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노조) 소방본부는 10일 오전 11시 세종시 소방청 앞에서 ‘평택 냉동창고 소방관 순직’ 관련 추모제 및 소방청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노조 소방본부 12개 시도 지역지부장 외 조합원 약 250여명이 참석했다.
노조 소방본부는 이번 사고를 “화재 잔불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안은 화재현장에 구조대를 무리하게 투입한, 현장 경험 없는 지휘관이 빚은 대참사”라며 “현재 소방조직은 현장 경험보다는 계급에 의한 지휘가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1년 새에 6명의 소방관을 잃어야만 했다”면서 “그동안 현장경험 없는 책임자의 잘못된 지휘로 수많은 목숨을 잃었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고 규탄했다.
최근 10년간 직무 중 순직한 소방관은 49명에 달한다. 지난해 소방청이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지난 2020년까지 위험직무 순직 현황에 따르면 △화재진압 14명 △구조 18명 △구급 7명 △생활안전 3명 △기타 7명의 소방관이 숨졌다.
직무 과정에서 공무상 상해를 인정받은 소방관은 매년 늘어났다. 지난 2020년은 1004명에 달했다. △2019년 818명 △2018년 823명 △2017년 657명 △2016년 511명이었다.
재난현장 지휘관의 자격과 지휘역량에 대한 문제 제기는 지속적으로 나왔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 제출된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소방령 이상 고위직 간부후보생 367명의 화재진압이나 구조·구급 등 현장 경력은 평균 10개월에 그쳤다. 소방간부후보생은 매년 30명씩 선발하고 있다. 선발 뒤에는 소방서장 등 현장지휘관 역할을 맡는다. 반면 이들의 지휘 대상자인 119안전센터(구조, 구급대) 팀장(소방위) 현장 경력은 최소 20년 이상이다. 지난 2017년 12월 발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에서도 현장 지휘관 대응 부실로 피해가 커졌다는 소방당국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소방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장 지휘관 자격인증제’를 실시했다. 2단계 교육과정 인수 후 평가인증 절차를 통과한 인원에 지휘관 자격을 인증, 우선 임용을 유도하는 내용이 골자다. 현재 배출된 인원은 19명에 그친다.
송현대 노조 소방본부 대변인은 “재난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정형화 돼있지 않다. 언제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경험치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높은 연차의 소방관들이 경력이 부족한 지휘자로부터 지휘 받는 경우가 대다수”라면서 “현장 지휘관 자격인증제를 지난해부터 시작했지만, 교육기간이 2주로 턱없이 짧다. 짧은 교육으로 간극을 채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 했다.
아울러 “순직사고가 발생하면 외부에서는 숭고한 희생, 영웅으로 비치지만 내부에서는 개인이 무리한 구조작업을 하다가 숨졌다는 식으로 책임을 전가한다”면서 “소방관들 사이에서는 화재현장에서 소모품처럼 취급받는다는 울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이경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현장을 지휘하는 지휘관은 현장 경험을 충분히 갖출 필요가 분명히 있다”면서 “지휘관 직책에 최소 몇 개월, 몇 년 이상의 현장경력을 갖춰야 갈 수 있게끔 만드는 절차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7일 경기 평택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현장에서 송탄소방서 119구조대 3팀 소속 이형석(50)소방위, 박수동(31) 소방교, 조우찬(25) 소방사가 순직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소방당국은 7시간이 넘는 진화 작업 끝에 지난 6일 오전 6시32분 큰불을 잡았다. 오전 9시21분 갑자기 꺼졌던 불씨가 다시 살아났다. 이 과정에서 오전 9시8분 진화작업에 투입된 5명의 소방관은 긴급대피했다. 2명은 자력으로 탈출하고 나머지 3명은 연락이 끊겨 실종됐다가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