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셧다운제가 도입 10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셧다운제는 내년 1월 1일부로 폐지된다. 2011년 11월 20일 시행된 후 약 10년 만이다.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컴퓨터 게임 중독을 방지하고 수면 시간을 보장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16세 미만 청소년은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게임을 할 수 없고, 게임 제공자가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셧다운제는 입법 당시부터 잡음이 잦았다. 게임을 중독 물질로 규정하는 등 기성세대의 편견과 몰이해에서 비롯된 제도라며 업계와 게이머의 반발에 부딪혔다.
지금껏 실효성 논란도 끊이질 않았다.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율이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일부 효과도 봤지만 게임 시간제한과 수면의 인과관계 증명 실패, 게임 과몰입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학업 스트레스라는 연구 결과 등이 나오면서 제도 존속 여부를 놓고 논의가 뜨거웠다.
아울러 PC에서 모바일로 옮겨간 게임 생태계, 유튜브 및 넷플릭스와 같은 OTT에 대한 접근성이 강화 된 최근에는 PC 게임 사용시간만 엄격히 통제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재홍 게임물관리위원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위원장이 아닌 개인 의견을 전제로 셧다운제는 유명무실한 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현환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산업국장 역시 “셧다운제 배경인 청소년 보호 목적은 논리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해 국감에서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체 설문조사에 의하면 ‘셧다운제 시행으로 청소년의 삶의 질이 올라갔나?’라는 물음에 응답자 3570명 중 76.6%가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자녀의 게임 이용은 학부모가 책임져야 한다는 응답도 74%에 달하는 등 제도와 밀접한 가정 내에서도 부정 평가가 높았다. 당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셧다운제는 사실상 손을 놓았다고 보면 된다. 유명무실한 법”이라고 귀띔했다.
갖은 논란에도 꿈쩍 않던 여가부는 지난 7월 유명 게임 ‘마인크래프트’ 논란이 터진 뒤에야 백기를 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서비스하는 12세 이용가 게임 ‘마인크래프트’가 셧다운제로 인해 한국에서만 19세 이상만 구매할 수 있는 게임이 되면서 부정 여론이 들끓었고, 정치권까지 셧다운제 폐지 법안을 연달아 내놓았기 때문이다. 결국 여가부는 8월 ‘셧다운제도 폐지 및 청소년의 건강한 게임이용 환경 조성 방안’을 발표하며 한 발 물러섰다.
다만 여가부는 셧다운제에서 ‘게임시간 선택제’를 도입한다. 보호자와 자녀가 자율적으로 게임 이용 시간을 조절하게 하는 것이 골자다. 김경선 여가부 차관은 “게임이용에 청소년의 자기결정권과 가정 내 자율적 선택권이 보장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됐다”며 “관계부처와 협조해 게임이용 교육과 정보제공을 확대하는 한편,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치유 캠프 운영 등 청소년의 건강한 일상회복을 위한 지원을 강화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업계 일각에선 이를 놓고 게임에 대한 정치권의 인식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전직 개발자는 “자율이라고 해도 여전히 게임을 과몰입 유발 요소, 규제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