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4일 오후 ‘조주빈입니다’라는 블로그를 차단했다. 범죄·범죄인 등을 미화하거나 지지해 공공의 안전에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험을 일으키는 게시물 작성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블로그에는 접근 제한 조치가 이뤄진다.
자신을 조주빈이라고 밝힌 운영자는 해당 블로그에 지난달 7일 재판 관련 비판을 게재했다. 여론재판에 휩쓸려 42년형이 확정된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다.
운영자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누명을 쓰고 복역한 윤성여씨의 사례 등을 거론하며 “수많은 오판이 무려 경찰과 검찰, 기소, 1·2·3심의 철저한 법률적 여과 과정을 거친 끝에 도달한 결론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박사방 관련 수사를 받은 남성들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기사를 인용해 “변호 받을 권리와 공정한 재판의 기회를 박탈당한 이들이 죽어나갔다. 여론 재판 문화가 만든 비극”이라고 주장했다.
블로그에는 지난해부터 조주빈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과문과 상고심 결과에 대한 소회 등도 올라왔다.
조주빈은 지난 2019년 5월부터 지난 2020년 2월까지 아동·청소년을 포함한 여성 피해자 수십명을 협박해 성착취 영상물을 촬영, 박사방을 통해 판매·유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미성년자인 피해자의 나체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공범을 시켜 성폭행을 시도하게 한 혐의 등도 있다. 조주빈은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42년형을 확정받았다.
교도소에 있는 조주빈이 어떻게 블로그를 운영할 수 있었을까. 교정당국은 조주빈이 외부로 보낸 편지를 통해 타인이 블로그를 운영한 것으로 추정했다.
법에 따르면 교정당국은 수형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해칠 우려가 있을 때 편지 내용을 검열하거나 발신을 제한할 수 있다. 그러나 편지 발송을 제한하거나 사전 검열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헌법재판소는 2012년 서신검열제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법무부는 시행령을 개정했다. 수형자는 △마약·조직폭력 사범 △같은 교정시설에 수용 중인 다른 수용자에게 편지를 보내는 경우 △교도소 내 규율위반으로 조사 중인 경우가 아니면 봉함 상태로 편지를 제출, 보낼 수 있다.
일부 수감자들은 옥중 편지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한다.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등이 대표적이다. 대법원에서 징역 18년형이 확정되자 “정말 코미디”라고 판결을 비판했다. 이른바 ‘라임사태’의 주범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옥중서신을 통해 정치권과 검찰 등에 로비했다는 주장을 내놨다. 사실 여부를 두고 공방이 일기도 했다.
옥중 편지로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기도 한다. 전 대통령 박근혜씨는 2020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여러분 모두 힘을 하나로 합쳐주실 것을 호소드린다”며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를 촉구했다. 이명박씨는 2018년 구속 후 측근들을 통해 페이스북에 옥중 편지를 공개했다. 천안함 사건 추모와 검찰 기소 비판 등이다.
옥중 편지를 통해 교도소에서 책을 낸 사례도 있다. 성범죄 등으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연쇄살인범 강윤성은 2010년 자전적 옥중 에세이를 출판했다. 서신으로 보낸 강윤성의 자필원고를 한 작가가 엮어 책으로 낸 것이다. 강윤성은 자신의 아내에게 인세를 보내 달라며 작가에게 한 여성의 계좌를 알려줬다. 실제로는 아내가 아닌 펜팔을 주고받던 여성으로 전해졌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