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글로벌게임허브센터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콘텐츠진흥원이 설립한 중소게임기업 인큐베이팅 지원시설이다. 판교 제2테크노벨리에 위치한 이곳에는 현재 50개의 게임개발사, 30개의 창업준비팀이 입주해 꿈을 키우고 있다. ‘2020 대한민국 게임대상’서 ‘굿게임상’을 받은 ‘MazM: 페치카’의 제작사 ‘자라나는 씨앗’도 글로벌게임허브센터에서 성장한 개발사다. 이밖에 게이머들의 주목을 받는 개발사도 여럿 있다. 쿠키뉴스는 글로벌게임허브센터에 입주한 게임사들의 이야기를 3주간에 걸쳐 게이머에게 전하고자 한다.
소울게임즈는 ‘드래곤라자 온라인’, ‘묵향 온라인’ 등을 개발한 엄태도(43) 대표가 수장으로 있는 중소개발사다. 앱 마켓의 태동과 함께 1인 개발에 뛰어든 엄 대표는 어느덧 20명의 직원들과 함께 게임을 개발 중이다. ‘루나 온라인’의 IP(지식재산권)를 이용한 ‘루나 모바일’로 아시아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소울게임즈는 올해 말 ‘레이더즈’ IP를 기반으로 한 차기작을 출시할 예정이다. 소울게임즈 구성원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사 IP를 담은 게임 개발이다. 회사 이름처럼 언젠가는 영혼을 담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엄 대표를 7일 판교에서 만났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소울게임즈 대표 엄태도(43)입니다. 2001년 1월부터 게임 업계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이소프넷이라는 회사에서 ‘드래곤라자 온라인’, ‘엔에이지 온라인’, ‘묵향 온라인’ 등을 개발했습니다.
1인 개발에 뛰어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당시 창업 붐이 많이 일었어요. 아이폰3가 나오고 앱스토어가 나오면서 1인 개발자도 간단한 캐주얼 게임을 만들어 매출을 만들 수 있는 구조가 생겼어요. 이전까지만 해도 통신사에 게임을 납부하고 수수료 70~90%를 냈는데 앱스토어가 나온 뒤론 수수료가 대폭 낮아졌거든요. 처음엔 큰 게임을 개발해서 운영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그런데 개발을 하다 보니까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웃음).
소울게임즈는 어떤 회사인가요?
2013년 홀로 소울 게임즈를 창업했습니다. 이후 10여년 정도 회사를 이어오면서 13년에 법인을 설립했고, 지금은 스무 명 정도의 직원들이 함께하고 있어요. 처음 회사를 꾸렸을 땐 캐주얼 게임으로 시작했다가 인원이 늘고 난 뒤에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를 개발했죠. 2020년 8월부터 ‘루나 모바일’이라는 게임을 서비스 중입니다.
그간 소울게임즈가 개발한 대표적인 게임 몇 가지를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첫 번째로 공개한 건 ‘미밍’이라는 캐주얼 퍼즐 게임이에요. 2012년부터 개발을 시작했죠. KT의 ‘오 마이 갓’이라는 플랫폼에서 론칭을 했는데, 반응이 괜찮아서 중국 샤오미 게임 센터에도 한국 게임으로는 최초로 론칭을 했어요. 이때가 좋은 기회였는데, 아쉽게 잘 살리지는 못했어요.
이후엔 ‘루나 온라인’의 IP를 갖고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전 직장 사장님이 자사 IP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셨기에 가능했죠. 고민하다가 수집형 RPG로 방향을 잡았는데, 비슷한 장르의 게임들이 많이 나와서 출시를 포기했죠. 이후 나온 게 ‘루나 모바일’이에요. 태국에서 아주 성과가 좋았어요. 매출 5등까지 달성하기도 했으니까요. 이후엔 한국과 필리핀에도 론칭을 해서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어요. 상반기 정도에는 대만 론칭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차기작 계획은 있으신가요?
‘레이더즈’의 IP를 가지고 만드는 MMORPG 차기작이에요. 모바일 게임으로, 지난해 11월부터 개발을 시작했고 출시는 올해 말 정도로 예상하고 있어요. ‘몬스터헌터’와 같이 대형 몬스터를 캐릭터들이 공략하는 게임인데, 당시 개발비가 많이 들어갔던 게임으로 알고 있어요. 크게 성공하진 못했지만 특징은 확실히 갖고 있는 게임입니다. 현재 많이 나오는 형태의 MMORPG에서 살짝 벗어난 방식으로 개발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시장의 선호도에 부합하는 적절한 수준에서 특징을 살리면서 개발하고 싶어요.
또 메타버스 플랫폼 하나를 준비 중이에요.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없었던 1~2년 전부터 준비했던 건데요. 통합형 월드를 만들고, 개별 방을 만들어서 사람들끼리 움직이고 얘길 하는 환경을 제작 중이에요. 투자를 바라고자 시작한 건 아니에요. MMORPG를 만들면서도, ‘게임이 아닌 다른 것들도 준비해보자’라는 생각에서 꾸준히 준비한 콘텐츠죠.
사실 창업 직전에 몸을 담았던 회사에서 나만의 연예인을 만들어 성장시키는 게임을 기획했어요. 회사 반대에 부딪혀 진행시키진 못했지만 지금의 메타버스와 유사한 방식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꿈꿔 왔어요. 저는 지금의 메타버스를 둘러싼 흐름이 실체가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언제든 분위기와 전망도 바뀔 수 있다고 보는데, 이전부터 제작했던 만큼, 굴하지 않고 꾸준히 길을 걸을 생각이에요.
업계에 오래 몸을 담으셨는데, 메타버스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정해진 용어가 아니기 때문에 개발자들마다 생각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어떤 분은 메타라는 개념을 크게 생각하는데, 그것이 플랫폼이죠. 작게 바라보시는 분은 메타버스를 게임으로 생각하고요. 어떤 분들은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를 예로 들면서 예전부터 있었던 것이라고 말하시기도 하죠.
어쨌든 저는 결국 메타버스는 플랫폼으로 귀결될 거라고 보고 있어요. 모두가 ‘애플’이고 ‘구글’일 수 없으니까요. ‘메타(페이스북)’ 등 소수의 기업들이 플랫폼을 독점하겠죠. 다만 메타버스와 함께 언급되는 NFT(대체불가능한토큰)는 게임 쪽에서 더욱 확장될 수 있다고 예상합니다. 현재도 게임 내 아이템은 넘버링, 즉 고유의 번호가 없을 뿐이지 NFT와 유사하거든요.
지금 다들 메타버스가 뜨니까 선점해야 된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아요. 저희는 그런 흐름에 편승하는 건 지양하고 있어요. 큰 회사는 가능하겠지만 저희 같이 작은 회사는 메타버스와 게임 개발을 병행하기가 쉽지는 않거든요. 그저 짬을 내서 우리의 것을 열심히 개발할 뿐이죠.
글로벌 게임허브센터에 입주하게 된 계기를 들려주세요.
예전엔 이런 지원센터가 얼마 없었어요. 과거 삼성전자에서 자체 OS를 만들었을 당시에, 거기 들어가는 앱을 만드는 회사들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센터 공간을 빌려줬던 적이 있어요. 거기서 창업을 했는데, 얼마 못 가 사라지는 바람에 2016년에 게임허브센터를 지원했어요. 당시 우리 인원이 3명이었는데 입주가 쉽지는 않았어요. 예비 19번이었거든요(웃음). 포기를 하고 있었는데 앞쪽 회사들이 다 입주를 거절했다고 하더라고요. 나중에 듣고 보니 사이즈도 작고 창문이 없어서 다들 꺼렸다더군요.
허브센터에서 어떤 도움을 받으셨나요?
저희가 2019년에 나왔는데, 여기에서 생활할 때가 정말 좋았어요. 여기 있을 땐 모르지만 나가게 되면 뼈저리게 느끼게 돼요. 정말 힘들거든요(웃음). 제가 여기서 4년을 생활하면서 50평에 달하는 사무실도 이용해봤는데, 평수 무관하게 임대료 걱정을 한 적이 없어요. 회사 규모가 커지든 줄어들든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죠. 엄마 집 들르는 기분으로 편하게 출근했어요. 그런데 밖으로 나가니까 첫 달부터 보증금 몇 천만 원에 월세 3~400만원은 그냥 깨지더라고요. 하물며 소화기 같은 것도 직접 사서 구비해야 돼요. 지금은 3년이 지나 이런 생활에도 조금은 익숙해졌어요.
사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건 ‘사람’이에요. 여기 센터는 성공하신 분보다는 시작하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냉정히 말해 실패하는 회사가 더 많아요. 100개 팀이 있다면 98개 팀은 힘들죠. 어쨌든 회사니까 게임 만드는 것 말고도 여러 사업을 진행해야 되잖아요. 정보력도 있어야 하고 퍼블리셔도 만나야 되고. 요샌 모르겠지만 그 땐 대표님들끼리 정말 친했어요. 전우애가 생긴다고 해야 될까요. 서로 정보 공유도 하고, 퍼블리셔 소개도 시켜주고,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끌어주고 밀어주고 그런 게 있었어요. 당연한 것 같지만 나가고 나면 굉장히 큰 부분이거든요. 만약 저희도 밖에서 시작했다면 얼마 못가서 회사를 접어버렸을지도 몰라요. 저희가 보란 듯이 성공한 건 아니지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허브센터 도움이 컸어요.
최근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늘어나면서 게임산업의 규모도 커진 상황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중소게임사가 많습니다. 한국 게임산업의 근 간이 되는 풀뿌리 게임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의 지원, 제도 등이 필요할까요?
크게 투자를 받고 시작하면 모를까, 중소 개발사들은 실패가 압도적으로 많은 게 어쩌면 당연한 것 같아요. 한 번 실패했을 때 대미지가 심하게 와요. 일례로 모바일 게임을 출시하잖아요, 처음엔 대부분이 다운로드 10개 미만이에요. 99%는 충격을 받죠. 게임 개발이라는 게 실패를 많이 하고, 그 노하우들이 쌓여서 성공하는 경우가 많은데 심리적 대미지를 극복하지 못하면 나아갈 수 없어요. 실패 사실을 염두에 두고, 이겨내겠다는 각오가 필요해요.
그리고 혼자 해서 잘 되는 건 없어요. 혼자 했다고 하더라도 주변에 도움을 주는 분들이 많았을 겁니다. 한 수 접는다고 생각하고 도움을 최대한 많이 받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대부분이 실패보다는 성공을 바라고 창업을 하기 때문에 그런 마음을 갖기가 생각보다 어려워요. 최대한 도움을 많이 받아서 금전적인 손해를 줄이는 게 중요하죠. 사실 지원금을 받는 게 좋지만, 형평성 문제도 있고 힘든 부분이에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모임 같은 게 많아지면 좋을 것 같아요.
향후 게이머에게 소울게임즈가 어떤 게임사로 기억됐으면 하는지 궁금합니다.
게임회사를 운영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어떻게 오다 보니 남에 IP를 이용해서 게임을 개발하게 됐어요. 그러다보니 정체성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게 돼요. 내가 만든 건지, 남이 만든 건지, 또 빌려쓴 건지 애매모한 상황이죠. 아예 새로 만들었다지만 IP가 남의 것이니까요.
소울게임즈라는 이름은 영혼을 담아서 게임을 만들자는 의미에서 지었어요. 게임 만드느라 영혼만 탈탈 털리고 있어서 지금에는 조금 후회가 되는 이름이기도 한데요(웃음). 어쨌든 수익과 상관 없이 좋은 작품을 하나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회사명에 걸맞는 그런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다면 꼭 해보고 싶어요. ‘루나 모바일’의 성과가 시원치는 않아요. 태국에서 5위로 시작했지만 쭉 미끄러져서 다시 달려야 되는 상황이거든요(웃음). 열심히 해서 버티고, 시간을 벌어서 언젠간 우리 세계관의 게임을 선보이고 싶어요. 그래픽과 이야기, 음악이 조화롭게 버무려져서 하나의 단편 영화 같은 느낌의 게임을요.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