의 주목을 받는 개발사도 여럿 있다. 쿠키뉴스는 글로벌게임허브센터에 입주한 게임사들의 이야기를 3주간에 걸쳐 게이머에게 전하고자 한다.


유닉온 주식회사는 그야말로 ‘폭풍 성장’ 중이다. 개발에 뛰어든 지난 6년간 쓴잔도 수차례 들이켰지만,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유닉온만의 개성이 담긴 게임을 출시하고 있다. 올해 2개의 게임을 공개한 유닉온은, 현재는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신작 개발에 돌입하는 등 정신없이 바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2020년 법인 사업자로 등록한 작년 기준으로 1억 원 규모에 그쳤던 매출은 올해 10억 8000만 원으로 10배 가까이 뛰었다.  

유닉온은 장누리(30) 대표를 비롯해 이야기를 사랑하는 멤버들이 가득 모인 개발사다. 지금은 유명 웹툰과 웹소설의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한 게임을 주로 만들지만, 언젠간 그들만의 세계관으로 게이머의 사랑을 받길 바라고 있다. “반전의 재미가 살아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장 대표를 만나 그와 유닉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유닉온의 장누리(30) 대표입니다. 아트 디렉터로 활동 중이고요, PD로서 프로젝트와 기획도 맡고 있습니다. 여기저기 맡고 있는 소방수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웃음).

유닉온이라는 팀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려요.

저흰 2020년에 법인으로 등록한 팀이에요. 사람들이 흥미진진한 사건에 기꺼이 빠져들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걸 추구하는 개발사예요. 현재는 총 11명 정도가 함께 일을 하고 있고 대부분은 여성  분들이에요. (사무실 분위기가 너무 좋은 것 같던데요.) 그런가요(웃음)? 8명 정도는 저와 년 단위로 알고 지냈던 사람들이에요. 제가 게임을 만든 지가 벌써 6년 정도 됐는데 팀으로 활동하면서 마음이 맞고 성실하고,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했던 분들을 스카우트 해왔어요. 가장 짧게 알고 지낸 기간이 1년 반 정도니까, 다들 얘기도 잘 통하고 소통도 원활해요.

올해 1월 출시된 '모퉁이 뜨개방 with 카페'.   유닉온

그동안 유닉온이 개발한 작품들을 소개 부탁드립니다.

첫 번째는 ‘모퉁이 뜨개방 with 카페’인데요. 가게를 방문한 손님들에게 차나 인형을 만들어 파는 카페 운영 시뮬레이션 모바일 게임이에요. 동명의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죠. 작가님의 요청으로 주인공 얘기가 게임에선 빠져 있어요. 아쉽긴 하지만 저희가 오리지널 캐릭터를 만들어서 게임을 제작했어요. 마침 초창기에 함께 시작했던 팀원 3명이 모두 소설 작가를 희망했던 친구들이어서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두 번째는 ‘헬프 미!’라고, 유튜버 ‘닥터 프렌즈’와 콜라보 한 게임이에요. 스팀으로 출시가 됐고 인기 게임 1위에 오르기도 했어요. 병원에 찾아오는 캐릭터의 이야기를 듣고 치료제를 처방하거나 미니게임을 통해서 치료하는 시뮬레이션 장르의 게임이에요. 마음이 아플 때 병원 가기를 주저하는 분들이 있잖아요. 게임을 통해 병원에 대한 심리적 문턱을 조금이나마 낮추고 싶었고, 내 마음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만들었어요.

현재 개발 중인 작품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롤랑롤랑’이라는 동명의 네이버 웹툰을 기반으로 한 러닝 게임을 만들고 있어요. 사람으로 변신하는 강아지들의 좌충우돌 모험기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주요 키워드 세 개가 있습니다. ‘강아지’와 ‘엉덩이’, ‘발바닥’입니다. 귀여운 원작 그림체로 구현된 강아지가 앞으로 달리는데, 게이머에겐 엉덩이가 전면에 보이는 구도예요. 정말 귀여운데, ‘꼬순내(고소한 냄새)’를 게임에서 낼 수 없는 게 아쉬울 따름이에요(웃음). ‘롤랑롤랑’을 포함해서 앞서 출시했던 게임들은 모두 올해 세상 밖으로 나왔어요. 뜨개방은 올해 초, 헬프 미는 7월에 출시됐어요. 법인 사업자가 되면서 직원도 생겼고, 저도 책임감이 생겨 쉴 수가 없더라고요. 정말 ‘열일’했습니다(웃음).

올해 7월 출시 된 '헬프 미!'.   유닉온

웹툰이나 웹소설 등 유명 IP를 바탕으로 게임을 제작하고 계신데, 이유가 있나요?

제가 한 때 장르 소설을 썼던 적이 있었어요. 세계를 창작하고 인물을 창작하는 데 매력을 느꼈거든요. 10대 후반, 20대 초반에 정말 열광적으로 좋아했었죠. 그러다가 우연히 팀에 합류하게 된 3명이 전부 소설을 썼거나, 관심이 있었던 친구들이었어요. 스토리에는 힘이 있다는 걸 아니까 우리 걸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게임 개발을 했는데, 전부 망했어요. 인재도 없고 시간도 없고 돈도 없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게임 IP로 사랑을 받는 건 소설보다 더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그 시기와 맞물려서 IP 시장이 한창 성장 중이였어요. 게임화 된 IP도 많이 나왔고요. 그런데 이상하게 유명 원작을 기반으로 한 게임은 힘이 빠지더라고요. 그래서 ‘우리가 이걸 가지고 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죠. 소설도 창작해 본 경험이 있으니 독자들이 뭘 원하는지도 알고 있고, 게임을 만들어 봐서 게이머 마음도 알고 있으니 우리가 해보자고 결심했어요. 완벽하진 않았지만, ‘원작 웹툰 게임 중인 이 게임이 최고다!’라는 반응을 남겨준 분들이 있어서 행복했어요. 의미 있는 매출이 나온 것도 좋아요. 매번 지원만 받는 처지였는데, 제 손으로 직원들에게 월급을 줄 수 있다는 게 뜻 깊었어요. 

물론 우리 IP에 대한 욕심은 여전히 남아 있어요. 사실 저희가 IP를 바탕으로 게임을 만들고 있는 건, 버텨내고 시간을 벌기 위함도 있지만 이 IP를 어떻게 녹여내야 게임으로 재밌게 즐길 수 있을까를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해요. ‘롤랑롤랑’이 출시되고 나면 다음 게임은 자체 IP를 바탕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내후년정도면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의 출시 계획들을 알려주세요.

현재 사용성 테스트(QA)를 마쳤어요. 내년 9월 달 모바일로 정식 출시를 보고 있어요. 다른 플랫폼 출시도 열려 있어요. 퍼블리셔 분들께 콘솔 출시 제안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 내년 1월에는 ‘헬프 미’의 모바일 버전이 나오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글로벌게임허브센터에 입주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네요.

제가 경기게임아카데미를 나왔어요. 졸업을 하는 시점에 이곳 허브센터에 ‘게임 벤처 4.0’이 마련된다는 얘기를 듣고 아카데미 졸업생들과 우르르 지원서를 넣었죠. 임대료도 무료에다가 공과금도 적게 내는 이만한 곳이 없었거든요. 그렇게 초창기 때 함께 들어온 분들 가운데 우리와 함께 일을 하게 된 분도 있어요. 다른 개발사의 사장님이었는데, 순수문학과를 나와서 자신만의 세계관으로 게임을 만들고 싶어 했던 분이었어요. 그런데 게임이 잘 안돼서 좌절하고, 옷가게를 한다고 하시는 거예요. 이전부터 열심히 일하고 똑똑한 분이라고 생각해서 눈 여겨 보고 있던 터라, ‘내 오른팔이 있으니 왼팔을 하시라’고 제안해서 현재는 유닉온 부사장 직함으로일을 하고 계세요(웃음).

글로벌게임허브센터에 들어와서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들려주세요.

아마 제가 여기서 도움 받을 수 있을만한 건 전부 도움 받았을 거예요(웃음). 가장 많이 받았던 건 QA예요. 횟수 제한이 있는데 가득 쓰고 있어요. 또 입주사를 대상으로 법률, 세무 관련한 컨설팅을 진행해주거든요. 규모가 작은 팀일 때는 활용할 일이 없지만, 그래도 회사를 준비한다고 하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제일 큰 도움은 장소 지원이죠. 제일 돈이 많이 들어가는 부분이니까요. 저흰 ‘벤처 4.0’에서 2년을 살다가, 아래층으로 내려와 생활한지 1년이 됐어요. 중간에는 더 넓은 호실로 이사도 한 번 했고요. 여기서도 3년 꽉꽉 채워서 나갈 거예요(웃음). 

글로벌게임허브센터에 더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QA 횟수가 4번이고 컨설팅 횟수도 4번으로 너무 적어요(웃음). 입주사가 되는 정도면 인원이 6명 이상은 돼야 하거든요. 세무도 필요하고 노무도 필요하고 컨설팅도 필요한데, 4번의 횟수는 너무 적은 것 같아요. 저는 더 필요합니다. 하하! 

최근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늘어나면서 게임산업의 규모도 커진 상황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중소게임사가 많습니다. 한국 게임산업의 근간이 되는 풀뿌리 게임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어디든 그렇겠지만 게임은 더 그런 것 같아요. 성공할 때까지 버티는 게 중요한 거요. 개인적으론 버티기 위해서 필요한 게 장소와 인재였어요. 이런 공간이 앞으로도 더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향후 유닉온이 게이머에게 어떤 게임사로 기억됐으면 하나요?

앞으로 기존 IP 뿐 아니라 우리가 직접 만든 세계, 캐릭터와 흥미진진한 사건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길 바라고 있어요. 세심하게 구축한 세계와 어디엔가 살아있을 것만 같은 캐릭터, 반전의 재미가 살아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언젠간 픽사 디즈니가 생각나는 매력적인 게임사로 기억되고 싶어요.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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