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명성교회 판결, 예장 통합 총회는 부끄러워해야”

“법원의 명성교회 판결, 예장 통합 총회는 부끄러워해야”

[이영광의 간(間)보기] 법무법인 소명의 정재훈 변호사

기사승인 2022-02-07 06:10:01
명성교회 세습에 대한 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의 수습안으로 일단락되었던 세습 문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 박미리)는 지난달 26일 명성교회 평신도 연합회 정태윤 집사가 지난해 1월 제기한 `대표자 지위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명성교회 측은 이틀 뒤인 28일 항소했다.

이번 1심 판결에 대해 분석해 보고자 기독인법률가회 전 사무국장인 법무법인 소명의 정재훈 변호사를 지난 3일 전화 연결해 이번 판결의 의미와 파장 등을 짚어 보았다. 다음은 정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상당히 고무적이고 역사적인 판결”

            ▲ 법무법인 소명의 정재훈 변호사
 
- 1월 26일 법원이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의 위임 목사직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이 나왔잖아요. 어떻게 보셨어요?
“그동안 법원은 교회 분쟁 부분에서 적극적인 판단을 많이 꺼려온 판결이 많았습니다. 그렇다 보니까 이번에 우리가 원하는 판결 결과가 날 것이라고 마냥 기대하기는 어려웠었거든요. 그런데 동부지법에서 이 부분에 관해 상당히 의미 있게 판단을 내려서 개신교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상당히 고무적이고 역사적인 판결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왜 이번엔 적극적인 판단을 했을까요?
“가처분 사건에서는 기각 결정하면서 사법적 판단을 자제한다는 취지로 판시하긴 했었거든요. 아주 중대한 하자나 위법이 없는 이상 종교단체 내부의 결정을 사법부가 심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거든요. 그런데 이번 본안 판결에서는 교단 헌법 세습 금지 규정을 위반하면서 김하나 목사가 위임 목사로 청빙이 됐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하자는 중대하고 명백하다고 본 거예요. 그러니까 같은 사안 놓고 교단 헌법이 분명하게 세습 금지의 취지를 규정하고 있는데 김삼환 은퇴 목사의 아들인 김하나 목사 청빙한 문제가 정말 중대한 하자나 위법성이 있는지 부분에 대한 판단에서 갈린 것 같아요. 이번 재판부에서는 교단 헌법 위반한 문제를 중대한 하자라고 보는 거죠.”

- 교회엔 담임목사가 있고 위임목사가 있는 거로 알거든요. 이 둘의 차이는 뭔가요?
“교단 헌법에 규정이 돼 있는데요. 담임 목사는 임기가 3년입니다. 그래서 3년이 지나면 다시 청빙을 받아야 되는 거고요. 위임목사는 정년까지 보장이 됩니다. 그래서 위임목사는 한 번 되면 본인이 사임하지 않는 이상 정년까지 간다고 보시면 되는 거죠.”

- 이번에 법원이 위임목사를 인정 안 한 거잖아요. 그럼 담임 목사는 어떻게 되나요?
“교단 헌법 28조 6항에 보면 (원로목사) 직계 비속은 담임 목사 또는 위임목사 다 안 돼요. 그러니까 김하나 목사가 담임 목사 또는 위임목사라서 된다, 안 된다의 문제는 아니고요. 담임 목사건 위임목사건 은퇴하는 목사의 직계 비속에 해당이 되면 세습, 거기서 말하는 목회지 대물림이라고 보통 표현하시거든요. 목회지 대물림에 해당이 되기 때문에 금지하는 행위에 해당이 되는 거죠.”

- 이번 판결은 위임목사 자격하곤 상관없나요?
“위임목사 자격이라는 건 개교회와의 관계에서 설정이 되는 거거든요. 목사는 똑같이 다 목사예요. 그런데 개교회 즉 이 사건에서는 명성교회에서 목사 중에 명성교회 위임 목사로 청빙하고 그 절차를 거쳐서 승인되면 그 목사가 명성교회의 위임 목사가 되는 거죠.”

“김하나 목사 지위 법원이 인정하지 않은 건 세습금지 조항 때문”

- 이번 판결은 세습금지법에 위배 되니까 안 된다는 건가요?
“교단 헌법 자체에서 위임 목사의 자격이나 경력이라든지 이런 부분을 규정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교회마다 정관이라든지 아니면 당회에서 위임 목사 후보자들을 선정할 때 엄격한 자격 조건을 교회마다 내걸고 청빙 공고 하기도 하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그런 위임 목사 자격 문제가 전혀 쟁점 되지 않았었고요. 김삼환 목사와 김하나 목사는 아버지와 아들 관계잖아요. 그 부분을 교단 헌법에서 세습금지 조항에서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이 문제가 된 거죠.”

- 이번 판결의 의미는 뭔가요?
“원래는 교단 총회 자체가 이걸 바로 잡았어야 되는 거죠. 분명하게 법에 있어서 재심 판결까지 청빙 승인 결의가 무효라고 판단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집행 못 하고 유야무야 덮어준 거잖아요. 그러니까 최근에 같은 교단 내 여수 은파교회가 또 변칙적으로 세습을 단행하지 않습니까. 이게 교회 내부에서 자정적인 노력과 조치로서 해결 됐어야 되는 문제인데 그걸 못하고 있으니 결국은 가급적이면 교회 내부 문제에 대해서 관여하지 않는 사법부에서조차 이거는 더 이상 판단 유보하면서 있기에는 너무 명백한 위법성이 있으니까 결국은 판단했다고 보여지고요. 그러니까 명성교회에서 이렇게 한 행위가 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목회자 세습 행위에 해당된다는 것을 정말 확인해 준 중요한 판결이라고 생각이 되고요. 교단총회는 이 문제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부끄러워 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 하지만 김삼환 원로 목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지난 1월 29일 설교에서 “교인들은 조금도 흔들리지 마라. 1심 판결은 별거 아니다. 대법원에서 10번 판결해도 우리는 뭐 눈곱만큼도 꿈쩍 안 한다”라고 했다던데.
“이건 법질서도 무시하겠다는 얘기죠. 이건 거의 교인들을 선동하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저는 지금이라도 김삼환 목사는 자기가 해왔던 거에 대해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교단의 올바른 치리 조치에 따르겠다고 하는 게 정답이긴 하거든요. 근데 이걸 지금 항소했죠. 저도 항소할 거라고 생각은 했고 아마 명성교회에서는 총력을 또 기울이겠죠. 하지만 이대로 확정이 되면 타격이 엄청 클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런데 이거는 판결이 확정되고 안 되고의 문제가 아니라 세상적으로 모범이 돼야 하고 세상과 오히려 다르게 거룩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교회에서 교단 총회 재판도 무시하고 사법부의 판단도 무시하면 교회 다니는 사람도 마찬가지겠지만 교회를 안 다니는 사람들이 이걸 어떻게 보겠습니까? 이런 얘기가 알려진다고 하면 교회가 세상에 대해 선교적 사명을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 너무 걱정됩니다.”

- 김삼환 목사는 스스로를 법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거 같은데 왜 그렇게 생각할까요.
“가장 큰 대형교회 설립자잖아요. 그런 영향력과 권한 같은 게 상당한 것 같고요. 또 사회적으로 정·재계 아는 분들도 많이 있으실 거예요. 그러니까 그런 부분들이 이 정도로 또 자신감을 보이실 수 있는 이유지 않을까란 생각도 드는데요. 한편으로는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끝까지 가려고 하시는 건가란 생각도 듭니다.”

“교회 세습은 하나님을 욕되게 하는 일”

- 이번 소송 결과로 개신교가 섬기는 `야훼 하나님`이 눈을 가린 정의의 여신 `디케(Dike)`보다 못하다는 조롱도 나오는 것 같아요.
“교회가 스스로의 자정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세상이 교회에 대해 판단하게 된 상황을 비꼬는 말인 거 같아요. 세상의 윤리기준을 넘어서는 자기 부인과 희생이 교회의 덕목이죠. 그런데 세상보다 교회가 나을 게 없고 오히려 더 못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성경에서도 그리스도인들이 가장 하지 말아야 될 일이 하나님을 욕되게 하는 일이거든요. 그런데 교회 세습 문제는 대표적으로 하나님을 욕되게 하는 일인 거 같습니다.”

- 앞으로 전망은 어떻게 하세요?
“항소심에서는 또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이번에 1심 판결이 워낙 상세하게 쟁점들을 판단했어요. 일반적인 관점에서 이 정도 판시가 나온 원심판결이 뒤집히기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 생각은 들거든요. 그렇지만 명성교회에서는 아마 원심에서 했던 노력보다 더 총력을 기울일 거라고 예상이 되고요. 저희는 1심 판결을 힘들게 얻었기 때문에 그걸 잘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되겠죠.”

- 앞으로 주목해 볼 포인트가 뭘까요?
“법원에서 그동안 다퉈졌던 쟁점에 대해서 재판부가 거의 다 판단했어요. 그래서 원고 측 주장이 받아들여진 거기 때문에 명성교회 측에서는 아마 그 쟁점들을 전부 세세하게 다시 다투려고 할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제일 중요한 점은 결국 헌법 28조 6항의 해석 문제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교단 헌법 28조 6항이 분명히 있고 명성교회는 교단에 소속된 지 교회이기 때문에 교단을 탈퇴하거나 교단 밖으로 나가지 않는 이상 적어도 이 교단의 질서와 법질서에 따라야 된다는 거거든요. 그 부분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 1심 판결이 나왔음에도 김하나 목사는 위임 목사직을 유지하고 있잖아요. 직무 정지할 수는 없나요?
“이 판결 자체로는 직무 정지를 시키는 효력까지 발생되는 건 아니고요. 확정되어야만 판결 효력이 미치게 되거든요. 명성교회 측에서 항소했기 때문에 일단은 재판이 계속 진행 중인 동안에는 원칙적으로 바로 판결 효력이 미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만약에 직무정지 시키려면 기각됐던 가처분을 다시 제기 해야 되는데 그 부분은 고민 중입니다.”

“이번 판결, 변칙 세습하는 교회에 영향 줄 듯”

- 이 판결이 여수은파교회 등 세습을 준비하는 교회에도 영향을 줄까요?
“그렇죠. 여수은파교회는 명성교회의 경우와 비슷하지만, 세부적인 부분은 또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동일한 교단 내에 속해 있는 교회이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그 행위는 무효라고 봐야 될 것 같거든요. 그 부분도 교인이나 누가 소송을 제기한다고 하면 이 판결이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겠죠.”

- 총회에서 만약에 세습 금지법을 폐지한다면 어떻게 되나요?
“만약 헌법을 개정하면 그 개정 조항이 그 이후부터 적용되겠죠. 그래서 저희가 주장을 하면서도 항상 언급했던 점이 헌법 개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서 어떻게 28조 6항이 사문화됐다거나 위헌의 소지가 있어서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식의 해석론을 가지고 얘기를 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는 거였거든요. 근데 만약에 헌법에서 세습 금지 조항인 6항이 삭제된다면 법적으로는 세습을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법적으로 교회 세습을 막을 수 있는 전제나 판단 자체가 달라지겠죠. 그러면 도덕적으로나 또는 신앙적으로 덕이 되지 않는다는 등의 문제 제기나 비판을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법적인 문제는 아니겠죠. 그렇지만 세습금지 규정 헌법이 개정되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교단 내부에서도 세습금지 규정을 조금 더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하려다가 엄청 반발이 있어서 그 개정안을 철회했거든요.”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1심 판결의 법적인 효력을 떠나서 교회 스스로 부끄럽지 않게 바로잡으면 좋겠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빠르다.란 속담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이 세습 문제를 교회 내부적으로 바로잡을 수 있는 결단력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교회에 대한 세상의 신뢰도 그런 모습에서 다시 조금씩 쌓아갈 수 있다고 생각되는데 그런 부분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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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ng38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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