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30분, 남대문경찰서 서울역파출소 소속 박아론 경위도 텐트촌을 찾았다. ○○ 할아버지, △△씨. 노숙인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부르며 안부를 물었다. 한 노숙인이 제대로 인사에 답하지 못하자 이마에 손을 대고 열이 나는지 확인했다.
서울역 인근에는 지난해 말 노숙인을 위한 텐트가 30여동 생겼다. 정부가 아닌 인근 교회에서 지원했다. 찬바람을 맞으며 겨울을 나야 하는 노숙인을 돕기 위해서다. 일부 텐트 겉면에는 명패처럼 노숙인의 이름이 적혔다.
텐트만으로는 노숙인을 온전히 보호할 수 없었다. 혹한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서울역 광장에서 머물던 노숙인 2명이 세상을 떠났다. 지난 12일 오전 텐트 안에서 60대 남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다만 동사가 아닌 질환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2일에도 50대 노숙인 김모씨가 서울역 광장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으나 결국 숨졌다.
두 노숙인의 죽음 후, 광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늘어선 텐트도, 혹한 속 머무는 이들도 그대로다. 노숙인들은 “바뀐 것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다만 죽음을 잊지 않으려는 이들도 있다. 서울역희망센터는 거리 상담 활동을 좀 더 강화했다. 주기적으로 텐트를 방문, 안부를 묻고 핫팩 등 물품을 건넨다. 최근에는 텐트에 거주하는 노숙인의 인적사항을 조사했다. 좀 더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서다.
홈리스행동은 지난 14일 세상을 떠난 2명의 노숙인을 위한 ‘추모의 밤’을 진행했다. 광장의 또 다른 70대 노숙인이 추도사를 작성했다. 추도사에는 “조용히 텐트 치고 지내던 얼굴도 모르는 우리 옆의 형제가 갑자기 운명을 달리했다. 마음이 착잡하다”며 “열악한 환경 속에 살고 있는 우리도 이런 상황이 없다 장담할 수 없다. 이분의 운명을 추모하며 우리 각자 서로 마음가짐을 다잡는 계기로 삼자”는 내용이 담겼다.
사회 비판도 있었다. “노숙 생활이 결코 우리들이 나태하고 게을러 된 탓만이 아니다. 나라의 책임이 더 크다” “우리들이 텐트 치고 사는 자체가 그 어떤 집회 시위보다 효과적인 무언의 시위다” “노숙인뿐만 아니라 이 땅의 최저층 서민을 위한 요원의 불길이 돼 빈부격차 양극화 해소에 일익을 담당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혔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