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학조사도 등교 판단도 알아서?…‘번아웃’ 호소하는 학교

역학조사도 등교 판단도 알아서?…‘번아웃’ 호소하는 학교

기사승인 2022-02-08 17:05:44
수도권 초중고교 전면 등교가 시행된 지난해 11월22일 오전 서울 도봉구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가 거센 가운데 교육부가 새학기 방역 및 학사 운영방안을 발표했다. 확진자가 나오면 방역당국이 아닌 학교가 자체적으로 밀집접촉자 조사 등 역학조사를 실시한다. 또 원격수업 전환 여부를 학교 판단에 맡기는 내용이 골자다. 현장에서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교사들은 학교에 과도한 방역 업무와 책임을 전가한다며 교육부에 재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는 7일 ‘2022학년도 1학기 방역 및 학사 운영방안’을 발표했다. 먼저 확진자 발생시 대응 주체가 방역당국에서 학교로 바뀌었다. 오미크론 전파율이 기존 델타 변이 대비 2~3배 이상 높다는 특성이 고려됐다. 이전까지는 확진자가 나오면 방역당국이 조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새로운 운영방안에는 학교가 자체적으로 접촉자를 분류하고 신속항원검사 또는 PCR 검사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교육부는 접촉자의 기준으로 ▲확진자와 동일한 공간에서 근무, 생활하는 구성원(학급, 교무실, 행정실, 기숙사 등)과 ▲확진자 증상 발생일 2일 전~확진일 동안 동일 테이블에서 식사 이상의 접촉 또는 마스크 미착용 상태에서 15분 이상 대화한 경우를 제시했다.

2022학년도 1학기 방역 및 학사 운영방안. 교육부

또다른 주목할 만한 변화는 대면·원격 수업 등 학사 운영 방식을 학교별로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일괄적으로 교육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전교생 6분의 5 이내, 3분의 2 이내 등 밀집도 조정안을 안내했다. 이에 맞춰서 각 학교는 등교인원을 조정해왔다.

오는 3월 새학기부터는 학교가 ▲재학생 신규확진 비율이 3% ▲격리조치 등으로 등교를 하지 않는 재학생 비율 15%가 넘는 경우를 기준으로 삼아 일부 교육활동을 제한하거나 원격 수업 전환을 검토할 수 있게 했다. 다만 이것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기준은 아니다.

교육부는 “지푯값(3%, 15%)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경우 다양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해, 학교에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위 기준을 바탕으로 학교급별, 학년별, 학교규모별, 교육지원청별 특성을 반영하여 지역·학교에서 자율적으로 가감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제시된 운영방안은 ▲정상 교육활동 ▲전면 등교 및 교육활동 제한 ▲밀집도 조정을 통한 일부 원격수업 ▲전면 원격수업 등 4가지다.

그러나 일선 학교에서는 자율권, 재량권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을 감염 위험에 더 노출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가 높다.

경기 부천 한 초등학교 교사 권모씨는 “교사는 감염병 전문가가 아니다. 자가진단키트로 검사하면 된다고 하지만 정확도가 100%가 아니다. 오차발생 가능성이 있다. 교사들이 의학적 판단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 분명히 있을텐데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된다”면서 “감염 여부 판단은 아이들 건강, 생명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학교에 이런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과연 아이들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11월 서울 강서구 한 중학교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업무 과중도 문제다. 교사에게 역학조사 및 조치, 신속항원검사 등 추가적이고 과도한 방역업무까지 부과한다면 학생들의 수업과 생활지도에 전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교육부는 쌍방향 수업 방식을 권고하고 있는데 교사들에게 대면수업과 온라인 수업 병행을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교사들은 ‘번아웃’을 호소하고 있다. 부산 지역의 보건교사 장모씨는 “교육부가 발표한 학사운영방안은 방역당국이 하는 업무를 고스란히 학교로 이관시킨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어 “특히 학교 내에서도 코로나 관련 업무 90% 가까이를 보건교사 1명이 소화해야 한다. 600명이 넘는 학생들을 관리하기 벅찬 것이 사실”이라며 “주변에서도 업무 과중으로 병가나 휴직에 들어간 보건교사가 꽤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대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 이모(34·여)씨는 “학교가 코로나 검사를 실시하고, 접촉자를 분류할 법적인 권한을 갖고 있는지부터 의문”이라며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원격수업 전환 등 학교 자체 판단 사항에 대해 타학교와 비교하며 의문을 제기할 학부모 민원이 가장 두렵다”고도 토로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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