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E(Play to Earn), 일명 ‘돈 버는 게임’ 개발에 국내 게임 업계가 앞 다퉈 뛰어들고 있다. 지나친 사행성 우려로 게임이 돈 버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한편, 일각에선 그간 게임사에게만 집중됐던 권리가 이용자에게 분배될 수 있다며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P2E 게임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게임 내 아이템을 NFT(대체불가능한토큰)화 시켜 이용자 간 거래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게임에서 수확한 아이템을 가상화폐로 환전하는 등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국내에선 대표적인 게임이 위메이드의 ‘미르4 글로벌(미르4)’이다. 지난해 8월 170여 개국에 글로벌 출시된 미르4는 이용자가 게임 내 광물인 ‘흑철’을 모으면 게임 코인 ‘드레이코’로 바꿀 수 있다. 이 드레이코는 국내외 가상화폐 거래소에 상장된 ‘위믹스 코인’으로 교환할 수 있다.
위메이드가 미르4를 통해 큰 성과를 거뒀지만, P2E 게임을 바라보는 전문가와 게이머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2004년 사행성 게임으로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바다이야기’의 사례가 재현될 수 있다”며 “NFT 도입이 합법화된다면 게임 도박판으로 전락할 수 있다”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게이머 조(32)씨는 “지금도 확률형 아이템으로 게이머들의 등골을 빼먹고 있는데 P2E 게임은 더 할 것”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재까지는 정부부처의 시각도 비슷하다. 지난 13일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하고 국민일보가 주관한 ‘게임을 말하다-국내에서의 P2E’ 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송석형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 등급서비스팀장은 P2E가 가능성보다 우려 요인이 더 많다고 평가했다.
게임 규제 기관인 게임위는 과도한 사행성이 우려된다며 블록체인 게임의 등급분류를 거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르4는 국내 버전에서는 ‘채굴’이 불가능하다. 최근에는 나트리스의 P2E 게임 ‘무한 돌파 삼국지’가 게임위의 등급분류 취소 확정 통보를 받고 구글 플레이에서 퇴출되는 등 접속이 차단되기도 했다.
송 팀장은 “P2E 게임은 출시 전부터 많은 부작용과 우려가 있다. P2E가 게임 산업 발전의 자양분이 될지, 게임의 본질을 훼손하게 될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다양한 전문가의 견해가 필요하고, 게이머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찾는 토론과 통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렇다 할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이용자들의 피해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유동수 의원실 소속 박종현 비서관은 “P2E 게임은 이용자들에 대한 보호책이 굉장히 부족한 상태”라면서 “당장 P2E가 법적인 회색지대에 있다고 해도 이용자 보호 문제를 방치하지 말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P2E가 게임사들 사이에서 유행을 타고 있는데 허용되더라도 게임사에 강력한 책임의식이 필요하다”고 경계했다.
다만 블록체인 게임이 ‘피할 수 없는 물결’이라며 지나친 규제는 지양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송재준 컴투스 대표는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산하 미래경제위원회·디지털혁신대전환위원회를 만난 자리에서 “사용자 중심의 가치와 개인의 권한, 역량이 확대되는 탈중앙화는 거부할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라며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 등장한 게 P2E 게임, NFT 기반 블록체인 게임이다. 단순히 돈 버는 게임으로 치부할 것이 아닌, 게임 플레이로 획득한 재화나 아이템 보상의 소유권을 인정함으로써 탈중앙화를 끌어내는 혁명적인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에는 게임 내 보상을 게임사가 가지고 있고 사용자는 권한과 이익을 공유 받지 못했는데, Web 3.0 게임으로 진화하면서 사용자도 게임 내 성장의 과실에 대한 권한과 이익을 공유 받게 되고, 글로벌 트렌드와 맞물리면서 최근 PE2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 대표는 “2020년 기준 글로벌 게임 시장이 3000억 달러 수준인데 NFT 기반 P2E 게임은 2020년 6700만 달러에서 2021년 118억달러(약 12조 원)까지 급성장하고 있다. 성장 초입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성장세를 나타내는 미래 사업이지만 안타깝게도 한국 시장에서는 손 놓을 수밖에 없다”며 P2E 게임을 규제하는 국내 상황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메타버스도 이미 미니홈피, 게임 등의 형태로 존재했던 것”이라며 “마찬가지로 P2E 게임은 기존에 있던 게임 내 아이템 거래에 고유의 넘버링을 붙이는 것뿐이다. 현재도 현금 거래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오히려 아이템 거래가 더 투명하게 이뤄진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P2E 게임 개발이 탄력을 받으면서 블록체인 노하우를 지닌 개발자들의 연쇄 이동도 일어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과 메타버스와 관련한 인력 수요가 높다. 몸값도 높고 채용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