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배우자까지 미투 폄훼…끊이지 않는 2차 가해

대선후보 배우자까지 미투 폄훼…끊이지 않는 2차 가해

기사승인 2022-01-18 12:42:52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 걸린 전광판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7시간 전화 통화' 내용을 다루는 MBC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방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가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폄훼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희정 성폭력 사건 피해자는 17일 한국성폭력상담소를 통해 입장문을 발표했다. 피해자는 “김씨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한다. 피해자의 울부짖음이 담긴 미투를 쉽게 폄훼하는 말을 했다”며 “당신이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 결국 2차 가해의 씨앗이 됐다. 지금도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2차 가해자들이 청와대와 여당 후보의 캠프뿐 아니라 야당 캠프에도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명확히 알게 됐다”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서울의소리’ 이모 기자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권이 먼저 (미투를) 터트리면서 그걸 (화두로) 잡자 했잖아. 뭐하러 잡냐고 미투를”이라며 “난 안희정이 불쌍하더만. 난 안희정 편이었어. 둘이 좋아선 한 걸 갖다가 완전히 무슨 강간한 것도 아니고”라고 이야기했다. 

전 충남도지사를 지낸 안희정씨는 수행비서를 8개월에 걸쳐 성폭행·성추행한 혐의로 지난 2019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6개월을 확정받았다. 김씨는 안씨의 범행을 피해자 탓으로 돌렸다. 미투에 대해서는 “돈을 안 주니까 터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시달린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8년 성희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을 고발한 피해자의 27.8%는 2차 가해를 당했다. 신고 후 집단 따돌림이나 폭행, 파면이나 해임 등 신분상실 불이익 등이다.

권력형 성범죄 사건 피해자의 경우, 원색적인 비난이 뒤따른다. 온라인에는 여전히 피해자를 탓하는 댓글이 게재된다. 김씨의 온라인 팬카페에는 “미투를 근절해야 한다. 남자가 살 수 없는 세상이 됐다”, “다들 섣불리 꺼내지 못했던 안희정 관련 발언을 해주셔서 감사하다” 등의 글도 올라왔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피해자에 대해서도 “피해자답지 않다”고 주장하는 영상이 제작됐다. 피해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일도 반복됐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행정학회 주최 대통령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윤석열 캠프
국민의힘에서는 논란 진화에 나섰다. 김씨는 미투 폄훼 논란에 대해 “매우 부적절한 말을 하게 됐다.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김씨의 남편 윤 후보도 “(미투 발언에 대해)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씨가) 공인의 신분이 됐으니 좀 더 신중하셨어야 한다”며 “(발언이) 적절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윤 후보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안희정 사건의 피해자에게 끼쳤을 심적 고통에 대해 진심으로 유감을 표명한다”며 “‘줄리설’로 인한 여성비하적 인격말살로 후보자 부인 스스로도 오랫동안 고통받아왔음에도 성폭력 피해 당사자의 고통에 대해서는 세심한 배려를 드리지 못했다.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강조했다. 

다만 충분한 사과가 아니라는 비판도 이어진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투 운동 전반에 대한 김씨의 왜곡된 인식은 매우 충격적”이라며 “윤 후보에 이에 대해 해명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 우상호 의원도 “돈이면 성폭력 피해 여성에 대한 입막음도 가능하다는 식의 미투 관련 발언에서 매우 저열한 인식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미투 관련 부분에 ‘할 말 없다’고 선긋는 모습은 그간 보여준 윤 후보의 저급한 성인지 감수성을 생각한다면 놀라울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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